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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벨트' 수문장, 김근태는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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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북벨트' 수문장, 김근태는 안전할까?

[총선현장]新보수 도전장 낸 신지호 "승산 있다"

한 쪽은 "여긴 접전지가 아니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 쪽은 "이미 우리가 따라잡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을 이틀 앞둔 7일 서울 도봉갑에서 만난 김근태 통합민주당 후보 측과 한나라당 신지호 후보 측의 상반된 이야기다.

MBC와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5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4.4%)를 벌인 결과, 신지호 후보는 37.3%, 김근태 후보는 37.0%로 조사됐다. 그런데 역시 코리아리서치가 KBS와 MBC의 의뢰로 지난 31일 조사한 결과는 김근태 후보가 38.0%, 신지호 후보가 30.5%였다. 오차를 감안해도 차이가 너무 크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평일 낮 조사였고 응답자 중에 주부 비중이 너무 높은 반면 직장인 비중은 턱없이 낮았다"며 "신뢰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도 "신지호 후보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지지율도 같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민주화의 상징'이자 도봉갑 지역에서만 내리 3선을 한 김근태 후보는 지역 연고라곤 전혀 없는 '전향한 신(新)우파' 신지호 후보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각 진영의 이론가로 꼽히는 두 사람은 모두 '총선 이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생존'이 먼저라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고 있었다.

정치신인의 도전적 슬로건 '도봉 성공시대'

정치신인이지만 신지호 후보의 사무실은 직선거리로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김근태 의원 사무실에 비해 훨씬 북적거렸다.

이런 사무실 풍경과 목이 완전히 쉬어버린 신 후보의 참모들 모습은 일단 '되는 집이구나' 하는 느낌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 신지호 후보는 '도봉 성공시대'를 약속하고 있었다ⓒ프레시안

신 후보의 핵심 참모는 "자체 조사 결과 우리 인지도가 55%에서 60% 사이인데 60%를 넘기면 100% 이긴다"면서 "지금도 이미 뒤집었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신 후보는 뉴라이트 이론가, 왕년의 민중민주계열 운동권 투사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인물이다.

하지만 거꾸로 뒤집어 보면 '아는 사람만 아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같은 핸디캡을 뛰어넘는 선전의 비결은 뭘까?

이에 대해 신 후보의 측근은 "김근태 의원이 인격적으로보면 흠잡을 곳이 별로 없는 인물이지만 지난 12년간 도봉에 무엇을 공헌했냐"면서 "우리는 '일류 도봉', '강남을 뛰어넘는 도봉'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신 후보와 함께 자유주의연대에서 활동해 온 이 측근은 "강남 것을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를 통해 강북 스스로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 뉴라이트의 정책이고 이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라이트의 정신이 도봉갑 주민들을 파고들고 있다는 이야길까? 이 측근은 "물론 뉴라이트 이념을 그대로 설파하는 것은 아니고 그건 대중운동도 아니다"면서 "실제로 와닿는 정책으로 녹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체적 공약이 그리 와닿진 않았다. 이 측근은 "예컨대 쌍문역 역세권을 재개발하고 여러 유인을 제공해 대기업 본사를 유치하면 지역 재정이 얼마나 좋아지겠냐"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해봤냐?'라지만 도봉구청이나 지역구 의원이 어떤 천지개벽할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쌍문역 출구 앞에 대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진 않았다.

강남 한나라당의 종부세와 강북 민주당의 지방공동과세

김근태 후보의 핵심 측근은 "다른 중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김근태가 도봉에 뭐해줬냐'는 질문이 곤혹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이 인사는 "우리가 한 일이 크게 모자라는 것도 아니지만 김 의원이 자기 자랑을 쑥쓰러워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또 구청에서 할 일이 있고 의원이 할 일이 있지 않냐"고 말했다.
▲ 김근태 후보는 열성적 지지자들에게 답을 주고 있을까?ⓒ프레시안

하지만 강북 주민 입장에서 볼 때 김 후보나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한 일이 없진 않다. 대표적인 것이 한나라당과 강남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과시킨 개정 지방세법이다.

공동과세를 통해 강남의 세수를 강북에 지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서울시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한 획기적인 법안이다. 도봉구만 따져도 일년에 200억 원의 세수가 확대됐다.

하지만 김 후보의 사무실이나 홈페이지, 홍보물을 둘러보면 지방세법 개정안은 구석에 쳐박혀 있고 "법조타운을 유치했습니다", "학교를 지었습니다", "뉴타운을 건설하겠습니다" 같은 차별성 없는 공약만 넘쳐났다.

'왜 이런 부분을 강조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김 후보의 측근은 "이게 복잡한 문제라서 홍보가 쉽지 않다"면서 "지역구 후보가 아니라 중앙당이 해야 할 일인데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궁색하게 답했다.

강남의 한나라당 후보들은 "종부세를 폐지하겠습니다", "소득세, 상속세를 낮추겠습니다"고 지역 주민들의 계급적 이해에 기반한 공약을 설파하며 민주당을 공격해 표로 연결시키고 있다. 하지만 강북의 통합민주당은 있는 무기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신지호 후보에게 '당신의 신념이나 정책과 지방세 공동과세가 부합하냐'는 질문을 던지면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현재 인터넷에선 '이명박 정부가 당연지정제를 폐지할지도 모른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약화되고 민영의료보험이 판칠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청와대가 주도하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당연지정제 폐지의 전제조건인 영리병원 도입을 온 몸으로 막아냈던 김근태 후보는 정작 아무 말이 없다.

도봉갑·을, 노원갑·을·병, 강북갑·을, 서울의 동북벨트 민주당 후보 가운데 당선을 확신할 수 있는 인사가 아무도 없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시금석이 될 도봉갑 주민들의 선택

물론 도봉갑 민심이 김 후보에게 등을 돌린 것은 아니었다. 잠깐 사무실에 머무르는 사이 지역 소재 기업의 노조원들이 세액공제를 통한 정치자금 후원증을 수십장 모아와서 "우리는 한 번 밀면 확실히 밀어줍니다"고 격려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쌍문역 주위의 상인들 가운데선 "이번엔 한나라당이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우리 김 의원만한 인물이 있나", "저쪽(한나라당) 후보는 어디서 뭐하던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이들도 많았다.

이날 신 후보의 측 인사는 '대선에 공헌이 컸던 뉴라이트 진영의 국정 참여가 생각보다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은 이명박 정부 1기에 불과하고 이른바 주류들이 전면에 설수밖에 없다"면서 "신 후보가 국회에 진출해서 교두보를 만들고 이명박 정부 2기, 즉 2010년지방선거를 필두로 해서 뉴라이트 진영이 전면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인사는 "어떻게 보면 현 정부 내의 국정참여보다 깨끗한, 실력있는 신보수운동을 통해 차기 정권 창출이 우리의 목표라고 볼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다고 해서 신 후보로 대표되는 뉴라이트가 그들의 주장대로 '깨끗한, 실력있는 보수'인지 검증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도봉갑 주민들의 선택은 '전통 민주화 세력의 재정비'냐 '신보수 진영의 약진'이냐의 시금석이 되긴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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