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21일 경기 군포 유영하 후보 선거사무실과 경기 고양 덕양갑 손범규 후보 선거사무실, 경기 고양 덕양을 김태원 후보 선거사무실을 연달아 찾았다. 이들은 모두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후보들.
공천 결과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칩거해 온 박 전 대표가 1주일 여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모종의 메시지가 나올지 모른다는 관측이 다수였다. 그러나 유 후보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난 박 전 대표는 공천에 대한 평가나 자신의 향후 계획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능력 있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낙선하는 모습을 보고 참 가슴이 아팠던 기억을 지금도 갖고 있다"면서 "그 대표적인 경우가 유 후보였는데 오늘 개소식 하는 모습을 보니 내 섭섭했던 마음도 다 풀어지는 것 같다. 능력있고 믿을 수 있는 유 후보와 같이 일할 수 있었던 것을 내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유 후보를 격려했다.
박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대구 지역구로 내려가 총선이 끝날 때까지 머물 계획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날 행보는 어렵사리 공천장을 따낸 수도권 원외 측근들에 대한 '선물'로 풀이된다.
24일 박 전 대표가 도착할 동대구역에는 공천을 받은 측근들, 탈락한 친박 무소속연대 출마자, 일반 지지자들이 대거 운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대구경북권에서도 박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근혜계 의원들에 대한 선거지원 활동을 펴기에는 제약이 뒤따른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선거기간 내내 대구에 머물며 존재감을 과시할 경우 한나라당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괴멸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해냈고 이후 각종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의 전면에서서 연승을 이끌어 냈다.
박풍(朴風)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선거에 관해선 바람몰이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으로 꼽히지만, 그것이 이번엔 한나라당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또한 박 전 대표가 선거기간을 '조용히' 보낸다고 해도 박근혜를 대체할 만한 총선의 '얼굴'이 없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여간 고민이 아니다. 앞서 16대 총선의 경우 한나라당은 이회창 당시 총재를 간판으로 내세웠다.
선거개입 논란이 뻔해 이명박 대통령은 운신의 폭이 제약될 수밖에 없고, 강재섭 대표가 대신 전국을 돌겠다는 방침이지만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선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또한 이명박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도 당장 경쟁자인 문국현 후보를 누를 수 있을지도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라 눈 돌릴 겨를이 없다.
이런 가운데 이날 자신의 대구 선거 사무소를 개소한 강재섭 대표는 박 전 대표에 대한 당차원의 선거지원 유세를 요청하는 문제에 대해서 " 지금 유세지원 요청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시간을 두고 보자"고만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물론 박근혜 대표님께서 예전같이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부분부분 별로, 지역별로 지원 유세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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