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타이완)에서는 두 달여 후인 5월 20일에 차이잉원 총통의 신(新)정부가 출범한다. 차이잉원(蔡英文)의 경제 정책은 이렇게 전망해볼 수 있겠다.
첫째, 친서민 정책이다. 대만도 빈부 격차와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부동산 가격 급등, 수출 및 투자 위축, 내수 부진 등이 겹친 탓이다. 청년층은 특히 고단하다. '22K'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데, 청년들의 평균 임금이 2만2000대만달러(약 80만 원)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려 주는 말이다. 한국의 88만 원 세대와 비슷한 얘기다. 따라서 대만의 신정부에 민심 보듬기는 시급한 과제다. 공공 임대 주택 건설과 민생 인프라 구축 사업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둘째, 구조 개혁이다. 신정부는 '스마트 타이완(Smart Taiwan)'을 모토로 산업 구조 개편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녹색 에너지, 방위, 첨단, 바이오, 스마트 정밀 기계 등 5대 신산업 분야가 핵심이다. 연구개발(R&D)과 상용화에 예산과 정책 지원이 따르고 시장이 생길 것이다.
셋째, 신남향(新南向) 정책이다. 과도한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 진출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리스크는 줄이고 새로운 기회는 늘리려는 대책이다.
넷째, 통상 협력 강화다. 신정부는 메가(Mega) 자유무역협정(FTA) 가입을 최우선 통상 정책 과제로 삼는다. 양자 FTA 가입에도 적극적이다. 돈육 검역 문제 등 쟁점이 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에 가능한 빨리 가입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과의 양안 상품 무역 협정은 앞으로 민감성이 완화되는 대로 후속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대만은 우리의 주요 교역 대상국임에도 그동안 서로 관심이 덜했다. 한국도 대만도 워낙 중국 비즈니스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신정부 출범은 한국-대만 관계를 재구성하는 좋은 기회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전략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신정부는 노동 개혁, 임대 주택 건설, 신산업 육성, 사업 구조 개편에 적극 나설 것이다. 이와 함께 추진될 소비 시장 활성화와 신산업 비즈니스 창출 조치는 한국-대만 기업 간 새로운 협력의 장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대만 시장에 진출한다기보다는 대만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협력하는 접근법이 바람직하다.
이제까지 한국에 대한 대만의 시각은 몇 단계를 거치며 변해왔다. 1991년까지는 한국을 혈맹으로 보았다. 단교 후 반한(反韓) 정서가 확산됐고, 경쟁 의식이 폭넓게 퍼졌다. 이어 한국과의 경쟁에서 이미 뒤졌다는 인식이 나왔다.
앞으로는 '한국 배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엿보인다. 국제 통상 협력 분야에 전향적으로 나서려는 대만에게 가장 좋은 모델이 한국이다. 실제로 대만은 통상 정책과 환율 정책 등에서 한국 학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는 한국이 대만에서 배울 분야다. 중국 내수 시장 진출 전략도 그렇다.
한국과 대만은 많은 분야에서 경쟁 상대다. 하지만 동시에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많다. 거시적으로 보면 경쟁 상대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조력자다. 중국이 양적 팽창을 하던 시기에 한국과 대만이 경쟁을 했다면 이제는 협력할 분야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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