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선거철에 흔히 있는 후보들의 '과포장 공약'으로만 볼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정몽준 후보가 오세훈 시장을 직접 만나 사당-동작 뉴타운 개발에 대한 동의를 얻어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공개적으로 거론했기 때문이다.
정 후보의 말이 사실이라면 뉴타운 추가 지정에 지극히 신중한 입장을 밝힌 오세훈 시장이 거짓말을 한 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시는 "사당-동작 뉴타운 추가 지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정 후보가 여당프리미엄에 거물 정치인이라는 배경을 앞세워 '부풀린 공약'을 내건 게 아니냐는 의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오세훈 "뉴타운 추가지정 무기한 유보"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얼마나 폭발성 있는지 공약 할 때는 몰랐지만 취임 직후부터 부동산 값이 올라 뜨거운 맛을 봤다"고 뉴타운 추가 지정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오 시장은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와중에 '뉴타운 50개 지정'을 공약한 데 대해 "시장 취임 이후 오히려 신중해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부동산 가격을 잘못 건드리면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교육을 받았다. 기회다 싶었다"면서 "(뉴타운 추가지정을) 무기한 유보하자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재개발, 재건축 용적률 완화 방침에 대해서도 "용적률 완화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부동산에 대한 오 시장의 이같은 접근법은 시민사회진영과 서민들로부터 대체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지역 개발업자들은 '뉴타운을 추가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왜 공약을 지키지 않느냐"는 비판은 거의 없다는 게 이를 반증한다.
정몽준 "오세훈 시장이 사당·동작 뉴타운 건설 확실히 동의"
그러나 동작을에 출사표를 던진 정몽준 의원은 오 시장의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는 듯이 이 지역 뉴타운 유치에 애드벌룬을 띄웠다.
정 의원은 27일 선거 출정식에서 "사당-동작에 뉴타운을 건설하겠다. 지난 주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자세히 설명하고 확실한 동의를 받아냈다"면서 "흑석동 뉴타운도 확실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의원은 "오 시장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직후에도 "내가 출마한다니 벌써 집값이 오른다더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 측의 설명은 정 후보의 주장과 크게 다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오 시장의 '뉴타운 무기한 유보' 방침에 대해 "'뉴타운 추가는 절대로 없다'고 단언한 것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진척도를 살피고 부작용도 살펴서 지금 당장은 아니고 추후에 신중히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면서도 정 후보에게 약속을 한 일은 없다고 펄쩍 뛰었다.
그는 "선거 때 아니냐"면서 "어느 후보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우리 동네 추가해주시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수는 있지만 우리는 '검토'라는 단어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뉴타운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지역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이 같은 서울시 입장에 따르면 2차 뉴타운 지구인 노량진 지역과 3차 뉴타운 지구인 흑석동 지역은 기존 뉴타운 대상 지역에 포함돼 있어 별 문제가 안 되지만, 정 후보가 새롭게 거론한 '사당-동작 뉴타운'은 해당사항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뉴타운 담당자도 "동작이고 사당이고 간에 그 어느 곳에도 뉴타운 추가 지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3차까지 지정을 해놓은 곳의 사업 추진이 먼저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은 "거리 유세다 보니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정 의원 측은 그러나 "정 의원이 '오 시장이 약속했다'고 이야기 한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오 시장과의 면담 분위기는 좋았고, 우리는 앞으로 동작과 사당에 뉴타운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정리하면 되겠다"고 동작-사당 뉴타운 유치 계획을 물리지 않았다.
서울시 "곤혹스럽지만 방침엔 변화 없다"
이 같은 일은 동작을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동대문갑에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장광근 후보는 지역 주민들 앞에서 "이문, 휘경 뉴타운 사업의 성공적 추진과 제기동, 청량리동 일대 뉴타운 추가 지정을 위한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문, 휘경은 3차로 뉴타운 지정을 받았지만 제기동-청량리동 일대가 추가 지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제는 이런 공약을 내놓는 후보들이 거물급이어서 말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는 것. 서울시 뉴타운 사업 담장자는 "우리도 이런 상황이 당혹스럽다"면서도 "선거라서 그런지 곳곳에서 애드벌룬을 먼저 띄우는데 우리 방침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뉴타운 추가 지정은커녕, 서울시의 현재 방침은 '전세값 폭등 등 이상 징후 발생 시 기존 발표 지역의 사업 시행시기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한나라당 후보들의 애드벌룬 띄우기로 인해 벌써 해당 지역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어 애먼 서민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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