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농민 백남기(69) 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생명이 위중한 상태인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이날 정청래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 규명 대책위원회도 꾸리기로 의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목소리로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생존권을 요구하는 국민에게 살인적인 폭력 진압을 자행했다"면서 "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회 국정조사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농민들은 쌀 가격이 폭락해서 살기 힘들다고 하고, 노동자는 지금도 먹고살기 힘든데 쉬운 해고가, 노동 개악이 웬 말이냐고 한다"면서 "이런 말조차 할 수 없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 6일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과도한 무력과 차벽 사용에 우려를 표명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미터 안에 있던 농민 머리에 물대포 쏴…규정 위반"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경찰이 각종 규정을 위반하고 과잉 진압했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선 "살수차는 시위대와 10미터 거리를 두고 사용해야 하지만, 당시 살수차와 (쓰러진 농민) 백남기 선생과의 거리는 7미터였다"면서 "경찰이 살수 거리를 위반했다"고 짚었다.
이 원내대표는 둘째로, "살수 규정에 따르면, 직사를 하려면 쇠파이프, 화염병, 돌 등 폭력 시위 용품을 소지하거나 경찰이 폭행당할 때 가슴 아래 부위를 겨냥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경찰이 칠순의 백 선생의 머리에 물대포를 쐈다"고 꼬집었다.
이 원내대표는 "게다가 당시 백 선생은 차벽 버스를 밧줄로 당기지도 않았고, 폭력 시위 용품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면서 "백 선생의 머리에 살수한 것은 살수 규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살수차가 쓰러진 백 선생 위로 20초 넘게 물대포를 직사했고, 그를 구하려던 다른 시위자에게 똑같이 물대포를 쐈다. 백 선생이 구급차에 실릴 때까지 즉사를 계속했다"면서 "이는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생기면 즉시 구호 조치를 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구호 조치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백 선생은 거의 두개골이 함몰됐다"면서 "경찰의 행위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유사한 것 아닌가"라고 맹비난했다.
정청래, 전병헌, 오영식, 유승희 최고위원도 한목소리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해 성토했다.
이날 회의에서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정청래 최고위원을 대책위원장으로 만장일치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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