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으로 숨진 삼성반도체 근로자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백혈병이나 뇌종양이 아닌 난소암 발병과 삼성반도체 공정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판결은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이모(사망 당시 36세)씨의 부친이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씨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온양사업장에서 6년 2개월 근무하다가 1999년 구토와 복부팽만 등 건강이상으로 퇴사했다. 이듬해 좌측 난소 경계성 종양, 2004년 난소 악성종양과 직장 전이 진단을 받고 2012년 1월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석면ㆍ탈크ㆍ방사선 등 난소암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유해물질이 이씨가 작업한 공정에서는 취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씨가 장기간 주야 교대근무를 하며 유해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점을 고려하면 난소암 발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반도체 공정에서 에폭시수지 접착제 EN-4065, 8351C가 사용된 점에 주목했다. EN-4065에는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생식독성물질 페놀의 화합물이 포함된다. 8351C의 구성성분에도 독성물질이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근거가 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는 공기 중 유해인자 측정도 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재해 보상보험제도의 목적 등에 비춰보면 근로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정에 관해서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