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문건 유출 파문으로 새누리당은 4일 뒤숭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당이 공천에 참고하기 위해 진행한 여론조사 일부가 대량으로 유출되며 당의 일부 후보들은 '해당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 공천에 참고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 관련 기사 : 새누리, 공천 후보 여론조사 결과 유출 파문)
대구 지역 비박계 현역 의원인 김희국 의원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내어 "누가 어떤 의도로 공식 보고 자료를 재편집해 유출했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공천관리위원회는 공정한 룰이라는 심판자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고, 현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사기를 더는 침체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유출의 진원지가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중 일부일 것이라는 당 안팎의 추정을 반영한 주장이다.
김 의원은 해당 여론조사의 설계 자체가 불공정하게 되어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후보의 성명을 차례로 호명하는 과정에서 로테이션 방식이 아니라, 가나다 순으로 한 고정식으로 했다"면서 "이는 1번 후보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불공정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통상 여러 후보의 지지도를 묻는 자동응답(ARS) 여론조사가 진행될 시, 후보들을 조사 대상자에게 불러주는 순서는 '순환'하도록 조사가 설계된다. 이는 가나다순, 또는 기호순으로만 후보를 호명할 시 뒤에 호명되는 후보가 불리해지는 문제를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함이다.
김 의원은 또 "(각 지역) 500개라는 지나치게 적은 샘플 수로는 공정한 여론조사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여론조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에게는 상식"이라면서 "게다가 (전화면접이 아닌) ARS 방식이라면 그 신뢰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이처럼 당이 공천에 참조했다는 여론조사가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주장이 나옴에 따라, 해당 여론조사를 공천에 참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일파만파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 진행할 시 '경선 불복'과 같은 사태도 충분히 예상된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해당 여론조사가 공관위에서 유출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절대로 (유출 문건이) 공관위원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면서 "(공관위원들에게 유출 여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유출된 자료가 일부 원본의 내용과 다르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공관위원인 홍문표 사무1부총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여의도연구원에서 우리(공관위)가 자료로 쓰기 위해 한 것이 맞다"고 인정한 후 다만 "밖으로 나간 건 숫자와 지역, 이름 이런 게 다르다. 숫자가 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서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 유출 파문은 공천을 앞두고 심화해 온 새누리당 내 친박-비박 간 계파 갈등이 그 배경이자, 또 동시에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거란 면에서 당내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벌어진 '살생부 파동'이 상향식 공천을 고집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국면으로 매듭지어졌다면, 이번 자료 유출 사건은 모략의 주범으로 친박계가 지목되면서 이한구 위원장 등에게 불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 관련 기사 : 與, 살생부 논란에 '흔들'…김무성 사과로 봉합?)
이런 가운데 한 친박계 실세 의원이 비박계인 유승민·이종훈 의원과 서울지역의 친 유승민계 예비 후보자 등 3명을 "반드시 죽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노컷뉴스>는 지난 1월 말 서울에 지역구를 둔 범(凡) 친박계 의원 10명가량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친박계 실세 의원이 이 같은 말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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