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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식품을 먹을 권리

[작은것이 아름답다] 방사능 밥상·②

정부가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 수입 금지를 한 지2 년 남짓, 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에 우리나라의 수산물 금지 조치를 제소할 뜻을 밝히며 일본산 식품 문제가 다시 논의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방사능 오염 식품을 조사한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운영위원장과 정부를 상대로 일본 수산물 방사능 오염 현지조사 보고서 정보공개 소송을 진행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송기호 변호사가 방사능 식품 안전에 대한 대담을 정리했다. 여기에는 일부분을 소개한다.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시민사회가 감시하고 활동하는 만큼 사회는 바뀝니다."(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김혜정)

"핵 피해를 입은 곳에서 탈핵이 일어나지 않는 역설, 그건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 송기호)

▲ 왼쪽이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운영위원이고, 오른쪽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송기호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이다. ⓒ작은것이아름답다(김기돈)

후쿠시마 핵사고 5주기 일본과 한국

김혜정 :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뒤 25년 만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로 세계 핵발전 사업이 엄청난 변화를 겪었어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같은 유럽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탈원전 정책을 펴오고 있어요. 일본도 후쿠시마 핵사고 뒤 2013년 9월 15일부터 2년여 '핵발전소 제로' 상태에서 사회가 유지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어요. 하지만 아베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문제가 완전히 처리됐다며 핵발전소 재가동을 추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핵발전소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사고 뒤 여러 차례 오염 구역을 나눴습니다. 지금은 세 구역인데 우선 연간 50밀리시버트(mSv)가 넘어가는 '장기귀환 곤란구역'이 있습니다. 그다음 20∼50mSv 이내 '거주제한구역'이 있고, 20mSv 아래는 '피난 지시 해제 준비구역'입니다. 20mSv 아래 지역은 이미 거주 구역을 만들어 사람들을 귀환하도록 하고 있어요. 거주제한구역도 제염작업을 해서 20mSv 이내 수치가 확인되면, 주민들을 귀환시킬 겁니다. 현재 약 10만여 명의 난민들이 있는데, 이주하지 않으면 피난지원금이 끊기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은 돌아가야 합니다. 연간 20mSv는 고농도 오염지역입니다. 게다가 많은 방사능 오염지역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산지는 제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방사능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부흥 정책 핵심이 이겁니다. 제염 사업으로 들어가는 돈보다 피난지원금이 훨씬 저렴하거든요. 후쿠시마 소책자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핵발전소 폐로와 제염 비용 견적만으로도 22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후쿠시마 난민들을 이주시킬 수 있습니다. 아베 정부는 가장 큰 피해자인 주민들을 희생양 삼아 '후쿠시마가 복원됐다'는 걸 보여주는 정책을 추진하는 겁니다. 후쿠시마 앞바다 조업을 재개했고, 거주제한구역과 피난지시 해제 준비구역에 경작 재개를 지시했어요. 오염된 지역에 사람이 살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을 경작하고 조업하도록 해서 식재료를 국내에 유통하고, 우리나라 같은 곳에 수출하는 거죠.

송기호 : 저는 말씀하신 지점들을 '탈핵의 역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인 일본과 한국, 동아시아 지역에서 그 피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탈핵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반대로 멀리 떨어져 있는, 직접 피해 당사자가 아닌 독일에서는 그런 근본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까. 이런 역설은 과연 뭘 뜻할까요. 생각해보면 그건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동아시아에서 핵문제는 국제 관계와 미국 영향 속에서 안보 문제, 핵무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특히 일본 시민들은 그 피해를 몸으로 겪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의식 속에는 핵문제에 대해 근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자각들이 널리 퍼져 있지만, 안보 문제와 핵무기가 연결되어 있어 '탈핵'이라는 전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겁니다.

ⓒ작은것이아름답다(김기돈)

김혜정 : 후쿠시마 핵사고 뒤 일본이 핵발전소 사업을 재건하기 위해 추진했던 정책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먹어서 응원하자'와 '태워서 응원하자'지요. 우선 '먹어서 응원하자'는 후쿠시마 주민들을 응원하고 돕기 위해 그 지역 농수산물을 팔아주고 먹어주자는 겁니다. 일본 사람들도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관동지역 농수산물을 잘 안 사 먹거든요. 연예인까지 동원해서 홍보하고 있어요.

