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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 되지 않으려면 지켜야 할 철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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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 되지 않으려면 지켜야 할 철칙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스스로 서야 건강하다

"유모차만 밀고 다니시다 보면 나중에는 혼자서 걷기 힘들어져요. 잠깐씩 쓰는 것은 괜찮지만, 유모차를 너무 사랑하시면 안 돼요."

"알지~. 안 그대로 허리가 자꾸 더 굽는 것 같아서 걱정이야. 그래도 당장 이것 없으면 걷기가 힘드니 어떡해. 알면서도 놓을 수가 없네."

연세가 많은 할머니 중 일명 '효도 유모차'라고 알려진 보행을 보조하는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분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손주들이 쓰고 남은 유모차를 밀고 다니셨는데요. 편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아예 보행을 보조하기 위한 용도의 제품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위해 자제들이 사주기도 하고 지자체가 복지 차원에서 공급하기도 하는데, 관절의 노화로 허리나 무릎이 아픈 어르신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지요.

그런데 종종 이 기구를 이용한 분 중 몸의 기능이 좀 더 빠르게 쇠퇴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특히 허리가 앞으로 굽어서 힘든 분이 유모차를 밀기 시작하면서 허리가 점점 더 굽어, 본인의 힘으로 허리를 펴고 걷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시다가 꼬부랑 할머니 되세요~" 라고 말씀드리지만, 처음에는 편안함 때문에, 나중에는 그것 없이는 힘이 들고 아파서 계속 쓰게 되고, 결국 허리 펴고 걷지 못하게 되지요. 이러한 현상은 전동 휠체어를 쓰는 분에게도 비슷하게 발생합니다(물론 불가역적인 신체적 장애 때문에 쓰는 경우는 예외이지요). 그래서 어르신 중에는 "유모차를 밀기 시작하면 허리를 못 펴게 되고, 전동 휠체어 타기 시작하면 다시 못 걷게 된다"는 말을 하는 분도 있지요.

보조 기구를 필요 이상으로 애용하게 될 때의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몸이 그것을 쓰는 상황에 맞게 적응(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쓰지 않게 되는 근육은 급속히 약해지고, 기구를 쓰는 자세와 동작에 맞게 몸이 재구성됩니다. 편한 맛을 들이면 들일수록, 사용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빠르고 완고하게 변화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되돌리려고 하면 일정한 시간과 고통이 수반됩니다. 쓰지 않아 약해진 부분은 움직여서 자세를 유지하고, 그 움직임을 견딜 정도의 힘을 키워야 합니다. 과하게 써서 뭉치고 피로해진 근육은 풀어내어 본래의 상태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편하게만 진행되지는 않기 때문에, 도중에 적당한 단계에서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다시 천천히 과거와 같은 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심리적인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무언가에 의존해서 생활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정신적인 부분도 점차 의존적으로 바뀝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현재 상태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이러다 보면 점점 정신적인 영역도 축소되기 시작하고 자신감도 잃어가게 됩니다. 때론 이러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까칠해지거나 과민해지는 성향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조금은 우울한 성향으로 변화하게 되지요.

물론 이와 같은 도구들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꼭 필요한 사람이 있고, 살다 보면 누구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인지라 조금이라도 편한 것을 포기하지 못하지요.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을 조절할 힘을 잃게 됩니다. 필요 때문에 가져다 쓴 도구가 나중에는 주인이 되어 내 맘대로 살 수 없게 만듭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고통이 좀 따르더라도 몸과 마음의 주권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후의 삶이 더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울 때 처음에는 물건을 잡고, 기대고, 서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다리 힘만으로 걷는 것처럼, 자전거를 배울 때 처음에는 뒤에서 잡아주지만 결국은 내 다리로 페달을 굴리는 것처럼. 내 몸과 마음을 스스로 움직이고 조율할 수 있을 때 좋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건강 또한 자립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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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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