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백년 창립준비모임에서는 오는 28일 ‘한국 사회, 경로를 바꿔라: '국가 대 시장'에서 '자본 대 사회'로’를 주제로 제4회 백년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박정희 개발독재 이래 지금까지 계속돼온 한국의 사회경제 발전 방식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밝히고, 자본독재에 대한 사회의 우위를 지향하는 한국 사회의 경로 변경이 필요함을 제안한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진보개혁세력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선성장-후분배라는 기존의 사회경제 패러다임에 갇힌 채 새로운 사회적 전망이나 기존 사회발전 경로의 변경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한 데 있다. 즉 지난 50여년간 국민들의 땀과 희생으로 이룩해온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극소수 재벌이 독식해온 사회경제체제를 바꾸어내지 못했고, 바꿔낼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보개혁 세력은 새로운 사회경제 체제에 대한 고민 없이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선거이벤트에만 몰두하다 막상 집권하자 신자유주의 체제 확립을 주도했다. 재벌 대기업의 사회에 대한 통제와 우위를 용인, 조장해온 기존 사회경제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이다.
박형준 위원은 권력자본론의 관점에서,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주류 경제학계는 시장의 합리성 제고를 통해, 또는 권위주의 시대 확립된 국가주도 산업 정책의 복원을 통해 사회경제 위기를 극복하려 했으나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진단한다. 권력자본론에 따르면 국가 대 시장이라는 이분법 자체가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 즉 ‘자본이 곧 권력’이라고 보는 권력자본론에 따르면, 이윤은 자본의 ‘생산적 기여’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사회의 생산과정에 대한 자본의 지배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 대 시장의 이분법적 접근방식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국가와 시장이 상호작용 속에서 유기적으로 융합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에서 시장주의의 확산을 주도한 것은 바로 국가 관료들이었다.
권력자본론에 따르면 1961년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이후 지난 55년간 한국의 사회경제 모델은 생산을 위한 고통과 희생은 국민들이 부담하고, 그 과실은 극소수 재벌이 독식하는 체제였다. 그리고 이 같은 사회경제모델은 국가-자본의 동맹체제에 의해 유지돼 왔고 노동-사회는 철저히 배제돼 왔다. 따라서 기존의 사회경제 모델은 경제성장이 이루어질수록 일반 국민들의 고통이 더 심해지는 자살친화적 성장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사회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의 합리성을 강조하거나 추격경제 모델에서 작동했던 국가주도 산업정책의 복원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다. 문제의 핵심은 ‘시장 대 국가’, 또는 생산적 국내 산업자본 대 투기적 해외금융자본이 아니다. ‘자본 대 사회’이다. 극소수 재벌의 자본 축적을 위해 거의 모든 국민이 희생해야 하는 기존 사회경제 발전 모델을 전면적으로 폐기하고 사회와 인간이 우선되는 새로운 사회경제 모델로의 경로 변경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1월 백년포럼에서는 박형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발제를 맡아 지난 반세기동안의 기존 사회경제 모델이 더 이상 지속불가능한 것임을 밝히고, 경로변경을 위해 해결해야 할 기본문제들을 검토한다. 그리고 최상명 우석대 교수가 지정토론을 할 예정이다. 권력자본론은 캐나다 요크대학의 조너선 닛잔 교수 등이 제창한 이론으로 박형준은 닛잔 교수의 지도 아래 재벌 중심 한국자본주의 형성 과정을 권력자본론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논문을 썼고, 그를 바탕으로 <재벌, 한국을 지배하는 초국적 자본> 책을 썼다. 관심 있는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때: 1월 28일(목요일) 오후 7시 30분~9시 30분
곳: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220호
발제: 박형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토론: 최상명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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