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1일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개성공단이) 김정은 돈줄이다, 북한의 돈줄이다, 통치자금이다 그러는데 그것은 단견 중의 단견"이라며 "이번 조치는 박근혜 정부가 통일의 핏줄을 끊은, 통일의 동맥을 끊어버린 결과라고 나중에 평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중국이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도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특히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에 흘러들어가는 것과 핵개발, 미사일 개발은 별개라고 주장했다. 개성공단 수익이 없었다고 해도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이자, 해결의 실마리는 북미, 북중, 그리고 미중 관계라는 게 정 전 장관의 주장이다. 우리 정부는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도, 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으로) 작년에 1억 달러가 갔는데, (역대에 비교해) 제일 많이 갔다. 그런데 북한이 이것 말고도 미국과 사이 안 좋은 나라들 하고 한 무기 거래만 해도 10억 달러 씩 벌어 쓴다는 것이 미국 의회 조사국의 보고다. 우리 아니면 (북한이) 죽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가 이런 식으로 목줄을 조인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의 이유로 '중국의 북한 제재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먼저 희생한다'는 논리를 내놓은 데 대해서도 정 전 장관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움직이는 이유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 때문이다. 즉 북핵 문제를 핑계로 미국이 동북아 정세에 깊숙히 관여하는 것 자체에 대해 중국이 민감해 한다는 것이다. 북중, 북미 관계에 대한 진단이 잘못 돼 있으니 해결책도 엉뚱하게 나오는 셈이다.
정 전 장관은 "대북 제재에 있어서의 강도와 수위는 중국이 결정한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데 (같은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지금 강력한 대북 제재를 반대하지 않느냐. 그것은 '북한이 핵을 개발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핑계를 대고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압박해 들어오고 러시아를 압박해 들어온다는 생각 때문에 미국이 하자는 대로는 (중국이) 못하겠다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가 먼저 본때를 보여주고 마중물을 붓겠다는 식으로 개성공단을 문 닫는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이 이렇게 진정성을 가지고 북한을 제재하려고 하니까 우리가 협조해야 되겠다, 러시아가 협조해야 되겠다' 이렇게 나올 것 같느냐"며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가 성의를 다하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감동을 해서 대북제재의 강도를 높여줄 것이다? 국제정치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 솔직히 미국의 대중 압박 차원에서 사드 배치가 (진행)되는 것인데, 이것을 중국이 벌써 읽고 반발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대해서 앞으로 조치를 취할 텐데 이것 (개성공단 가동 중단) 한다고 해서 중국이 협조한다? 러시아가 협조한다? 난센스다"라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정부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혹독한 대가라는 것이 사실 할 말은 아니지만, 군사력으로 혼을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다. 미국한테 줬으니까"라며 "북한에 대해 군사적인 행동을 할 생각이 없는 미국, 미국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군사적 조치를 못 하는 한국, 그 입장에서 무슨 혹독한 대가라는 말을 쉽게 얘기하느냐"고 비판했다.
정 전 정관은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건 좋은데 북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는 핑계를 북한에서 찾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지금 이동식 확성기 20개를 투입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포함) 북한을 아프게 하겠다고 해서 들어간 돈이 얼마인가. 그것은 공짜인가"라며 "(향후 북한의 계속된 도발) 그것을 막는데 들어가는 돈이 또 얼마가 되겠느냐. 그러니까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고비용 저효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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