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첫 '독자 옴부즈만' 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소비자 조합원 옴부즈만 위원과 전홍기혜 편집국장, 강양구 편집부국장, 임경구 협동조합팀장이 참여했다.
원래 '옴부즈만'이란 국민들이 부당하고 부정한 행정 기관에 대해 고충 신청을 하면, 일정 권한을 가진 기구가 이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가 기관에 통지하며, 필요할 경우 개선 권고도 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가 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사기업이나 언론사에서도 자체 평가나 모니터링을 위해 옴부즈만 제도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프레시안 역시 지난 2013년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때부터 '독자 옴부즈만 모임'을 규약에 명시했다.
특히 조합원 한 명 한 명이 주인인 프레시안의 특성상 옴부즈만 모임은 소비자 조합원과 편집국이 기사의 방향에 대해 소통하고, 앞으로의 편집 방향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중요한 자리다.
여기에 조합원들이 프레시안을 만들어 간다는 협동조합의 기본 원리에 따라, 프레시안의 독자 옴부즈만 모임은 다른 언론의 '독자 위원회' 또는 '지면 평가 위원회'같은 기구들과는 달리 보다 많은 권한과 의무를 가진다.
예를 들어 다른 언론들의 옴부즈만 기능이 그동안 보도됐던 기사나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비평의 수준에 머무른다면, 프레시안의 독자 옴부즈만 모임은 <프레시안>이 가져가야 할 편집 방향에 대한 조언과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기능도 있다.
단순히 '평가'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편집 방향에 대한 논의까지 함께 하는 이유는 독자 옴부즈만 모임을 보다 생산적인 논의의 장으로 만들어 가기 위함이다. 또 기사와 편집 방향에 대한 조합원들의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이날 만남을 시작으로 앞으로 독자 옴부즈만 모임은 정기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기사를 통해 모임 결과를 독자여러분들께 알려 나갈 예정이다.
20대 총선,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첫 모임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총선'이었다.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프레시안>이 어떤 방식으로 보도를 하면 좋을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지난 2012년 <프레시안> 후원 회원에 가입했고, 이후 조합원이 되어 옴부즈만 모임에까지 참석하게 된 김동규 조합원은 '공약'에 중점을 둔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후보들이 얼마나 공약을 지켰는지 그 이행률을 보도하면, 유권자들의 선택에도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스스로에게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이나 세대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성향과 투표 경향 등을 분석하거나 르포 형식으로 전해주는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프레시안>이 기획했던 '30대 방담', '20대 방담'과 같은 기획이 이러한 기사 유형 중 하나다.
이날 옴부즈만 모임에 참석한 이주행 조합원은 "예를 들면 광주에서 20~30대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여론을 분석하는 형식은 어떨까 싶다"며 이번 총선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지역이나 세대를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기사를 제안했다.
'김제완의 좌우간에' 연재를 통해 <프레시안>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김제완 조합원은 기존 매체들이 하지 않는 것을 시도했으면 좋겠다며, 정치인들이 직접 글을 기고하는 형식을 제안했다.
또 김 조합원은 재외 동포 신문을 만들며 해외에서 오래 생활했던 본인의 경험을 살려, 선거에서 재외 동포들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외 국민들이 한국 선거에 참여하게 됐는데 여전히 '곁가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투표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면서 "이들이 한국 선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보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으로 정책 선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지적도 나왔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사실상 '파편화'돼 있는 상황에서 <프레시안>이 이들을 묶는 허브 역할을 담당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다. 이를 통해 분야별 전문가들을 네트워킹해서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와 관련, 김제완 조합원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담론 생산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알릴 공간이 없다"면서 "사실상 이런 사람들의 발언 욕구를 대변하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신문이 <프레시안>"이라고 평가했다.
김 조합원은 "무거운 담론을 담당하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의 요구도 충족시키고 <프레시안>이 허브 역할도 하면서 여기에 재미도 보완이 된다면 더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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