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배우 소피 마르소(49)가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수상을 거부했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 등 유럽 언론에 따르면 마르소는 최근 프랑스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한 데 항의하는 의미로 훈장 받기를 거절했다.
마르소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우디 왕세자에게 레지옹 도뇌르가 수여됐다. 그의 나라에서는 작년에 154명이 처형됐다"며 "이것이 내가 레지옹 도뇌르를 거부한 이유"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가 인권단체의 비난을 받는 사우디의 왕세자에게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한 것을 비판하며 자신은 그가 받은 것과 똑같은 훈장을 수락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마르소의 이 같은 발언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4일 엘리제 궁을 방문한 모하마드 빈나예프 사우디 왕세자 겸 내무장관에게 프랑스 최고 훈장을 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 1월 초 사우디가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의 사형수를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테러 혐의로 전격 처형하자 이를 맹비난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당시 처형을 주도한 주요 인물에게 최고 권위의 훈장을 수여해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13살의 나이에 출연한 영화 '라 붐'에서 청순한 외모로 일약 세계적인 청춘스타로 떠오른 마르소는 대부분의 청춘스타들이 그렇듯 '반짝' 스타로 그치지 않고 지천명을 눈앞에 둔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장편 '사랑한다고 말해줘'(2002)로 연출에 도전하기도 했던 그는 스크린 뒤편에서도 다양한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환경보호 운동에도 참여하는 등 사회운동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14년에는 동거녀와의 결별로 이어진 올랑드 대통령의 열애 스캔들과 관련해 "올랑드는 비열한 겁쟁이"라는 거침없는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레지옹 도뇌르는 1802년에 나폴레옹에 의해 만들어진 상으로 국가에 현저히 공헌한 군인과 일반인에게 주어진다.
그동안 제라르 드파르디외, 카트린 드뇌브,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포드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이 훈장을 받았다.
반면, 훈장을 거부한 이들도 적지 않다.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작년에 올랑드 정부를 비판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프랑스의 저명한 만화소설가 자크 타르디 역시 2013년 정치적 영향을 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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