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3년째 신흥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제결제은행(BIS)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7.2%로, 17개 조사 대상 신흥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 다음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신흥국은 태국(70.8%), 말레이시아(70.4%), 홍콩(67.0%), 싱가포르(60.8%) 등이었다.
최근 기업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의 가계부채는 38.8%로 집계됐다.
한국의 주요 신흥국 가운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위 국가로 꼽힌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962년 4분기까지만 하더라도 1.9%에 불과했지만, 2000년 50%대, 2002년 60%대로 진입하며 가파른 속도로 치솟았다.
특히 2002년 2분기 기준 가계부채 비율이 62.5%를 기록하며 당시 신흥국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가 최악 수준이던 홍콩(61.4%)을 앞질렀다.
이후 한국은 13년 넘도록 줄곧 다른 신흥국들보다 압도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로 꼽혔다.
이웃 국가 중에서는 일본이 상대적으로 가계부채가 심각한 국가였다.
일본의 가계부채 비율은 2000년 1분기 74.4%까지 기록하는 등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급격히 감소했다.
한국은 2006년 2분기에 67.5%의 가계부채 비율을 보이면서 일본과 같은 선상에 올라섰으며, 같은 해 3분기 일본을 앞지르면서 한·중·일 아시아 국가 중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됐다.
BIS가 조사한 선진국 24개국과 합쳐 비교하면 한국은 41개국 가운데 8번째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스위스로 124.2%에 달했으며, 호주(123.1%), 덴마크(122.9%), 네덜란드(111.4%), 캐나다(96.0%), 노르웨이(93.0%), 뉴질랜드(91.3%) 등이 뒤를 이었다.
영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86.4%로, 한국보다 낮았다.
스위스, 덴마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은 모두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다.
이들 국가를 비롯해 저금리,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에서는 대출 여건이 완화되고 자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관찰된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덴마크의 경제성장률이 의미 있게 올라간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 위원은 "2007년 위기 이후 5년 가까이 침체기를 겪던 유럽 부동산 시장이 바닥에서 올라오려던 무렵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의 강력한 통화완화정책이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설명했다.
BIS도 보고서를 통해 "최근 몇 년간의 저금리 여건은 고위험 대출자에게도 대출 여건을 완화했다"며 "2014년 중반 이후로 시장 불안이 퍼질 때면 고위험 대출이 유례없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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