나는 지난 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온 선거공보를 보면서 모 정당의 참 어처구가 없는 문구를 보았다. '모 도시에 무슬림 30만 명이 거주하게 되면 대한민국이 테러 위험국가가 된다. 무슬림 이민자가 늘어나면 성폭행이 급증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미국 공화당의 대선주자 트럼프에 버금가는 종교차별, 인종차별적 문구이다.
세계에서 테러를 일삼는 종교집단은 극소수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지 21억 기독교인들 전부 혹은 16억 무슬림 종교인 전부가 아니다. 그럼에도 공공성을 띠고 있는 한 정당이 특정 종교를 비방하는 일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Global Standard)도 아니고 종교의 차별을 금지하는 세계인권선언의 기준도 아니다.
이제 세계는 달라지고 있다. 이미 케냐계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버락 오바마가 인종적 편견의 장벽을 뚫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사실 미국은 자유의 나라라고 했으나, 여태까지는 소위 백인 앵글로 색슨족 기독교인(White Anglo-Saxon Protestants)들만의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서 흑인 아버지를 둔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다.
프랑스 또한 어느 나라보다 타 민족에 대해서 배타적인 나라이지만 2007년 헝가리계 이민 2세인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되었다. 더욱이 어머니가 그리스계 유태인이라는 점이 세계를 더 놀라게 했다. 그는 엘리트 정치인 양성소인 그랑제콜도 아닌 일반대학인 파리 10대학 출신 변호사였다.
영국에서도 정치적으로 2등 국민 취급을 받았던 스코틀랜드 출신 사람 고든 브라운이 수상으로 선출되었다.
이런 추세는 세계가 다종교,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다는 구체적 징표이다. 오바마는 당선 후 총 15명의 장관지명자 중 5명을 소수인종(히스페닉계 2명, 아시아계 2명, 흑인계 1명)으로 임명하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 100대 기업이 인력채용 시 이력서에 사진과 이름을 제외시키도록 하여 소수인종 차별을 금지시켰다.
세계미술시장에서도 아시아계 작가의 작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주요 문학적 모티브로 하고 있는 장 마리 구스타프 르 글레지오(프랑스)가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렇게 세계화와 더불어 전 세계가 다종교,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일부 반 다문화 단체나 보수 종교지도자들 그리고 우편향 인사들은 아직도 민족주의 의식에 머물러 백의민족, 단일민족의 순혈성을 고집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저 출산 고령화 국가이다. 한국은 이제 이민자를 받아드리지 않으면 경제도 유지하기가 힘들고 집값도 유지하기 어려운 나라이다. 이제 우리는 넓게 보고, 멀리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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