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물갈이 필요하지만 새누리당 어부지리 안돼…安도 '통합적 국민저항체제' 말했다"
천 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 팟캐스트 <시사통 김종배입니다>가 공동 기획한 '정치통(通)' 방송에서 '호남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본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는) 저의 견해와 소신"이라며 "그게 정치적으로 얼마나 바람직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달성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신인이나 기성 정치인 모두 억울하지 않은 절차적 정의, 공정한 절차를 통한 경쟁을 통해 (물갈이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팟캐스트 바로듣기)
천 의원은 "저는 전략공천 반대가 아니라 전략공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사람"이라며 "진짜 전략적 관점에서 이뤄진다면 필요하다. 20%라든가 하는 일정한 비율 안에서라면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테면 여성과 젊은이, 뉴DJ들을 진출시키는 물갈이를 하는 데도 (전략공천이) 활용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호남에서의 경쟁은 제가 그리던 구도"라고 말한 천 의원은, 호남 이외 지역에서의 선거 전략과 관련해서는 신당의 구심점인 안철수 의원과 생각이 다르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비호남 지역에서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 없지 않느냐"며 "그런데 국민의당을 주도하는 분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이 부분이 (안 의원과) 저와의 관계에서도 조정해야 할 난제"라며 "저도 고민이 많은데 열어 놓고 가야겠다"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제 입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연대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만큼 기득권을 청산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야권연대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 온 안 의원과는 의견이 갈리는 지점이다.
그는 다만 "안 의원도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제안한 적 있다"며 향후 야권 연대 문제에 대해 안 의원을 설득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안 의원은 1985년 2.12 총선에서 신민당이 민한당을 참패시키고 새로운 (제1)야당이 된 그런 구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떤 정세로 흐를지 보아 가면서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 의원이 '한국 사회(의 문제)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문제'라고 한 것에 공감한다"며 "잘못하면 갈등이나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신음하는 대다수 국민을 위해 수구 세력에 대항하는 것이 '통합적 국민저항체제'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에 대해 자신이 "뉴라이트적 역사 인식"이라고 비판했던 점을 지적하며 '이런 문제는 당을 같이하기 어려운 수준의 이견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이견을 강조하면 그렇게 되겠지만,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며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했다.
단 그는 안 의원이 이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는 "저는 원래 선진화법에 비판적인 사람"이라며 자신도 비슷한 의견이라고 했다. 그는 "과연 개혁 세력이 집권하면 어떻게 되겠나"라며 "최근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가 처음에 합법화된 것은 김대중 정부 당시 날치기 처리(1999년 1월)해서 된 것이다. 보수는 '지금대로 가자'는 것이니 바꿀 게 많이 없을 수도 있지만, 개혁 세력이 집권하면 결국 국회에서 법과 제도를 고치는 것을 통해 개혁을 이루려 할 것 아니냐"고 했다.
더민주 선대위원장 제안 거절 이유는? "들러리만 설 이유가 없다"
천 의원은 자신이 더민주의 선대위원장 제안을 거절하고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선택한 데 대해 "문제는 (더민주 선대위원장이 됐을 때) 실제적인 힘이 주어지느냐"라며 "들러리만 설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종인 위원장도 들러리를 서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좀더 지켜봐야겠다"며 "진심으로 패권주의 문제들이 잘 극복되기 바란다"고만 했다.
더민주 일각에서 통합 이후의 지분 논의가 있었다고 한 데 대해서는 "완전한 왜곡"이라며 그는 "그 쪽에서 오래 전부터 저한테 여러 요청이 있었다. 뉴DJ를 (정계에) 진출시키겠다는 게 무슨 '호남 공천권 달라' 차원의 얘기는 아니지 않느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지분이 작아서 (더민주와 통합을) 못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국민의당과도 지분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했다.
천 의원은 자신의 최대 목표가 정권 교체라고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관련 기사 : 천정배 "호남 신당? 내 관심은 정권교체") 그런 그에게 물었다. '천 의원은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지만, 이른바 친노 세력을 빼고 정권 교체가 가능한 상황도 아니지 않느냐?' 그의 답은 이랬다.
"'사람'을 얘기한 게 아니다. 누구는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면 같이 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데 (친노 패권주의라는 것은) 그것과는 다른 문제다. 친노는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리라는 게 아니다. 다 같이 해야 한다."
천 의원은 정동영 전 의원에 대해 "국민의당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여당 대선후보까지 한 큰 지도자인데, 꼭 '진보'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과거에 비해 정 전 의원의 생각은 훨씬 왼쪽으로 갔지만, 꼭 그쪽만 고집할 게 아니라 더 넓은 세력과 전선을 형성하는 큰 틀의 결단을 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그는 "정 전 의원은 저와 정치 입문 동기이고 친구같은 사이"라며 "올해에만도 삼고초려를 했다"고 털어놨다.
박지원 의원에 대해서도 그는 "훌륭한 분", "귀중한 지도자 중 한 분"이라며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돼 있다고 해서 적어도 그것을 이유로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도 아닌 확정되지 않은 공소 사실로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안철수 의원이 '기소만 돼도 당원권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다른 의견이다. 이 점을 지적하자 그는 "그러니까 저는 그 점에 대해 (안 의원이) 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6선 의원 천정배의 역할은?
정권 교체를 지상 과제로 삼고 있는 그에게, 정권 교체 과정에서 천정배의 역할은 뭐냐고 물었다. 좀 집요한 질문일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물었다. '천정배는 정권 교체의 주연이냐, 조연이냐, 아니면 연출이냐?'
그는 "제가 지난해 4월 광주에 출마하면서 '호남 개혁 정치를 부활시키고, 야권을 재구성해 정권 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며 "그 목표를 위해 제가 가진 역량만큼 최선을 다해 헌신할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이같이 덧븥이기도 했다.
"저도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이제 '올드'한 정치인이 됐죠. (웃음) 광주에서는 0.25선이라지만 선수(選數)도 좀 됐고…. 오래 정치를 했고 헛된 일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헌신하고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뉴 DJ'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후배 정치인들, 젊은 사람들이 이 나라에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젊은 사람들이 많이 진출하게 북돋고 길을 여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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