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정부가 밀어부치는 역사 국정교과서 사태를 계기로 경제계의 대표적인 사조직들의 정체가 주목받고 있다.
18일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재벌기업들의 로비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국정교과서 전도사'로 나선 자유경제원이라는 조직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주장이 상당히 파격적이다. "전경련이 위장계열사인 자유경제원에 뒷돈을 주고 이념 논쟁과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사실상 산하기관인 자유경제원을 앞세워 '야당후보 낙선운동'을 하고 있다", "재벌단체 전경련은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이 자유경제원보다 전경련(회장 허창수)에 더 초점을 맞추고 비판하는 근거는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홍종학 의원실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유경제원 최근 5년치 예산·결산서와 자유경제원 관련 자료에 따르면 자유경제원은 비영리 재단법인이지만, 태생을 보더라도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독립적인 단체로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매년 외부에서 지원받는 자금의 성격도 이 단체의 독립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자유경제원은 1996년 전경련 산하단체인 한국경제연구원 부설 자유기업센터에서 시작했다. 1997년 재단으로 분리될 때 재단출연금(126억 원)도 전경련과 회원 기업들이 낸 돈이다. 이 출연금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은 2013년 4억 원, 2014년 3억7000만 원, 2015년 2억9000만 원이다. 자유경제원의 전체 수입 중에서 외부 지원금과 출연금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년 평균 98%에 달한다.
"매년 20억 원 뭉칫돈, 출처는 전경련"
자유경제원의 외부 지원금은 한해 평균 20억 원(2013년 18억 원, 2014년 22억 원, 2015년 20억 원)에 이른다. 전경련은 그동안 자유경제원에 매년 상당액을 지원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세부내역 공개는 거부해 왔다. 자료에서 드러난 자유경제원의 외부 지원금을 보면, 수십억 원대의 뭉칫돈이다. 한 곳의 특정기관에서 지원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홍 의원은 이런 뭉칫돈으로 지원되는 외부자금의 출처를 전경련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홍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전경련이 지난 20년간 자유경제원에 지원한 금액과 출연금을 모두 합치면 5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자유경제원은 설립 목적을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발전으로, 또한 이를 위한 경제 교육, 정책 홍보, 기업 이미지 개선 등을 주된 활동으로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경제원의 최근 활동은 전경련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자유경제원은 지난 10월 이후 7차례에 걸쳐 '국사 교과서 실패 연속 세미나'를 열고, 지난달 말 '2016년 총선, 이런 사람은 절대 안 된다'라는 토론회를 열고 "친북(종북) 성향의 국회의원들과 반시장적인 국회의원들을 내년 총선에서 '필터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지난 3일 '국회 이대로는 안 된다'는 토론회에서 비례대표제가 친북·종북·반시장 성향 정치인들의 여의도 입성 통로가 되고 있다며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유경제원은 최근 교과서 국정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일부 야당의원들을 종북.좌파라고 낙인찍고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낙선시켜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가 하면, 노사정위원회를 배제한 노동시장 개편을 요구하는 등 주요 현안에서 '보수 이데올로그'로서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의 이론을 왜곡 소개한 것이 드러나 국제적 망신을 당한 현진권 씨가 바로 자유경제원 원장이기도 하다.
이때문에 홍종학 의원은 "전경련이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를 만들어가야 하는 본연의 의무를 다하기는커녕, 자유경제원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념 논쟁과 선거 개입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면서 "당장 조직을 해체하고, 차라리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인 사회공헌활동을 본업으로 하는 사회복지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성명서까지 냈다.
이미 야권에서는 "재벌기업들이 전경련 산하기관을 앞세워 정치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면서 "재벌기업들이 경제력과 이를 통해 축적한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해서 정치마저 접수하려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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