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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개발 막고 방앗간에서 복닥복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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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개발 막고 방앗간에서 복닥복닥

[살림 이야기] 우리동네협동조합

경기 의정부시 가능2동에 20년 넘게 기름을 짜고 가루를 내고 떡을 만든 방앗간이 있다. 그동안 장인 역할을 해 온 70대 어르신 대신 '우리동네협동조합'이 그 일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동네협동조합은 방앗간 사업으로 골목상권을 살리고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을 하고자 2014년 12월에 설립했다.

뉴타운개발 저지한 주민들이 복닥복닥

가능동 마을 주민들은 뉴타운 개발을 막아 내 몇 안 되는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뉴타운 개발 저지 운동은 2010년부터 3년간 이어졌고, 15개 구역에서 2개만 빼고 모두 해제시켰다. 이때 재개발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목영대 씨(우리동네협동조합 대표)는 "어르신들의 열정과 지혜, 다양한 경험이 모이니 못하는 것이 없었다. 어르신들과 함께했던 경험이 매우 소중하다"고 말한다. 함께한 마을 어르신들이 뉴타운 개발 저지 운동을 하며 남은 기금에 십시일반 자금을 더 모아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자"며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보탰다. 그 돈은 방앗간과 떡카페를 겸한 동네사랑방을 마련하는 데도 쓰였다.

▲ 우리동네협동조합 목영대 대표와 최혜영 사무국장. ⓒ우미숙

방앗간을 인수한 일은 뉴타운 개발 저지 운동 이후, 갈라진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됐고 우리동네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원동력이 됐다. 당시 마을에서 20년 넘게 방앗간을 운영해 온 어르신이 고된 방앗간 일을 감당하기엔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새 주인을 찾고 있었다. 마침 방앗간 옆 공간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던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 방앗간 운영을 제안했다. 당시 재개발대책위원회 활동에 이어 지역공동체활동을 하던 목영대 씨와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사무국은 마을 운동의 연장선으로 방앗간을 운영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마을과 골목상권을 살려내는 일을 할 수 있겠다고 기대하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단 방앗간을 개인사업이 아닌 마을공동체사업으로 운영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가장 먼저 우리동네협동조합을 설립했다. 2014년 12월 설립 당시 75명의 조합원의 결의로 시작한 협동조합은 지금 80명의 조합원이 함께한다. 뉴타운 개발 저지 운동의 주역인 마을 어르신들을 비롯해 경기 북부 지역 생산자들, 마을 주민들,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조합원들이 힘을 보탰다.

친환경 지역 생산물로 떡 만들고 골목장터도 열고

▲ 지난해 8월 동네 노인정 앞에서 '우리동네 골목장터'를 열었다. 연천농민회·풍산농원·옹달샘농원·우리들부엌협동조합·한두레협동조합 들에서 나와 한바탕 장터를 열었다. ⓒ우미숙
방앗간을 맡아서 하는 목영대 대표와 최혜영 사무국장은 1980년대 말부터 의정부에서 지역 활동을 함께해 온 동료이자 부부다. 2015년 1월에 방앗간 문을 열어 이제 1년 남짓 되었으니, 20년 넘은 장인에 비하면 당연히 초보 수준이다. 하지만 방앗간 건물 2층에 사는 옛 장인의 도움을 받고 기술 연수를 부지런히 다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앗간을 이용하는 마을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익 대부분은 낡은 기계와 시설을 교체하는 데 써 일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은 대단히 적다. 이들은 수익도 수익이지만 방앗간 운영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몇 가지 원칙을 정해 놓았다. 이를테면 떡 재료는 국내산 쌀과 연천 무농약 잡곡 우선, 소금은 옹기 천일염, 사람에게 안전한 천연색소를 사용한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붙이거나 재료를 속이는 일은 절대로 없다. 원칙은 통하는 법. 마을 주민들이 새로운 방앗간을 신뢰하면서 방앗간을 찾는 일이 점점 늘어났다.

방앗간 옆 공간은 자율 떡카페와 동네사랑방, 친환경생산물판매점이다. 떡카페는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했으며, 떡과 차, 자동머신 커피를 제공한다. 계산은 자율에 맡긴다. 친환경 생산물 판매점에서는 10품목 안쪽의 지역 생산물을 진열하고 판매한다. 연천농민회에서 온 무농약 쌀을 비롯해 친환경 세제, 장류, 소금 등이 있다. 떡카페는 동네사랑방 역할을 한다. 마을 주민들이 언제든 들러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 협동조합이나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이 모임도 연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골목장터도 우리동네협동조합이 힘을 기울이는 사업이다. 방앗간 앞에서 열리는 골목장터에는 10팀 정도가 참여한다. 지역 생산자들의 농산물, 수공예품, 우리동네협동조합에서 전시 판매하는 친환경 세제나 가공품, 떡 등이 진열된다. 장터에서 빠질 수 없는 파전,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김치나 청국장도 있다. 도토리로 가루를 내거나 묵을 쑤어 내오기도 한다. 골목장터는 방앗간과 우리동네협동조합을 알리고 지역 상권을 살리기도 하며 마을살이의 톡톡한 재미를 준다.

함께 문화제를 열고 지역 단체와 연대하기, 협동조합이라 가능

고된 노동이 필요한 방앗간 일은 1년도 안 된 경력으로는 견디기 힘든 일이다. 일의 경험이 쌓이면서 다져지는 근력이 20년 넘은 장인과 비교가 안 된다. 그렇기에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목영대 대표와 최혜영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이 아니었으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죽어 가는 골목상권을 살리는 명분 때문에 힘을 내고, 마을 사람들과 만나 수다를 나누면서 힘을 얻는다. 협동조합 방식의 사업이 자립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중학교와 협약을 맺어 문화제를 함께 열고 다양한 활동을 주고받는 것도, 지역의 협동조합과 연대를 하는 것도 협동조합이라는 공신력 덕이다.

더러 "마을운동에 마을 주민이 빠져 있다"는 말을 한다. 소수 먼저 깨인 사람들만의 운동으로 머물렀다는 비판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목영대 대표는 "우리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어린 학생들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우리동네 조합원으로 삼는다. 주민과 함께,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사업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뿌리내리며 살아온 마을이 한순간에 사라질 뻔했던 일을 멈추게 한 힘이 마을 주민 모두에게 있다.

마을에 뿌리를 내린 어르신들과 새 바람을 몰고 온 젊은 사람들이 함께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우리동네협동조합이 그 중심에 있다.

▲ 함께 준비해서 장터를 연 사람들, 시간을 내 장터를 즐긴 사람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미숙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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