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 백가지 맛의 으뜸이다. 장이 그르면 비록 어육 미찬이라도 잘 고르지 못하니 어찌 중요하지 않으리오.”
1908년 빙허각 이씨가 쓴 <부인필지(婦人必知)>에 나오는 말입니다.
새봄을 맞아 된장학교(교장 유미경, 된장전문가)가 오는 3∼4월 제5기 강의를 준비합니다. 새롭게 봄학기를 맞는 된장학교 유미경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봄강의에 대해 들어봅니다.
16세기 중반, 퇴계 이황 선생은 장을 ‘음식의 주인’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요즘 세태를 보면 된장을 음식의 주인으로 섬기기는커녕 하대하는 농담이 생활 저변에 깔려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진정 장맛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장을 어떻게 만드는지, 왜 장을 먹게 됐는지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직장인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이 된장찌개라는 통계도 있지만, 실제 먹는 것은 수입콩에 식품첨가물이 들어있는, 값싼 재료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어서 된장의 참맛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된장을 맛없다고, 고루하다고 외면하게 된 데는 된장이 현대의 음식문화에 맞게 변화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
수십 년 전 된장의 항암작용이 크게 주목을 받은 이래, 최근에는 된장의 면역작용과 활성산소 제거능력 등 된장의 기능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원산지가 우리땅인 콩(대두)이 있고, 세계 최고의 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이 있고, 발효를 위해 맞춘 듯한 숨 쉬는 항아리가 있어, 된장이란 위대한 식품이 탄생될 수 있었습니다. 된장은 우리나라의 토양, 기후가 결합된 자연(떼루아)의 산물로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중국과도 다른 우리만의 독특한, 경쟁력 있는 문화입니다.
요즘 집밥이 대세입니다. 하지만 원재료의 품질을 가리지 않거나 지나치게 맛 위주로 흘러가는 점은 아쉽습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을 된장의 5가지 덕[五德]과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음식 맛을 변하게 하지 않는 항심(恒心), 음식 자체의 고유한 맛을 잃지 않게 해주는 단심(丹心), 기름진 맛을 없애주는 불심(佛心), 매운맛을 중화시키는 선심(善心), 여러 음식의 맛을 조화롭게 하는 화심(化心)은 맛과 건강을 두루 갖춘 균형 잡힌 음식의 표본인 듯하고, 우리 선조들의 음식을 대하는 깊은 철학을 느끼게 해줍니다. 예로부터 장(醬)을 일컬어 ‘팔진미(八珍味)의 왕’, ‘음식의 주인’이라고 한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미경의 <된장학교>에서는 영양학적, 문화적, 인문학적 가치에 이르기까지 우리 전통장에 대해 다양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물론 장담기 체험을 통해 누구나 쉽게 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요즘 확산되고 있는 전통된장농원 탐방을 통해 서양의 와이너리와 비교도 해보고, 전통장류의 활성화와 미래에 대해 지혜도 모으고자 합니다. 특별히 이번 5기부터는 전문가특강을 마련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전통장을 조명해보고 합니다. 맛과 건강, 문화의 보고이며, 무한 가치를 지닌 전통장의 세계! 유미경의 된장학교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6년 봄학기 참가안내>
■강의일정 : 2016년 3월3일~4월21일,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12시/총 8강
■모집인원 : 30명 내외(신청서 접수 및 입금 선착순)
<된장학교 강의시간표>
*강의 일정은 일부 변경될 수 있습니다.
<강사 안내>
①유미경(된장학교 교장)
인터넷 된장가게(코푸드) 운영, 저서 <우리콩 세계로 나아가다>와 <된장 인사이드>, 된장 학교 1~4기 운영
②김종덕(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장)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저서 <슬로푸드 슬로라이프> <음식문맹자, 음식시민을 만나다>
③고성광(옹기문화연구소 소장)
저서<자연의 그릇 옹기>, 울산옹기엑스포 총감독,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 문화원형복원 총 감수
<제5기 된장학교의 특징>
1. 가정에서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장담기에 초점
2. 교육 과정 중 1주일마다 장의 변화 관찰 가능
3. 된장차, 된장 테이스팅, 된장샘플 등 다양한 된장 체험
4. 수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교재 제공
5. 2차례 전문가 특강으로 깊이 있는 수업
<강의장 안내>
된장학교 제5기 강의는 한국가양주연구소(서울 서초구 방배동 1022-4번지 모라빌딩 4층)에서 합니다. 지하철2호선 방배역 1번 출구에서 약 2~3분 직진하세요(아래 약도 참조)^^
유미경 된장학교 교장선생님은 명지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식품을 전공했지만 제 할 일을 못하고 있던 중 우연히 콩을 만나게 되면서 완전히 ‘콩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1999년 이래 한동안은 주말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된장농원을 섭렵하면서 <인터넷 된장가게>를 운영했습니다. 6년 만에 된장 판매는 그만두고 콩에 대한 놀라움을 <우리콩 세계로 나아가다>에, 된장 발견의 기쁨을 <된장 인사이드>에 담아 펴냈습니다. 최근에는 <콩세계과학박물관>의 전시컨텐츠를 맡아 제공했습니다. 현재 된장학교를 운영하며 “된장은 누구나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된장학교를 열며>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예전엔 집집마다 장을 담갔습니다.
하지만 인구의 상당수가 아파트에 사는 요즈음 장을 담가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해방 이후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된장이 보편화되면서 가정에서 담가먹던 우리 전통 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다행히도 전통장은 보란 듯이 부활하였습니다. 된장농원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한 것입니다.
된장의 주원료는 콩(대두)입니다.
그런데 이 콩의 원산지가 바로 한반도와 만주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된장은 콩의 원산지인 우리 땅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태어난 음식이며,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이 함께 생존과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도와 준 ‘지혜의 음식’이었습니다.
된장은 우리 음식의 기본이지만 단순히 먹을거리에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된장에는 우리 민족의 생활방식과 철학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된장은 우리 민족의 홍익(弘益)정신이 잘 구현된,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할 ‘자랑스러운 음식’입니다.
하지만 된장은 점점 우리 식탁에서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로부터는 더 그렇습니다. 세계화,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바쁜 현대인들은 아침을 거르기가 일쑤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외식과 각종 가공식품은 맛과 색깔, 식감 등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때 남용되는 식품첨가제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밥과 된장 위주의 전통밥상이야말로 그런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건강식단이기 때문입니다. 된장학교에서는 바로 이러한 된장의 영양학적, 문화적, 인문학적인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전통이기에 된장을 지키자는 게 아니라 가치있는 전통이기에 지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된장학교에 오시면 세 가지가 확실해집니다.
첫째, 된장이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게 됩니다.
둘째,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된장을 쉽게 담가 먹을 수 있습니다.
셋째, 내 입에 딱 맞는 된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된장학교가 세상에서 가장 맛난 된장을 드실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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