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그룹이 면세점 특허 재승인 심사에서 절반만 통과했다. 롯데 면세점 잠실점(롯데월드타워점)이 탈락했다.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은 15일 "상상 못한 일이 일어났다"라면서도, "롯데가 면세점을 수성하지 못한 책임은 99%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중요한 돈줄을 잃어버린 데 대한 책임을 따지는 목소리가 롯데 총수 일가 안에서 나올 전망이다.
롯데 SK 울고, 신세계 두산 웃었다
관세청은 지난 14일 면세점 특허 재승인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면세점은 롯데 면세점 소공점과 롯데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 신세계의 부산 조선호텔면세점 등이다.
이 가운데 롯데 면세점 소공점과 신세계의 부산 조선호텔면세점이 특허 재승인을 받았고, 롯데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이 탈락했다. 대신, 신세계와 두산이 서울 면세점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 롯데 그룹과 SK 그룹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하다.
롯데월드타워점, 3000억 원대 투자하고도 재승인 탈락
특히 롯데 그룹은 최근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을 비판하는 소재가 된다.
롯데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4820억 원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세 번째로 많다. 게다가 롯데 그룹은 잠실 롯데월드에 있던 면세점을 지난해 10월 지금의 롯데월드몰로 옮기는 과정에서 3000억 원대 투자를 했다. 이런 투자가 소용없게 돼 버렸다. 롯데 그룹의 손해가 롯데월드타워점의 매출이 날아간 데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형 및 아버지와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했었다.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이런 약속을 지키기가 까다로워졌다. 상장 약속을 깰 경우, 신 회장은 명분 상 우위를 잃게 된다.
신동빈식 경영, 도마 위에 오를 듯
신 회장의 경영 능력 역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신격호 롯데 그룹 총괄회장 및 그의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가 신동빈 회장을 공격하는 지점이 바로 경영 능력이다. 그들은 신 회장이 중국 및 홍콩에서 벌인 유통 사업이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롯데월드타워점의 재승인 탈락은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빼어난 금융 수완 및 활발한 인수 합병(M&A)로 롯데 그룹의 몸집을 불렸다는, 신 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반전될 경우 롯데가 경영권 분쟁은 새 국면을 맞게 된다.
경영권 분쟁 새 변수
신 회장은 최근 막대한 현금을 쓰고 있다. 재단 설립, 기부 등에 약 270억 원을 썼다. 막장 드라마 수준 경영권 분쟁으로 망가진 그룹 이미지 때문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신 회장은 지난 8월 말 롯데제과 주식 1만9000주(357억5800만 원어치)를 매입한 데 이어 10월 말 롯데제과 주식 3만 주(690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롯데쇼핑 주식 88만 주를 담보로 760억 원 가량 대출을 받았다.
이는 신 회장 개인 재산 상황이므로, 그룹 차원의 자금 사정 악화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그러나 개인 재산이 줄었는데, 면세점 재승인 탈락으로 그룹의 현금 사정까지 동시에 나빠진 상황이 경영권 분쟁에 불리하다는 건 명백하다.
신격호, 신동주, 신동빈의 만남…무슨 이야기 오갔을까?
15일은 신격호 롯데 그룹 총괄회장의 94세 생일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오후 4시께 신 총괄회장이 머무르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으로 올라갔다. 신 회장의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와 신 회장의 모친 시게미쓰 하츠코 씨도 같은 곳에 있었다.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 셈인데, 대화를 나눈 시간은 약 30~40분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곧 내려 왔기 때문. 당초 가족 만찬이 예정돼 있었지만, 취소됐다. 오랜만의 만남은 냉랭하게 끝난 듯하다. 롯데 면세점 특허 재심사 탈락에 대한 책임론도 이유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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