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개별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면담을 했고 이들 중 대부분이 지난해 이뤄진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한 것과 관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정부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대협은 4일 성명서에서 외교부가 3명의 피해자에게 직접 의견을 청취했고 이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들었다는 것과 관련해 "정대협을 비롯한 피해자 지원단체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외교부가 직접 의사를 청취했다고 하는 3명의 피해자들 중 한 분은 외교부와의 만남에서 '결코 일본을 용서할 수 없다'는 절절한 심정을 밝혔다"면서 외교부가 사실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외교부는 이들 3명을 포함, 면담이 이뤄진 18명 중 14명의 피해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 "이분들은 대체적으로 정부에서 합의한 안을 수용하겠다고 말씀하셨고, 개별 보상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어 정대협은 "정부가 신분 노출 우려 등을 이유로 면담을 거부했다고 한 피해자들 다수는 정부 간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6명의 위안부 피해자들 중 정대협 쉼터나 나눔의 집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를 제외한 28명과 면담을 시도했으나, 이중 10명과는 "의사소통 곤란, 신분 노출 우려 등을 이유로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고만 설명했을 뿐 이들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대협은 "정부가 지난 20여 년간 말로 하기조차 힘든 성 노예 경험을 수도 없이 증언하며 거리에서, 전국 각지에서, 국제사회에서 정의 회복을 요구해 온 이 피해자들의 요구는 뒷전으로 밀어둔 채 여론 호도용 발표를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교부가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 "(긍정적 반응을 보인) 일부 피해자 중에는 소녀상 문제로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정대협은 "결국 소녀상 철거나 이전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게 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꼬집었다.
외교부가 일본의 논리를 반박하지는 않고, 오히려 피해자의 의견을 앞세워 일본의 논리대로 소녀상 철거나 이전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정대협은 "피해자들을 배제한 채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며 한일 정부끼리 합의하고 나서야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다니는 이 뒤바뀐 순서는 12.28 합의가 그랬듯 절차상으로도 맞지 않고 그 내용마저 신뢰할 수 없다"면서 "왜 진작 그렇게 열 올려 피해자들을 찾아 나서고 의견을 듣지는 못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정대협은 "(정부는) 시간이 없는 피해자들을 두고 숫자놀음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정부가 합의 전에는 피해자들을 사실상 '배제'해놓고 이제 와서 정부 합의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피해자들과 만남에 급급해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대협은 "비밀스럽게, 그리고 갈등을 부추겨가며 정부의 의도를 관철시키려는 모습은 앞서 일본 정부가 법적 배상을 거부하며 민간모금으로 추진했던 '아시아 여성기금' 지급 당시의 부도덕한 행태를 다시 보는 듯 실망스럽다"면서 "일본 정부도 아닌 우리 정부가 이 같은 행보에 나서고 있음은 절망스러울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정대협은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답변서를 유엔 인권기구에 내면서 한일 간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됐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로 홀가분하게 책임을 벗어버린 듯한 일본 정부의 작태가 비열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은 그저 뒷짐 지게 둔 채 잘못된 합의를 들고 다니며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책임을 떠안은 한국 정부의 작태는 볼썽사납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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