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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삼성전자 영업직원은 왜 갤러리를 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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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삼성전자 영업직원은 왜 갤러리를 차렸나?

[이 주의 조합원] 예술가와 컬렉터가 공생하는 '착한 갤러리', 윤성현 조합원

그는 삼성전자 영업 직원이었다. 2010년 잘나가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5년 뒤 갤러리를 차렸다. 갤러리 씨씨(Gallery C.C)의 사장인 윤성현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 이야기다.

갤러리 씨씨는 독특한 갤러리다. 그냥 갤러리가 아니라, '착한 갤러리'다. 예술품 수집가가 작품을 샀다가 5년 뒤에 다시 팔면 갤러리가 같은 가격에 다시 사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예술가에게는 이례적으로 예술품을 선불로 사주고 있다. 갤러리로서는 둘 다 손해다.

윤 조합원이 '착한 갤러리'를 차리기로 결심한 데는 화가인 아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지난 22년간 예술로 먹고살기 힘들어 고생한 아내를 지켜봐왔던 그였다. 그림은 절대 공짜로 줘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남는 그림 있으면 한 점만 달라"는 말은 화가의 땀과 노력에 대한 모독이다.

"음악, 책도 사줘야 작가가 산다고 하잖아요.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보는 것에서 만족하는 데 그쳐선 안 돼요. 그림도 사줘야 화가도 살죠."

"예술가는 예술만 신경 쓰고, 나머지는 갤러리의 몫"

유명하지 않은 화가들은 갤러리와의 관계에서 '을'이다. 갤러리들은 화가에게 그림에 대한 '어음'을 주고, 제 값을 제때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화가는 화가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이, 화가도 자존심 때문에 자기 작품을 못 팔아요. 돈 달라는 말도 부끄러워서 잘 못하고요. 그런데 요즘은 화가들이 북 치고 장구도 쳐야 돼요. 자기 작품 사진을 찍어서 직접 운반하고, 홍보하러 돌아다녀야 해요. 화가는 그림만 그리는 데 전념하게 해주고 싶어요. 홍보, 운반, 전시, 마케팅은 화랑(갤러리)의 역할이잖아요."

윤 조합원은 삼성전자에 다니면서 '착한 갤러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예술가는 예술 작품에 전념하고, 갤러리는 좋은 작품을 발굴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5년간의 준비 끝에 윤 조합원은 꿈을 이뤘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는 첫 전시회도 열었다. 작품 전체를 미리 구매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으니, 중견 작가들의 신뢰를 얻었다. 윤 조합원은 앞으로 중견 작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신진 작가 발굴에도 힘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예술이 부유층의 전유물?

▲ 윤성현 조합원. ⓒ윤성현
취지는 좋은데, 요즘 같이 경기가 어려운 때에 갤러리 사업에 전망이 있을까? 윤 조합원은 "누구나 예술품을 갖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미술품 매출 규모가 1년에 500억 원가량인데,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적어요. 아무리 적어도 2조~3조 원은 돼야 하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예술품이 부유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외국에서는 좋은 작품이 있으면 평범한 사람들도 빚을 내서라도 사기도 하거든요. 저는 보이지 않는 예술적 가치에 공감하는 평범한 대중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예술 작품은 사람 마음에 평온함을 줄 뿐만 아니라, 투자 가치도 크다. '잠재적인 컬렉터'들을 '실질적인 컬렉터'로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시장 창출이라고 윤 조합원은 강조했다. 그런 역할을 하려면 갤러리는 더 친절해져야 한다.

"제가 아내와 함께 지난 22년간 수많은 작품 전시회를 돌아다니며 느낀 점이 있어요. 갤러리들이 관람객에게 불친절해요. 작품을 망망대해에 던져놓고, '해석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에요. 저는 기존 갤러리와 다르게 할 생각이에요. 잠재적인 컬렉터들에게 보이지 않는 예술적 가치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1+1 곱배기 운동, 더뎌 보이지만 제일 빠른 길"

윤 조합원은 프레시안에 작은 힘이 되고자 조합원으로 가입했다고 했다. 사업가로서 프레시안에 대한 조언을 달라고 했더니, "조합원 1+1 곱배기 운동을 긍정적인 시도라고 본다"는 사업가다운 답이 돌아왔다. 그는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간 이후 많이 욕심 내지 않고 딱 한 사람만 소개해달라고 하는데, 그게 더뎌 보이지만 제일 빠른 길일 수 있다"고 격려했다.

"마케팅 기법 중에 '입소문' 기법이 고전적이지만, 큰 힘이 되거든요. 중요한 건 접촉이에요. 직접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전화, 페이스북, 이메일 등으로 커넥션을 형성하다 보면, 네트워크를 통해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패턴을 만들 수도 있겠죠."

기사에 대해서는 좀 더 '친절해져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이 돌아왔다. 갤러리 씨씨의 모토와 맞닿는 듯한 답변이었다.

"기사가 심층 기사들이잖아요. 신중하고 대체로 길이가 긴데, 과연 젊은 사람들이 읽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모바일 시대에 맞춰 짧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짧게 써서, 더 자세한 기사는 한 클릭 더 하게 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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