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른바 위안부 '소녀상'(평화비) 철거를 전제로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에 지출할 10억 엔을 지원할 방침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0일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일본 정부가 위안부 지원 재단에 10억 엔을 내기 전에 소녀상 철거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한국 정부도 이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에 외교부는 "완전 날조"된 보도라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회담이나 협상 과정에서 일본 측이 그러한 주장을 한 적이 없으며,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 28일 한-일 외교 장관 회담 직후 밝힌 "관련단체와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전부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본 언론들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국내 여론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언론 플레이'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녀상을 그대로 두고 지원을 줄 경우 일본 우익이나 보수세력들의 반발이 커질 것을 우려, 사실이 아닌 부분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단순한 언론플레이?
하지만 이번 위안부 협상 과정을 돌아봤을 때, 일본 언론의 이같은 보도가 단순한 '언론 플레이'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해당 신문이 이번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소녀상 이전이나 철거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보도했고, 실제 회담 결과 소녀상 문제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해당 신문은 지난 26일 한국 정부가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교섭에 진전이 있으면 소녀상을 이전하는 방향으로 관련 시민단체를 설득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소녀상을 옮길 후보지로 서울 남산에 설치 예정인 추모공원 '위안부 기억의 터'가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날 외교부는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이므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그러한 만큼, 소녀상 이전 장소로 남산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는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또 "이러한 식의 추측성 보도가 일본 언론에서 계속 나오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국민감정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협상에 임하는 일본 측 자세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라며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주한일본대사관 고위 관계자를 불러 일본 측으로부터 나오는 이러한 터무니없는 보도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면서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엄중 촉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회담 이틀 전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사안"이라서 해당 보도가 "추측성"이었다는 외교부의 설명과는 달리, 소녀상 문제가 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이다.
이는 소녀상을 남산으로 이전하거나 철거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을 뿐 정부가 소녀상 문제를 일본과 논의했으며, 관련 단체와 이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의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소녀상 철거가 전제 조건이라는 해당 신문의 이번 보도를 단순한 '언론플레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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