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공관장이 인사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데다 최근 단행된 공관장 인사에서 '이명박의 사람들'이 대거 발탁되면서 일고 있는 '보은인사' 논란과 맞물려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 편만 기용하는 게 실용이냐"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박석진 총영사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발송한 메일을 통해 "공관 개관식을 바로 하루 앞둔 지난 15일 정부로부터 해임통보를 받았다"며 "무능하다거나, 불성실하다거나, 전임 정권에서 특정한 힘이 작용돼 임명됐다거나, 정식 시험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전 정권에서 임명된 특임대사라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박 총영사는 "다른 잘못이 없는데 오직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이라는 이유로 한 국가를 대표하고 있는 공관장을 신설 공관장 개관식을 바로 앞둔 시점에 해임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인가를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월23일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정식 인가장(exequatur)을 받은 것과 관련해 "공식활동을 시작 한 지 불과 2개월도 안 된 시점에 개관식 하루 전에 갑자기 경질을 통보하는 게 실용과 통합을 외치는 이명박 정부의 바른 처사인지 묻고 싶다"고 따져 묻기도 했다.
특히 최근 일고 있는 '보은인사', '낙하산 논란'과 관련해 박 총영사는 "대선 캠프에서 일한 사람들을 공관장으로 임명해 보은인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 분들은 과연 자격시험 절차를 통해 능력과 경력이 검증됐느냐"고 지적했다.
박 총영사는 "그렇게 편협하게 국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그릇이 커야 물을 담을 수 있다"라고까지 했다.
이어 그는 "실용정부라는 기치대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실용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내 편에 선 자만이 실용이라는 식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기만 하면 공무원 조직을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뒤흔드는데 이 또한 군사독재의 잔재"라며 "이런 식의 독선과 횡포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이런 독선의 잔재를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엿다.
'보은인사' 논란 증폭…'美 시민권' 총영사는 끝내 자진사퇴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 시민권자로서 애틀란타 총영사에 내정돼 눈총을 샀던 이웅길 내정자가 결국 자진 사퇴하는 등 새 정부의 '보은인사 논란'에 따르는 부작용도 점차 증폭되는 모양새다.
이 내정자는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에서 해외파트를 담당했던 '이명박맨' 중 하나다. 최근 애틀란타 총영사에 내정된 뒤에는 "대한민국 국적자가 아닌 사람은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 내정자는 외교부가 지난 16일 "미국 시민권자 신분은 국적 회복절차를 밟고 있으니 문제가 없으며 교민사회에서는 오히려 능력 있는 교포가 총영사로 부임하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외교부 측이 밝혔다.
이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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