두 번째인 '태워서 응원하자'는 더욱 충격입니다. 제염사업을 하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방사능 폐기물이 생기는데, 그 가운데 태울 수 있는 쓰레기는 모두 태우자는 겁니다. 지난해 일본에 갔을 때 후쿠시마 현에서만 소각장 24개를 가동하거나 건설하고 있었는데, 이들 소각장에서 제염사업 쓰레기들을 태우고 있었어요. 문제는 그걸 후쿠시마 현에서만 태우는 게 아니라 전국 지자체로 보낸다는 겁니다. 제가 2013년 9월 후쿠이 현이라는, 후쿠시마에서 거의 1000킬로미터(㎞) 가까이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 후쿠시마 쓰레기 반입 반대운동을 하는 분들과 전문가에게 확인했습니다. 교부금을 안 준다거나 하기 때문에 지자체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가 복원됐고, 방사능 오염 시설이 모두 통제됐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지역에서 암 환자나 방사능 관련 질병이 많이 발생하면 그 말을 입증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방사능 쓰레기를 전국으로 보내 태워서, 비교 대상을 없애 오염을 일반화시켜버리는 겁니다.

결국 한 사회가 민주화 되어 있지 않으면, 재앙을 통해 사회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가 커지고 다수 민중들이 그 피해를 입는 사회 구조가 됩니다. 세월호와 같은 거죠. 우리나라도 지금 구조에서 대형 사고가 일어나면 일본과 같은 길을 밟을 것 같아 걱정됩니다.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핵사고로부터 배운 것이 없어요.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유지하고 있죠. 후쿠시마 5주기에, 가장 변해야 할 사고 인접 국가로서 우리 문제를 돌아봐야 할 상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통제되는 정보 기만하는 국가

송기호 : 일본과 한국 대중이 강하게 요구하는 근본 변화인 탈핵을 억누르는 중요 수단은 결국 '정보 통제'입니다. 제가 정보공개 소송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했던 것이 현재 일본의 오염수 방출 현황과 그것을 일본이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 우리나라가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정보가 있다면 그걸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과학으로 분석하는 틀이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후쿠시마 현지 조사를 위한 준비 과정에서는 우리 정부가 그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정작 현지 조사에서 그 문제에 대해 어떤 평가를 했는지는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식품 문제를 포함해 안전 문제, 방사능 오염 방출 현황과 그것을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철저히 차단되어 있습니다. 지극히 왜곡된 정보만 유통되고 있어요. 여론이 좀 더 강하게 결집되어 정치적인 힘으로 표현되고 실현되는 것을 막고 있어요. 이 현실을 어떻게 뚫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혜정 : 먼저 일본의 방사능 식품 관련 정책에 대해 지적하면 '스크리닝 법'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2012년 4월, 후쿠시마 핵사고 1년이 지나자마자 일본 정부는 식품에 대해 요오드와 세슘을 검사하던 걸 세슘만 검사하도록 바꿨습니다. 요오드는 이제 안 나온다면서요. 그리고 50베크렐(Bq)에서 100Bq 사이 수치만 측정할 수 있는 간이 측정기인 '신틸레이터' 같은 것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고순도 게르마늄 측정기'는 1만 초를 검사했을 때 1킬로그램(㎏)에 0.2Bq 정도까지 검출되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일본 검사는 신뢰할 수가 없는 거죠. 게다가 25Bq 아래는 아예 검출이 안 됐다고 표기해도 되기 때문에, 이게 0Bq인지 24.9Bq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검사해 100Bq 아래 식품은 합법으로 유통합니다. 일본이 후쿠시마 핵사고 뒤 17개 도·현에 대해 농수산물 출하 제한 조치를 했는데 그 출하 제한 해제 요건을 판단하는 게 '스크리닝 법'이거든요. 그렇게 허술하게 하는 샘플 검사로 식품을 유통시키는 거예요. 사실상 출하 제한 조치도 다 해제됐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 현재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날마다 300톤 정도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나오잖아요. 지하수와 접촉한 핵연료에서 나오는 방사능 수증기도 대기로 계속 방출되고 있어요. 사고 핵발전소에서는 날마다 방사능물질이 대기와 바다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식품 관리를 이렇게 하고 있는 겁니다.

