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정식 국호는 '중화민국')은 세계 주요국에 의해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지구상의 가장 큰 나라다. 인구가 2300만 명이고, 영토 면적은 한국의 3분의 1이며, 민주적 선거에 의해 합법적인 정부를 이루고 있는 등 국가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또 22개 소국과의 외교 관계, 세계 18위의 경제력, 그리고 지역 차원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실질적인(de facto)' 동아시아 주요국이다. 이와 동시에 고려해야 할 현실적, 객관적 요인은 현재의 '중국'(정식 국호는 '중화인민공화국')이다.
그간 <차이나 인사이트〉에서는 금년에만도 총통 당선인 차이잉원(蔡英文)의 경제 정책(박한진, 3월 17일), 양안 간의 문화적 정체성(김윤태, 1월 26일), 총통 및 입법원 선거 분석 및 함의(강준영, 1월 20일), 대만의 팝아트와 정체성(김영미, 1월 3일) 등 대만의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다뤘다.
이번 글에서는 대만(타이완)의 전략적 가치와 중요성을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 구도와 동아시아 안보의 차원에서 다뤄보려 한다. 그리고 다음 번 글에서는 한국-대만 관계와 한반도의 시각에서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다루려 한다.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 어디에서 비롯되나?
대만 그리고 대만의 정체(政體)가 대외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는 상호중첩되는 측면이 있으나 개별적 논의가 가능하다. 또 이 4가지 요인은 외부의 시각에서 볼 때, 대만의 중요성과 위상을 구성하는 버팀목(pillar)이나 최근 이러한 요인들이 변화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첫째, 대만의 지리적, 지정학적 중요성이다. 대만은 지리적으로 동북아와 동남아의 경계에 위치한 섬나라로서, 역내 주요국(예, 한국, 일본)의 해상교통로(SLOC)의 일부이다. 이는 중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적용된다.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서울까지 1470킬로미터, 도쿄까지 2000킬로미터, 오키나와까지 620킬로미터, 마닐라까지 1150킬로미터, 홍콩까지 800킬로미터, 그리고 상하이까지 670킬로미터이다. 이는 군사 지리적으로 볼 때, 일본 및 동남아 국가 일부의 중간 지점으로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고 있는 셈이다.
지리적, 지정학적 요인은 기술과 교통의 발달로 인한 일부 영향을 제외하면 거의 불변 요인이다. 대만 자체의 지리적 특성(예, 융기 지형)과 대만해협(평균 180킬로미터)은 동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을 억제하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서, 지상전 위주의 한반도와는 양상이 매우 다르다. 대만의 지리적, 지정학적 특성은 현재 그리고 향후에도 대만의 '가치'를 제고하는 요인으로서 중국, 미국 및 지역 국가들의 이익과 연계되어 있다.
둘째, 민주 국가인 대만으로서의 중요성이다. 대만은 분명 자유, 직접 선거 및 참정권과 같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시장 경제 체제와 자유 무역을 실시,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적 대만 정부와는 대별되는 특징이자 대만의 대외적 가치를 제고시키는 측면이 있으나, 국내적으로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임기(2000~2007년) 중 대만의 민주화와 함께 대만의 '대만화'를 추구한 것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는 곧바로 대만해협의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었다. 금년 5월 20일 임기가 시작하는 민진당의 총통 당선인 차이잉원이 선거 유세 때나 앞으로도 공개적으로 독립을 주창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환언하면, 대만의 국내 정치와는 달리 중국, 미국 그리고 일본과 같은 주요국은 '현상 유지(status quo)'를 선호하고 있다. 대만의 독립 성향에 대한 중국의 무력 사용 위협도 독립 성향의 확대를 어느 정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통일로 향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즉, 중국도 공식 수사와는 달리 실제적으로 현상 유지 정책을 전개하고 있고, '민주대만'에 대한 주변국의 이익은 대만해협의 현상을 유지하는 조건 하에서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대만의 군사, 안보적 중요성이다. '대만 유사'는 중국군 현대화의 추동 요인일 뿐만 아니라 '反접근(anti-access) 전략'의 주요 대상이다. 필자는 현재 대만해협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 매우 낮으나, 대만을 마주보고 있는 인근 대륙 지역(푸젠 성과 광둥 성)에의 재래식 단거리 탄도 미사일(약 1300발) 및 공군기의 배치, 첨단무기 및 플랫폼의 동해 함대 우선 배분, 그리고 최근 일련의 연합, 합동 군사 훈련은 미 해, 공군의 대만 개입을 상정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 또한 역내 전진 기지 유지, 운용 및 자유로운 항해권 확보를 통해 역내 안정 및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할 방안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만해협은 중점적 지역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는 한반도/북한 유사(contingency)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역내 주요 안보 현안인 미사일 방어(MD, THAAD) 체계, 대량 살상 무기 확산 방지 구상(PSI), 해양 안보, '전략적 유연성'은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우호국인 대만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넷째, 대만은 동아시아의 안정과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commitment)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여하한 상황 하에서 미국이 역내 안보 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면, 이는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 위기, 역내 군사화 및 군사적 갈등 제고, 역내 안보 구조의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 구조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국은 역내 동맹국과 우호국에 대해 확신(reassurance)을 심어주고 동시에 중국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노력이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설득해야 한다. 중국이 이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한 동아시아의 안정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종합하면, 상기한 4개 요인(지정학, 민주화, 군사-안보 및 미국의 신뢰성)은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제고하는 측면이 있으나, 민주화 요인은 독립이나 통일이 아닌 '현상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군사, 안보적 요인도 대만의 도발이 아닌 중국의 선제 무력 사용을 가정하고 있다. 또 초강대국인 미국의 이익은 약소국인 대만보다 크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특히, 대만은 양안의 상황이 역내 주요국의 입장이나 이익과 배치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이것이 결국에는 대만의 국내정치 역학(dynamics)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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