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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죄와 명예훼손,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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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죄와 명예훼손, 차이는?

[작은책] 사이버 모욕죄의 명암

은철 씨는 전직 대통령 한 분을 무척 존경합니다. 그런데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A가 그 전직 대통령을 조롱했습니다. 은철 씨는 A에게 댓글로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조롱과 모욕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A는 오히려 은철 씨를 조롱하고 욕설을 했습니다. 은철 씨는 모멸감에 분이 풀리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학생 철수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롤)'를 아주 좋아합니다. 다섯 명씩 팀을 이뤄 진행되는 이 게임에서 철수와 B는 같은 편이 되었습니다. B는 자신이 분당 사는 대학생 B라고 하면서 '파이팅'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게임이 시작되자 B는 전혀 게임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철수네 팀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졌고, 화가 난 철수와 친구들은 B에게 상스러운 말을 했습니다. B는 철수와 친구들을 사이버 모욕죄로 고소했습니다.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은 철수의 부모님은 아직 중학생인 철수에게 '빨간 줄'이 그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철수 부모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은책

인터넷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먼저 은철 씨처럼 피해자가 된 경우, 은철 씨는 '사이버 모욕죄'로 A를 고소할 수 있습니다.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비슷한 것 같지만, 좀 다릅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인격적 평가를 낮출 목적으로 진실한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품성, 명성, 신용 등 객관적인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입니다.

이에 비해 모욕죄는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추상적인 평가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을 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즉, 조롱과 욕설의 경우는 모욕죄에 해당합니다. 위 두 죄는 모두 다수의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져야 하고(공연성),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피해자의 특정). 인터넷 댓글은 누구나 볼 수 있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되고 고정 아이디를 사용하는 등으로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태라면 모욕죄는 성립합니다.

이제 은철 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화면을 갈무리(캡처)해 증거를 남기는 것입니다. A가 은철 씨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롱하고 욕설을 했다면 그런 화면까지 모두 캡처해서 경찰서나 검찰청에 고소를 하면 됩니다. A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있습니다. 민사상 위자료는 A의 형사처벌 여부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만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 인정받기 쉬워집니다.

모욕죄는 친고죄, 즉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 처벌을 받는 죄입니다. 따라서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은철 씨가 고소를 취소하면 고소가 없는 상태가 되어서 A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A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금전으로나마 은철 씨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합의금을 지급한다면 은철 씨는 A에 대한 고소를 취소함으로써 사건을 끝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민사소송을 따로 하는 것은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작은책

철수처럼 가해자가 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B는 철수가 무릎 꿇고 빌고 합의금을 주면 고소를 취소하겠다고 했습니다. 부모님보고 무릎을 꿇으라고 해도 할 판이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철수 아버지가 경찰서에 가보니, 경찰관들이 B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도 여럿을 고소했기 때문이랍니다.

알고 보니, B는 중·고등학생들이 PC방에서 '롤'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인 오후 5~6시경 게임을 시작했다가 곧 손을 놓아 버리고는 욕설을 들었다는 이유로 학생 여럿을 고소한 사람이었습니다. 합의금을 노린 고소 남용입니다. 물론 죄 없는 사람을 고소한 것이 아닌 한, 고소 남용 자체를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B가 철수나 철수의 부모를 협박하거나 합의금으로 지나치게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공갈죄 또는 부당이득죄가 될 수 있습니다.

ⓒ작은책

최근 몇 년 사이 사이버 모욕죄 고소사건은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사건 절반 이상이 '롤'에서 발생했습니다. '롤'의 게임 특성상 욕설이 많이 오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중·고등학생들의 욕설을 유도하여 고소를 하고 합의금을 챙기는 사람들도 여럿 있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지난해 4월경 고소 남용에 해당하고 가해자가 반성하고 댓글을 삭제하는 등 정상 참작 사유가 있는 경우,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활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B가 고소 남용에 해당한다면, 철수는 반성하고 교육받는 것을 전제로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고소 남용이 아닌 경우, 철수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B가 고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합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철수와 부모님이 이런 곤욕을 치르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터넷에서 절대 상대방에게 욕설하거나 조롱하지 않는 것입니다.

월간 <작은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시사, 정치, 경제 문제까지 우리말로 쉽게 풀어쓴 월간지입니다. 일하면서 깨달은 지혜를 함께 나누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찾아 나가는 잡지입니다. <작은책>을 읽으면 올바른 역사의식과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깁니다. (☞바로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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