ⓒ작은것이아름답다(김기돈)

송기호 : 세계무역기구 체제 뒤 현대 식품 정책에서 중요한 지점은 '오염원의 통제'입니다. 어떤 기준 아래로만 내보내면 된다는 출구전략 방식이 아니라, 식품 체계 첫 출발지에서 방사능 같은 위험 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통제하는 거죠. 방사능 식품 정책의 가장 큰 맹점은 사후에 이 수치가 어떻게 나오느냐를 살핀다는 점입니다. 그건 조사 방법을 바꾸면 전과 전혀 다르게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에요. 때문에 더 근본적으로, 식품 체계 안에 오염물이 포함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일본의 방사능 식품 정책은 그걸 전혀 실현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걸 제대로 하려면 일본 정부가 적어도 날마다, 지금 후쿠시마에서 문제되는 지하수나 오염수나 공기, 그런 오염원들에 대해 현재 수치가 어떻게 나오고 있는지 공개해야 합니다. 그게 바다나 공기, 땅을 통해 식품으로 들어오는 거니까요. 그런 정보를 밝히지 않고서는 식품 방사능 정책의 기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김혜정 : 일본은 의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저는 일본에서 발표하는 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요. 어떤 식품을 선택할 때는 무엇보다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지난 5년 동안 모니터링을 해보니 지금 일본 사회는 식품 안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그래서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 규제를 해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할 건가 문제가 중요해지죠. 2013년 9월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 수입중단과 그 밖에 모든 식품에서 1Bq이라도 방사능물질이 검출되면 반송하고, 세슘 기준치를 370Bq에서 100Bq로 낮춘 건 후쿠시마 핵사고 뒤에 우리 정부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이에요. 그 때는 국민들 여론이 폭발하듯 반응했죠.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있었는데 수산물 재래시장이 거의 문을 닫을 정도여서 국내 수산업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고요. 여러 정치 상황 때문에 식품의약안전처에서 반대를 했지만, 새누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결정했거든요. 결국 정치가 결정하는 거예요. 현재 일본산 식품에 대한 관리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규제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방사능오염 식품이 140여 건 정도 수입됐는데, 어쨌든 지금은 정부 발표로는 한 건도 들어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번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우리 정부가 자초한 것이 커요.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한 지 1년 만에 우리나라 외교부가 먼저, 과학적 위해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세계무역기구에 제소될지 모른다며 수입 제한 해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거예요. 수입 해제에 대한 조사를 한다며 민간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자료들이 전부 일본 정부가 제공한 자료에요. 일본 정부가 문제없다고 발표하는, 누리방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자료들이죠. 민간전문위원회도, '민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부분 관계부처 공무원들이고 식품 전문가는 유전자조작 식품에 찬성하는 사람, 방사능이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원자력공학과 교수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런데 해외 국가의 경우 오스트리아는 대학 연구소의 결과를 기초로 일본의 식품 방사능 검사 항목에 스트론튬 추가를 제안했어요. 프랑스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 오염에 대한 자체 보고서를 만들었지요. 우리 정부는 정부 차원 조사는커녕 세계무역기구 제소에 대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요.

"무엇보다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일본 사회는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입니다."(김혜정)

"식품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오염원 통제'입니다. 첫 출발지에서 위험 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송기호)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잠정 수입금지 조치는 시민 요구에 의해 통과됐어요. 시민사회가 감시하고 활동하는 만큼 사회는 바뀝니다."(김혜정)

"세계무역기구 체제도 나라마다 식품, 검역 주권을 가지되, 다만 일정한 과학적 근거를 갖출 것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런 허용된 권리마저 포기하고 있습니다."(송기호)

ⓒ프레시안(손문상)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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