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페이퍼'로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된 국가 정상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파나마 페이퍼로 조세회피처에 연루된 명단 일부가 공개된 지 이틀 만에 아이슬란드 총리가 사임한 데 이어, 이번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사실상 '조국에 세금을 내지 않으려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리고 있다.(관련기사:'파나마 페이퍼' 직격탄에 아이슬란드 총리 사임)
파나마 페이퍼에는 캐머런 총리의 아버지 이언 캐머런이 슈퍼 리치들을 위한 조세회피처에 역외펀드를 설립해 운영했었다는 사실이 적시되어 있었다. 이언 캐머런은 조세회피처로 악명 높은 바하마와 파나마에 블레어모어라는 역외펀드 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이언 캐머런은 이미 죽었지만, 캐머런 총리 역시 이 펀드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졌다.
이에 대해 캐머런 총리는 8일(현지시간) 영국 ITV와의 독점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10년 1월 소유하고 있던 블레어모어 주식 5000주를 3만1500 파운드(약 51000만 원)에 매각했다"고 시인했다. 그가 총리에 취임하기 4개월 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블레어모어는 역외탈세를 위해 설립한 회사가 아니다"면서 "나는 이 주식에 따른 배당 소득세도 냈고, 자본이득도 얻었지만 과세기준에 미달해 자본소득세를 내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캐머런 총리 부친이 설립한 기업, 영국에 세금 한 푼 내지 않아"
그러나 캐머런 총리 일가가 조국에 최대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의도로 조세회피처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업을 해왔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영국의 <가디언>은 파나마 페이퍼를 근거로 "이언 캐머런이 1982년 설립한 블레어모어는 지난 30년 간 영국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문은 "2006년 블레어모어가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영국에서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캐머런 총리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를 비호해 왔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유럽연합(EU)이 조세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조세회피처의 역외 자금 실소유주를 등록.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캐머런 총리는 당시 EU 이사회에 직접 서한을 보내 "역외자금에 대해 일반 기업처럼 동일한 투명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면서 역외기업들을 비호하고 나선 전력이 있다.
이때문에 영국 노동당 등 야당들은 "캐머런 총리가 조세회피와 연관된 역외펀드의 주식 소유를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면서 "조세회피가 부도덕한 짓이라고 비난했던 총리의 믿기 어려운 고백"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영국 의회 재무위원회 소속인 노동당의 존 맨 의원은 "캐머런 총리는 진실을 은폐하면서 진상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캐머론 총리가 조세회피를 적극 이용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머런 총리는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30만 파운드가 조세회피처에 있는 부동산 신탁회사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시인했다. 아버지가 조세회피처 저지섬을 이용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영국에 내지 않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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