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이 처한 사회경제적인 현실을 자조하는 신조어들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수저 계급론'을 뒷받침하는 통계청 조사가 발표됐다.
'수저계급론'은 부모의 재산 정도에 따라 자식의 계급이 금·은·동수저, 나아가 흙수저까지 나뉜다는 것으로 구체적인 자산과 가구 연수입 기준까지 나와 있다. 자산 20억 원 또는 가구 연 수입 2억 원 이상일 경우 '금수저', 자산 10억 원 또는 가구 연수입 1억 원 이상일 경우 '은수저', 자산 5억 원 또는 가구 연수입 5500만 원 이상일 경우 '동수저' 등으로 나뉜다. 여기에 못들면 흙수저인데, 자산 5000만 원 미만 또는 가구 연수입 2000만 원 미만 가구 출신이 전형적인 흙수저로 분류된다.
이처럼 사람을 한우 등급 매기듯 일종의 '인간 등급표'가 등장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대뜸 "너는 금수저냐, 흙수저냐"라고 묻는 황당한 질문도 오간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젊은 세대의 자조가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그냥 웃어넘길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김낙년 교수 연구, "상속.증여 자산형성 기여도 급증"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15년 사회조사결과도 '수저계급론'을 웃어넘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일생동안 노력을 한다면 본인세대에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1.8%에 불과했다. 지난 2009년 35.7%였던 것과 대조된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는 2년마다 이뤄지며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전국 1만8576가구의 만 13세 이상 가구원 3만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자신의 처지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도, 자식 세대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는 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감소하고 있다. 자식세대에 가면 지위가 높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31.0%만 그렇다고 답해서 지난 2009년 조사 48.4%보다 급감했다.
또한 우리 국민의 79.7%는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중간 보다 낮은 '중하층'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구주의 소득, 직업, 교육, 재산 등을 고려한 사회경제적 지위애 대해 자신이 중간층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53.0%로 지난 2013년 조사보다 1.6%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을 다시 나누면 자신이 중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의 17.9%, 중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35.1%여서 결국 중하층 이하라는 인식이 80%에 육박했다.
수저 계급론이라는 인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처럼 확산되는 사회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저계급론'이 젊은이들 사이에 급속히 퍼져가면서 이것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정도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소득불평등 문제가 사회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계층 이동성이 사라지고 사실상 계급이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굳어진다면,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자기실현적인 성격이 있어서 그 사회는 점점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연구의 권위자인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7일 공개한 논문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1970-2013'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에는 상속이나 증여가 자산형성에 기여한 비중이 27%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42%로 급증했다. 또한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서 상속의 자산 기여도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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