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개막사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경제 살리기'를 전면에 내 세운 CEO형 대통령으로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적 외부환경에 대한 우려감을 피력한 발언이다.
최근 비난여론이 압도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논란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새 정부가 '경제 살리기'의 전제 조건으로 내 세워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 의회 비준과 직접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
"쉬운 길로 타협하지 않겠다"
'정면돌파'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많은 고통과 인내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변화와 개혁은 일시적으로는 불편하고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그래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모든 것이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만, 힘들다고 해서 결코 정도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며 "쉬운 길로 타협하는 것이야말로 수많은 국가들이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전철을 되풀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산 쇠고기 논란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연일 참석인원이 늘어나고 있는 촛불집회와 지난 2002년의 '여중생 사망사건' 촛불집회를 함께 언급하면서 "일각에서 '어게인 2002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효순·미선양 사건처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토론 구조를 벗어나 국민 정서의 약한 고리를 막 흔들면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대치구도나 사회적 증오의 증폭과 확산으로 가는 건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촛불시위에 중고생들이 60%를 차지한다는 이런 식의 논의 진행은 곤란하다"며 "이른바 (청소년) 놀이문화가 부족하니까…, 촛불집회에 가면 재미있지 않느냐"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이어 그는 "문자 메시지로 '(촛불시위에) 가 보라'고 하는 게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쪽에서 부추기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의혹을 갖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소위 '정치적 배후설'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날 이 대통령에 대한 온라인 탄핵서명이 100만 명을 넘긴 것을 두고도 "남의 이름을 빌리기도 하고, 아이피를 바꾸기도 하고…"라고 폄하하면서 "속된 말로 사나이 가는 길에 눈도 오고 비도 오는 것 아니냐. 쇠고기 문제도 진실이 드러나고 여론이 진정되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긍정론이나 여론이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승수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지도부, 조·중·동 등 친여 매체가 쇠고기 협상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인터넷 괴담'으로 치부하고 한목소리로 '진압' 의지를 드러낸 것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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