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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를 울린 건 중국 누리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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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를 울린 건 중국 누리꾼이 아니다!

[강귀영의 중국 대중문화 넘나들기] 대만 연예인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최근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TWICE)'의 멤버 저우쯔위(周子瑜)의 국기 사건이 연일 중화권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연치 않게 저우쯔위의 사과 영상이 1월 15일, 바로 대만 총통 선거 하루 전날 공개되면서 이번 사건은 정치적인 이슈와 결부되어 더 큰 논란을 가져왔다.

대만(타이완) 출신 쯔위가 소속된 9인조 걸그룹 '트와이스'는 작년 10월 제2의 '소녀시대'를 꿈꾸며 JYP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데뷔한 신인들이다. 지난해 11월 저우쯔위는 다른 멤버 3명과 함께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태극기와 자신이 나고 자란 대만의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를 흔들었다.

이미 방송된 지 몇 달이 지난 영상이지만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만 출신 남자 배우 황안(黃安)이 개인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를 통해 저우쯔위를 "대만 독립 분자"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중국 안후이 위성TV와 베이징텔레비전은 트와이스의 춘절 쇼 출연 일정과 공연 녹화 일정을 취소했고, 성난 중국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JYP엔터테인먼트는 공식 JYP 유튜브 채널에 쯔위의 사과 영상을 게재했다.

이 사과 영상은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이 영상은 정말 끔찍했다. 검정색 상의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선 쯔위는 90도로 인사하고 나서 준비해온 사과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중국은 하나뿐이며, 양안은 한 몸과 같습니다. 저는 늘 스스로가 '중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인'으로서 해외 활동을 하면서 언행에 있어 과실이 있었던 점에 대해 회사와 양안 네티즌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현재 중국에서의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반성하겠습니다."

혹자는 초췌한 모습으로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을 두고 테러 조직에 인질로 붙들려 있는 모습을 연상시켰다고도 하지만, 그보다 필자를 놀라게 했던 것은 사과문의 내용이었다.

단언컨대, 이러한 내용은 중국 정부의 대변인이 대만 문제를 논할 때만 들을 수 있는 화법이었다. 도대체 누가 이 사과문을 작성했으며, 또 누가 대만에서 나고 자란 16세 소녀에게 이런 정치적 술어가 가득한 사과문을 발표하도록 한 것일까?

많은 대만 언론은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쯔위의 사과 영상에 분개했다. 이번 사건이 대만의 총통 선거 시기와 맞물려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지만, 사실 대만 출신 연예인들의 국적문제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공격은 늘 존재해왔다. 그럴 때마다 그들이 유연하게 대처해 온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대만 출신 영화배우 수치(舒淇)가 영화 <자객 섭은낭(刺客聶隱娘)>의 주인공으로 칸 영화제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대만 언론은 "수치가 중국(China)으로 국적이 표기된 데 항의하며 자신은 대만인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중국 네티즌들은 수치를 강력히 비난하며, 중국 연예계에서 꺼져버리라는 막말을 남발했다. 엄청난 중국 여론의 질타에 수치는 얼마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이렇게 대응했다.

"저는 세상이 아름다운 줄 알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평화가 사랑의 기준이라 믿고 있으며, 오직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고 여러분들께 최고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만 생각할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바라는 바가 없습니다."

동문서답같이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중국 시장에서 활동해야 하는 대만 연예인들의 대응법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최근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만 출신 여배우 린이천(林依晨)이 작년 '서울 드라마어워즈 2015'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대만의 로코퀸으로 불리는 린이천은 당시 '아시아 스타 대상'을 수상하며 "저는 대만에서 온 배우인데 정말 너무 영광입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렇게 짧은 소감이었는데도 중국 네티즌들은 대만 앞에 마땅히 '중국'이라는 두 글자를 넣어야 했다며 성토했고 당시 수상식을 생중계로 방송하던 중국의 방송사는 "중국 대만의 배우로서 이런 상을 받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라는 자막을 급히 삽입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상황에 대해 린이천의 소속사는"이 (비난)은 소수의 의견일 뿐, 많은 팬들은 린이천이 정치적 성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라고 대응했다.

사실 중국 네티즌들이 대만 연예인들의 국적 문제에 대해 딴죽을 거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재치 있게 위기를 모면하는지는 늘 그들의 관심사가 되어 왔고, 중화권 언론의 주요 뉴스로 보도되어 왔다. 그렇기에 중국을 무대로 활동하려는 한국의 연예기획사가 중국 정부의 대변인이 된 것처럼 사과 영상을 발표했다는 것은 그들이 놀라기에 충분한 것이다. 게다가 JYP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홈페이지에 올린 첫 사과문은 "상처 받으신 '중국 팬'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오랫동안 한국 연예 뉴스를 취재한 한 싱가포르 기자는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을 하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소속사가 중화권 여론을 너무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과문에서 모든 팬 분들이라고 하면 될 것을 이 상황에서 또 '중국 팬'들만 언급하는 것은 마치 대만 시장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중국 나아가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을 포함한 중화권 시장을 공략하려면 중국어를 구사하는 멤버를 영입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중국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멤버가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보다 먼저 각기 다른 지역의 상이한 문화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중화권 시장을 진출하면서도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가래로도 못 막을 일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고, 한류 열풍을 주도하는 연예기획사들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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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귀영

한양대학교와 서울디지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중국어 일간지 <연합조보>에서 서울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만국립정치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지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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