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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21세기 경제위기에 70년대식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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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21세기 경제위기에 70년대식 해법

"안이한 상황 인식은 '파국'을 부른다"

17일 구미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적 경제 위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1029.2원을 기록했고 종합주가지수도 전날에 비해 25.82포인트가 빠진 1574.44로 마감했다.

미국 정책당국자들은 시장에 과도한 신호를 보내지 않기 위해 '경기 침체(recession)'라는 말도 아끼고 있을 때, 이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세계적 경제 위기(crisis)'를 선언했다.

'경제의 심리학'을 논외로 치면 이 대통령의 진단은 맞다. 세계 경제는 어렵다. 특히 한국경제는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펀더멘틀은 튼튼하다"는 주문만 외우다가 외환위기를 맞은 김영삼 정부를 떠올려 보면 이명박 정부의 현실인식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정부가 내놓은 해법의 적실성이 뒷받침돼야 위기 선언의 진정성이 전달되는 법이다.

환율을 들어올린 '강만수 파워'

원달러 환율이 2년 3개월 만에 장중 1030원을 돌파한 이날 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환율 상승 속도가 다소 빠른 감이 있다"면서 "외환당국은 환율 상승 속도에 우려하고 있으며 외환시장의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 하겠다"고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했다.

글로벌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 국가 가운데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환율 폭등은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의 발언에 힘입은 바가 크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차관이 '환율주권론'을 언급한 이후 추락하는 원화에는 날개가 없다.
▲ 폭등하는 환율앞에 어쩔줄 몰라하는 외환딜러

강 장관이 취임한 2월 29일 930원대에 불과했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2주일 여 만에 100원 가까이 올랐다. 수출확대를 위해 환율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강 장관의 시그널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이같은 환율 상승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려 물가 폭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월급 빼고 다 오르는' 현실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책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 대통령의 '라면값 걱정' 이후 지자체는 칼국수 가게들을 급습해 가격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강만수 장관은 자신의 지휘권 밖에 있는 국세청 조세국장을 데리고 건설현장을 방문해 "철근 매점매석을 막고, 부당 이익에 대해 과세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물량의 수급을 통해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품목 50개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 이후 과천 관가에서는 '도대체 생필품 50개가 뭐냐'며 부산을 떨고 있다.

21세기 위기에 70년대 식 해법?

21세기 경제위기에 대한 1970년대식 정부 대응은 몇 가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원화 약세는 수출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대신 물가는 오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수입은 억제된다. 이를 통해 올해 70억 달러로 예상되는 경상수지 폭이 줄어들 수도 있다.

결국 내수 위축으로 인해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겠지만 수출 위주 대기업들의 채산성은 확대된다. '대기업이 잘 돌아가야 경제가 성장하고 따라서 중소기업도 잘 돌아가고 결국 고용도 늘어난다'는 현 정부의 인식에 딱 들어맞는 수순이다.

또한 해외 금융기관은 물론 국내 연구기관들이 모두 "올해 경제성장률은 4%대만 돼도 선방이다"고 입을 모으지만 이명박 정부는 "노력하면 6%가 된다"고 고집하고 있다. 이같은 고집은 전 세계 경제주체들에게 결국 한국정부가 추가적 인플레이션과 환율하락을 용인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환율이 2000원 대까지 치솟았을 때 수출은 날개를 달았고 수입은 극도로 억제됐다. 비슷한 정책을 활용했던 1970년 이후 20여 년 만에 경제성장률은 두 자리 숫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한국 주요 기업의 주식, 빌딩 들은 헐값에 외국으로 넘어갔고 국민들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70년대 식 풍경은 이것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13차례나 '경제위기'를 언급하면서 '국민적 단결'과 '정치 안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경제위기의 해법을 정치 안정론에서 찾은 심상치 않은 발언이다.

이 대통령 앞에 놓인 두 가지 선택지

현존하는 거의 모든 국가들은 물가관리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장을 역행하지 않는 수준의 정부개입'을 위해 노력한다.

중국 등 고도성장 개발도상국처럼 잠재성장률이 높다면 균형점은 경제성장에 좀 더 가까운 쪽에서 형성될 것이다. 하지만 실력 이상의 성장에 매달리면 균형은 붕괴된다.

이같은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현 상황이 좀 더 계속되면 '물가급등소비심리 위축투자위축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답은 하나로 모아진다. 이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단기간에 조금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지표 성장률 목표를 포기하고 위기관리 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같은 답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이종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 정부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창설에서 보이는 국가통제의 강화와 법인세 인하·수도권규제 완화 등이 대표하는 시장지상주의가 기묘하게 결합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까닭에 만약 이 대통령이 대외악재에도 불구하고 6% 성장에 얽매인 나머지 돌파구로 대운하 조기 착공 등의 악수라도 감행하면 '파국'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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