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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이 일하다 눈 머는 나라를 뭐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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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이 일하다 눈 머는 나라를 뭐라 할까요?"

[이 주의 조합원]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최근 발생한 메틸알코올 중독 사건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나 피곤해' 라는 글자가 얼굴에 쓰여 있는 듯했다. 노무사이기도 한 그는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이기도 하다. 후원회원인 프레시앙 시절부터 프레시안을 애정하고 있었단다.

애정 한다길래 다짜고짜 질문했다. '프레시안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프레시안에는 이미지가 있어요. 심층 분석이라고 해야 할까. 세상을 알고 싶을 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할 때,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그렇구나' 하고 낚이는 게 있어요.(웃음)"

장점은 그렇다 치고 단점으로는 뭐가 있을까. 박 조합원은 "안 알려주고 싶다"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단점을 꼭 알고 싶어요? 이미 많이 들었을 텐데...(웃음) 프레시안의 장점이 '프레시안이다'라면 단점도 '프레시안이다' 정도로 이야기할래요."

메틸알코올 중독 사건에 매진하는 박혜영 조합원

집요하게 더 묻고 싶었으나 시간 관계상(?) 프레시안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했다. 말했다시피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다.

그가 속한 노동건강연대를 소개하면, 한국의 노동안전보건시스템이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인식 아래,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려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을 추구하는 단체다. 산재보험 개혁 운동 뿐 아니라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는 큰 문제의식 아래 추진되는 기업살인법 제정 운동,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그간 그가 소속해 있는 노동건강연대와 여러 사업을 함께해 왔다. '조선소 잔혹사'도 노동건강연대와 함께한 기획이다.

그런 조직에 속해 있는지라 박 조합원의 주된 일은 '기업의 탐욕에 무너지는 노동자 건강권 지키기'다. 요즘 메틸알코올 중독 사건에 매진하는 이유다.

지난 2월 4일 삼성전자에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하는 3차 협력업체 20대 노동자 4명이 메탄 급성 중독으로 시력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3명은 현재 실명 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2일 인천 남동구 소재 휴대전화 부품 가공업체에서는 28세 여성 노동자가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시력 손상을 당했다. 이로써 메틸알코올 중독 환자는 현재까지 총 5명으로 확인됐다.

여러 지역과 사업체에서 중독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환자들의 중독 수준이 실명에 이를 만큼 심각했다. 덩달아 박 조합원의 행보도 바빠졌다.

▲ 박혜영 조합원. ⓒ박혜영

"남의 상처 긁어내는 게 가장 힘들어요"

"열일 젖혀두고 메틸알코올 급성중독에 매달리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다른 업무는 거의 못하고 있죠. 대기업 하청노동자 사망 산재 모니터링이라든지...일상 업무는 아예 접은 상황이에요. 제가 속해 있는 조직이 작기도 하고 지금 상황으로는 여력도 안 되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메틸알코올 급성중독이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이 일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 앞으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난 2일에는 기자회견도 진행했어요."

하지만 박 조합원 의도대로 많은 사람에게 알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기업과 노동, 특히 건강의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를 이해시키는 게 만만치 않다.

"요즘은 메탄올 급성중독 관련해서 기자들에게 문의 전화가 많이 와요. 그런데 잘 이해하지 못해요. 하나하나 처음부터 설명해야 겨우 이해해요. 그렇게 기자 한 명 한 명을 상대로 A부터 Z까지 반복해서 설명하려니 쉽지가 않네요. 기자들도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데 대중들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겠죠."

그나마 기자들을 이해시키는 일은 수월한 일이다. 박 조합원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현장에서 아프고 다치게 되는 노동자들을 만날 때다. 직업상 그들이 어떤 일을 하다가 어떻게 다치게 됐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그때가 자기에게는 가장 곤욕스럽단다. 남의 상처를 긁어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현장'과 조우해야 지금 시대를 사는 노동자의 진짜 현실과 맞닥뜨린다고 생각한다. 메틸알코올 급성중독 사건도 마찬가지다. 피해 노동자가 어떻게 일하고 있었는지를 알아야 현재 노동환경의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번 메탄올 급성중독 피해 노동자는 자신이 메틸알코올이라는 물질을 사용했는지도 모르고 일했다. 더구나 제대로 된 보호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노동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내용들이다.

"일하다 눈이 실명하는 상황을 더욱 확산하고 싶은가"

박 조합원은 이런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를 조장하는 원청업체(삼성, LG 등),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정부의 합작품이라는 것.

"이번 사고는 파견법을 위반한 사업장에서 벌어진 사고예요. 영세 제조업체 밀집지역에 불법파견 사업장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정부는 그간 파견법 감독을 하지 않았죠. 현실이 이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노동법 개정을 통해서 파견 노동자를 확산하려고 해요. 지금의 문제는 해결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되레 지금의 문제를 더 키우는 셈이에요."

그래서 박 조합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고 싶단다.

"청년들이 일하다 눈이 멀게 되는 상황을 더욱 확산하고 싶은가요?"

4월 '살인기업 선정' 진행

더 물어볼 게 많았지만 이쯤에서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어봤다. 박 조합원은 "단체가 작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고 답했다.

당장 4월에는 매년 진행하는 '살인기업 선정'을 준비 중이다. 노동건강연대에서 11년째 하는 일이다. 박 조합원은 "이렇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진행하면서 기업의 탐욕이 노동자를 어떻게 병들고 죽게하는지, 정부는 어떻게 방조하고 있는지 알려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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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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