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부스까르(buscar)는 '찾다', '향하다', '구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낭만적이고 역사적인 혁명의 나라 쿠바(Cuba)의 이름을 붙인다면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마치 세상에 대한 애증 깊은 예술가가 고독과 사색을 벗삼아 혁명의 끄트머리를 짚어가는 방랑길이 그려질지도 모르겠다. 20년 넘게 언론계에서 시사만화가와 사진기자로 활동해 온 <프레시안>의 손문상 화백이 사진전을 연다. 그 이름이 '부스까르 쿠바'다. 무엇인가를 찾고 구하기 위해 쿠바로 향한 여정. 길 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이번 사진전은 손 화백이 지난 가을 여행했던 쿠바의 풍경들로 채워진다. 작가는 그동안 쿠바 기록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고, 지난 2008년에는 70일 동안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루트를 따라간 여행기로 책 <뜨거운 여행>(도서출판 텍스트)을 펴내기도 했다. 이 여정의 최종 목적지가 바로 쿠바였다. 책 후반부의 작은 꼭지로 실린 쿠바 여행기는 끝내 마음을 붙잡고 이번 여정의 동기가 됐다. 7년 반 만에 그곳을 찾게 만든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작가는 아바나의 흔한 도시 풍경 뒤에 숨겨진 '누구도 돌아보지 않고 관심 없는' 쿠바의 모습들을 담아내려 애썼다고 전한다. 그는 카보크루즈(Cabo cruz), 콜론 (Colon), 니케로(Niquero), 산타크루즈 델 수르(Santa cruz del sur) 등 쿠바의 시골 마을을 차례로 지났고, 그 안에서 '진짜 쿠바'의 풍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꼭 '진짜 쿠바'의 풍경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가짜 쿠바'의 모습에서는 멀찌감치 물러서고자 했다.
그는 작업 노트에서 이렇게 적는다. "남루한 만큼 영감을 간직한 그 경이롭고 아름다운 동부 변경 길을 따라 오래전 불가능해 보였던 수많은 의문들을 숙제하듯 풀고 싶었다". 이번 '부스까르 쿠바' 사진전에서는 손 화백의 이같은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고민은 쿠바에서 그린 그림들을 묶어 펴낼 다음 책에도 담길 예정이다.
전시는 이달 20일부터 26일까지 서울시 인사동 갤러리 루벤(문의: 02-738-0321)에서 열린다. 오프닝은 20일 오후 6시.
작가의 작업노트
아바나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다. 7년 전 그러했듯이 재촉하듯 서둘러 동부로 길을 나섰다. "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런 목적지가 있다"는 경구가 기억 저편에서 떠올랐다. 체나 피델이 안다면 불경스럽다할지 모르나 그 길 어디쯤에서 혁명선(船) '그란마'의 이름을 빌어 내가 몰던 중국산 차 '질리'에 명명했다. '그란마'가 달린 9월 한 달 쿠바의 모든 길에선 비가 오고 그치길 반복했다. 끝없이 이어진 길이 비에 가려 사라졌다가 번개에 간간히 나타났다. 비가 그치면 사람들을 만나 길을 묻고 뜨거운 태양을 피해 마을 어귀에 차를 세웠다. 노점에서 5 세우페짜리 피자를 먹고 1 세우페짜리 커피를 마셨다. 남루한 만큼 영감을 간직한 그 경이롭고 아름다운 동부 변경 길을 따라 오래전 불가능해 보였던 수많은 의문들을 숙제하듯 풀고 싶었다. 낡은 혁명은 서서히 작은 변화를 시작하며 '지속가능한 꿈'으로 난 길을 이어가고 있었다. '잃어버린 시구(詩句)를 떠 올린다'는 '로르까'처럼 나는 그 길 위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