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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생과 마 선생은 서로 말을 알아들었을까?

[임대근의 시시콜콜 중국 문화] 중국 '보통화'와 대만 '국어'의 서로 다른 표현들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타이완) 총통의 역사적인 회담이 열렸다. 1949년 중국이 대륙과 대만으로 갈라선 지 66년 만의 일이었다. 반나절 남짓한 회담과 만찬이 이어졌다. 두 정상은 덕담과 더불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진먼(金門) 고량주 두 병이 비워지고 불콰해진 채 만찬장을 나왔다는 보도가 나온 걸 보면 분위기가 꽤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보도를 접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두 정상은 서로의 말을 얼마나 알아들었을까?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생긴 궁금증이었다. 남북한 정상 회담 뒷얘기를 들어 보면 남북이 서로 다르게 쓰는 말들이 많아 간혹 오해가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오랜 세월 이어진 분단의 역사 때문에 남북의 언어가 달라진 탓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는 이런 일화가 있었다고 한다. 공식 회담 직전 김 대통령을 찾아온 김 위원장이 "오늘 아침부터 너무 긴장하지 않습니까?"하고 인사했다는 것이다. 남한에서 '긴장하다'라는 말은 "분위기가 평온하지 않아 마음을 조이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시간이나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이다. 북한이 이런 뜻으로 말을 쓰게 된 것은 아마도 중국어의 영향이 큰 탓이다. 뿐만 아니라 남북한 사이에는 여러 사물들을 가리키는 명칭들도 서로 다르게 변했다.

그렇다면, 대륙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언어는 어떨까? 실제로 대륙과 대만이 쓰는 '표준어'로서의 중국어는 같은 언어다. 다만 표준어에 대한 이름을 대륙에서는 '보통화(普通話)'라 부르고, 대만에서는 '국어(國語)'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만다린(Mandarin)'이라고 하는 언어 체계를 양쪽 모두가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남한이 '표준어', 북한이 '문화어'라고 이름 붙인 것과 같다.

그러나 대륙과 대만도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말소리나 사물을 가리키는 말들이 다양하게 변해 왔다. 예컨대 대륙에서는 택시를 가리켜 '추쭈치처(出租汽車)'라고 하지만 대만에서는 '지청처(計程車)'라고 부른다. 이 정도야 서로 알아듣는데 큰 문제는 없다. 같은 말이 완전히 상반된 뜻이나 가치를 담아 표현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무언가를 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가오(搞)'라는 말은 대륙에서 일상생활에 두루 쓰이는 반면, 대만에서는 대상을 폄하할 때만 쓰인다. '워신(窝心)'이란 말은 대륙에서는 '심란하다'는 뜻인데, 대만에서는 '마음이 편하다'는 뜻이다. '지안타오(檢討)'라는 말은 대륙에서는 '반성하다'는 뜻으로 주로 쓰지만, 대만에서는 우리와 같이 '검토하다'는 중립적 의미로 쓴다.

비슷한 예들은 부지기수다. 만일 이런 낱말들이 한두 문장 안에 잇달아 등장한다면, 대륙과 대만 사람들은 대화를 하면서 순간적인 낭패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우리와는 달리 대륙과 대만 사이에는 이미 많은 물적, 인적 교류가 이뤄지고 있고, 영화나 TV 드라마 등과 같은 대중매체 교류도 오랜 동안 축적돼 왔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많은 부분에서 이미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도 상호 이해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다.

또 중국은 워낙 넓기 때문에 각 지방마다 고유한 언어 습관이 남아 있어서, 곳곳에서 서로 다른 표현들을 쓰는 예들도 많다. 단지 정치적인 이유로 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륙과 대만의 차이가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이번 정상 회담에서는 이른바 '92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대륙과 대만 모두 '하나의 중국'을 역설했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자생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언어까지 인위적으로 '통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양한 언어적 표현 속에서 더 다양한 세상을 꿈꾸는 풍부한 상상력이 자라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시진핑 주석과 마잉주 총통은 서로를 '시안성(先生 : 선생)'이라 불렀다고 한다. '시안성'이라는 말은 중국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흔히 배우는 것처럼 '성인 남자를 존칭'이다. 굳이 따지자면 영어의 '미스터' 쯤에 해당하는 뜻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만 말하고 나면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이 말에는 단지 남성을 가리키는 뜻 뿐 아니라, 남녀를 불문하고 상대의 인품과 학식, 경륜을 높이 사겠다는 존중과 존경의 깊은 어감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만남으로서 '시 선생'과 '마 선생'의 만남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미래로 나갈 수 있는 첫 걸음이란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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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및 중국어통번역학과 교수이다. 중국 영화, 대중문화, 문화 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강의와 번역, 글쓰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중국영화포럼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대중문화가 어떻게 초국적으로 유통되고 소비되는지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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