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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내부자'가 삼성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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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내부자'가 삼성 사외이사?

경제개혁연대, 삼성 계열사 9곳 사외이사 후보 조사

삼성그룹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이재용 체제' 삼성은 전보다 '주주 친화적'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던 과거와는 확실히 다르다. 주주 가치를 앞세우는 경영 방식이 꼭 좋은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그 문제는 잠시 접어두자. 삼성은 지금 주주 친화적인 경영을 한다는 게 정말 맞나. 그걸 짚어보는 기회가 생겼다.

오는 3월 1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가 그 자리다. 삼성 주요 계열사가 이날 일제히 주주총회를 연다. 삼성전자는 주총에 앞서 제3자에 대한 신주발행 한도를 축소하고 분기배당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관 개정안을 내놓았다. 기존 주주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내용이다. 삼성물산 등 대부분의 계열사는 이사회 의장을 종전과 다른 방식으로 선임하는 정관 개정안을 공시했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사 가운데서 의장을 선임한다는 내용이다. 전에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었다. 새로운 방식이 총수의 전횡을 막기에는 유리하다. 주주 입장에선 역시 반가운 일이다.

삼성 사외이사인가? 삼성 방패막이인가?


그러나 문제는, 제도 그 자체가 아니다.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사 선임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 결의를 통해 뽑아봤자 소용이 없다. 핵심은 사외이사 선임이다. 총수의 입김, 기업 내부자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사외이사가 선임돼야 한다. 그래야 이사회가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삼성이 공시한 사외이사 후보자의 면면은 이런 조건에서 거리가 멀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회사는 총 15곳이다. 최근 매각된 회사들은 제외한 수치다. 이 가운데 9곳이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공시했다. 그런데 이들 9개 계열사의 사외이사 후보 대부분이 삼성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겹치는 인물이다. 독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만 한다면, '주주 가치 경영'은 물 건너간다.

경제개혁연대는 24일 삼성 계열사 9곳의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내놨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들 계열사 사외이사 후보들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인사라기보다는 '삼성 방패막이' 역할을 할 만한 인사들"이라고 평가했다.

굳이 성균관대 교수가 삼성 사외이사 맡아야 하나

삼성전자 사외이사 후보인 송광수 변호사는 전직 검찰총장이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해 왔다. 김앤장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 측을 대리했었다. 사실상 삼성 측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셈이다.

역시 삼성전자 사외이사 후보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성균관대학교는 삼성 계열 학교 법인이다. 사실상 내부자를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운 셈이다. 박 전 장관은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과 오랜 친구 사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른 사외이사 후보 중에도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유독 많다. 김민호 제일기획 사외이사 후보, 황대준 크레듀 사외이사 후보 등이 모두 현직 성균관대학교 교수다.

문재우 호텔신라 사외이사 후보는 지난 2010년부터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맡고 있다. 율촌 역시 삼성 편에서 소송을 대리한 경력이 있다. 손병조 삼성화재 사외이사 후보와 문경태 삼성증권 사외이사 후보는 각각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을 맡고 있다. 이들 로펌 역시 삼성과의 관계가 밀접하다. 세종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간의 4조 원대 유산 소송에서 이건희 회장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바 있다.

'경제 민주화' 비난하며 '주주 가치 경영'?


김두철 삼성생명 사외이사 후보는 상명대학교 부총장이다. 그는 지난 2006년 생명보험사 상장 논란 당시 생명보험사들의 입장을 옹호했다. 삼성생명이 대표적인 수혜자다.

조동근 삼성화재 사외이사 후보는 명지대학교 교수다. 그는 재벌 관련 토론회의 단골 패널이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언론 기고 및 인터뷰도 활발한데, '경제 민주화' 주장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운영 자금을 대는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의 함정>이라는 책자를 냈다. 조 교수의 글도 실렸는데, 그는 "경제 민주화는 크게 보아 헌법 조항, 작게 보아 헌법의 '어귀'에 지나지 않는다. 논증 없이 헌법 정신이라는 당위로 제시되는 경제 민주화만큼 불편한 진실은 없다"라고 적었다. 헌법의 '경제 민주화' 조항에 대한 극단적인 반감이 묻어난다.


재벌 총수가 정당한 지분 이상의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끔 하자는 게 '경제 민주화' 주장의 한 축이다. 따라서 '경제 민주화'가 진행되면, 소액 주주에겐 반가운 일이다. '경제 민주화'를 오랫동안 주장했던 전문가들이 '주주 가치 경영'의 옹호 집단과 대체로 겹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경제 민주화' 주장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학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게 '주주 가치 경영'에 어울리는가.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지난 24일 "박근혜 정부 4대개혁 평가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마련한 토론회에서도 조동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로 1년 이상 경제 민주화에 취해 저성장의 국면을 해결 못한 것은 실책"이라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집권 초기에 '경제 민주화' 기조를 따랐고, 그게 잘못이라는 것. 확실히 논란이 될 만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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