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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식량 위기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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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식량 위기의 대안

[함께 사는 길] ① 2016년은 '콩의 해'

UN은 2014년 '가족소농의 해', 2015년 '흙의 해'에 이어 올해를 '콩의 해'로 정하면서 3년 연속 농업을 그해의 주제로 삼았다. UN이 가족소농으로 농부를, 흙으로 농토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후 '농부들이 자신들의 땅에 무엇을 심어야 하는가?' 하는 구체적인 작물로 '콩'이라는 답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왜 콩인가? 콩이 식량 안보의 유력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수는 2050년 약 9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들을 먹이려면 2050년까지 현재보다 60%의 식량 증산이 필요하다고 UN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예측한다. 인구 증가가 식량안보의 첫 번째 위협인 셈이다. 현실화된 식량 안보의 위기는 기후변화, 위험하고 자원 낭비적인 농업생산소비 시스템, 육식의 증가라는 위험요소로 인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콩이 미래 식량 안보의 대안인 것은 이들 위험요소에 대한 대안이라는 뜻이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콩이 식량 위기의 대안인 까닭은 콩과식물이 그 자체로 질소비료를 만드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구는 2가지 중요한 화학적 순환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기후변화에 직접 관련된 탄소순환이고 다른 하나는 동식물의 성장과 생장에 관련된 질소 순환이다. 질소는 단백질의 주요 구성성분으로 모든 유기체 단백질의 기본 물질이다. 대기의 80%가 질소지만, 동물은 직접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육식을 통해 질소를 섭취하는 게 아니라면, 콩에 기댈 수밖에 없다. 콩과식물 뿌리에 기생하는 세균(뿌리혹박테리아 등)이 질소화합물로 대기 중 질소를 고정시킨 뒤, 그 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질소를 흡수하는 것이다. 질소는 대기에서 시작되어 세균을 거쳐 식물 그리고 사람 등 동물에게 들어오면서 동시에 세균을 거쳐 다시 대기로 가는 순환을 반복한다. 이 질소 순환이 생물들의 단백질 합성 메커니즘이다.

오늘날의 문제는 농화학산업의 발달로 공장에서 질소비료가 '너무 많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1890년 이후 100년간 지구상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질소총량은 1.3억 톤에서 2.8억 톤(t)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60%는 농화학공장이 생산한 화학비료에 의한 것이었고 콩과식물에 의한 것이 25%, 토지이용변화에서 유래한 것이 3%였다. 88%만 식량 생산에 사용된 것이다(UNEP. 1999). 질소비료가 과잉생산한 잉여분은 강과 바다로 흘러 환경을 오염시키고 기후변화를 가중시키는 질소오염원이 된다. 따라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줄이고 콩과식물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미래의 식량 안보에서 중요하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2009년, 밀, 쌀, 보리, 옥수수와 함께 5대 곡물의 하나인 콩의 생산 비중이 식용과 사료용을 합쳐 8% 정도였지만 콩에서 인류가 섭취한 단백질량은 총 단백질 섭취량의 30%나 됐고, 육류보다 더 많은 단백질을 콩의 식물성 단백질에서 얻었다고 보고(콩 단백질량 8900만 톤/육류 단백질 5700만 톤)했다. FAO의 보고서 '축산업의 긴 그림자(2006)'는 축산업이 배출한 탄소량이 지구 총배출의 18%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편 1에이커(ac)의 농토에서 콩(대두)은 161킬로그램(㎏), 쌀은 118㎏, 옥수수는 96㎏의 식물성 단백질을 얻을 수 있지만, 쇠고기는 겨우 9㎏의 동물성 단백질만 얻게 될 뿐이다. 이 막대한 차이 때문에 육식은 오늘날 지구 기후와 인류의 식량 안보를 해치고 있다. 2014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은 1961년부터 2011년까지 60년간 세계 식단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 세계적으로 육식은 2배 늘어났고 곡물에서 얻는 칼로리(㎉)는 4% 줄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기간 육식은 6배 늘고 곡물 섭취량은 50% 이하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육식을 줄이고 콩 섭취를 늘리는 것이 기후변화를 막고 식량 안보를 지키는 길이다.

현재 지구상 콩 재배면적은 1억 헥타르(ha)가 넘는다. 문제는 GM콩이 전체 콩 재배면적의 79%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별히 장을 중심으로 한 식문화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2014년 식용 콩 자급률이 30%에 불과하고 사료용을 포함한 총 자급률이 11%에 불과한 현실을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수입콩의 75%가 GMO이고 이들의 거의 전부(99%)가 콩기름 제조에 사용되지만, 불완전한 GMO표시제로 인해 시민의 선택권이 무시되고 있다. 이런 현실은 토종콩을 중심으로 한 콩 자급률의 확대가 우리나라 식량 안보에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는 것이다.

식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식물 지렛대인 콩은 현재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3국이 세계 총생산량의 80% 이상을 생산한다. 이들은 재배하는 대두(soybean)는 수출용이고 GM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존 원시림을 밀어내고 콩 재배지를 확대해 세계 2위 콩 생산국이자 1위 수출국이 된 브라질의 경우, 2013/2014 시즌 GM콩 재배 비중은 91%(USDA FAS GAIN report, 7/11/2014)를 넘는다. 한편 콩을 비롯한 브라질의 수출 위주 대농장들의 농약 사용량은 극적으로 증가해왔다. 2013년 브라질은 100억 달러의 농약을 구매했다. 이는 세계 농약시장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액수다. 수출용 GM콩 단일재배로 아마존을 벌목하고 비행기로 농약을 퍼붓는 농업이 콩을 미래의 식량 안보 파수꾼으로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지난 세기 100년 동안 곡물의 종 다양성은 75%나 축소됐고 2050년에는 현재 재배되는 작물의 3분의 1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세계인의 식단은 5대 주곡을 비롯한 12종의 주요 식물과 소와 돼지를 비롯한 5종의 동물에서 난 육류로 단순화됐다. 농업의 역사 1만 년 동안 인류는 1만 종이 넘는 농작물을 재배해 먹게 됐으나 단일 대량재배 시스템이 농업의 문법이 되자 유력한 재배 작물들이 150여 종으로 줄고 말았다. 이런 농작물 생태계의 단순화에 대한 엄중한 경고는 이미 1950년대 바나나의 주력 품종이던 '그로미셀'의 파나마병으로 인한 멸종사태와 미셸그로 품종을 대체한 '캐번디시' 또한 파나마병의 변종(TR4)에 의해 멸종 가능성이 제기되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미 캐번디시 재배지 4분의 1이 초토화됐다. 바나나의 위기에서 알 수 있듯이 농업과 식량의 지속가능성은 상품성 있는 대표단수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더 많은 품종들이 농지로 들어오는 다양성에 있다.

콩의 원산지인 한국의 현실을 보면 콩이 식량 안보의 주역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오늘날 콩 재배면적은 줄고 있다. 2014년 콩 재배면적은 전년대비 6.7%로 감소했고, 2015년에도 6퍼센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5)됐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국중 32위에 불과한 최하위 식량자급률의 나라 한국에게 콩은 콩이 아니라 식량 안보로 가는 생명줄이다. '가족소농이 토종콩을 자기 땅에서 재배하게 하라!'는 것이 지난 3년간 UN이 세계시민들과 각국 정부에 발신한 메시지이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 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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