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아니 지금은 8만, 더 늘어날 것 같아."
14일 오후, 서울 한복판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53개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 단체가 주최한 '민중총궐기' 행사에 참가하려는 이들이다. 사전행사가 진행 중인 이날 오후 4시 현재, 행사 주최 측은 8만여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사 참가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이날 저녁 '민중총궐기' 행진에는 더 많은 인원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민중총궐기' 행사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 주변은 경찰이 설치한 차벽으로 봉쇄돼 있는 상태다. 인근 지하철 역 등에도 경찰이 대거 배치돼 있다. 정부는 이날 집회에 대한 엄정 대응을 경고한 상태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께 행사 참가자들을 향해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를 발사했다. '민중총궐기'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이다.
본 행사에 앞서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사전 집회가 열렸다. 노동자 대회, 농민 대회,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대회, '헬조선' 뒤엎는 청년 총궐기, 성소수자 궐기 대회, 빈민·장애인 대회, 재벌사내유보금 환수 결의대회 등이 이날 오후 1시 이후 진행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주최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노동자 대회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렸다. 수배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단상에 섰다. 이보다 앞선 이날 오후 1시께, 한 위원장은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중총궐기' 행사 참여를 선언했다. 대기하고 있던 경찰 20여 명이 한 위원장을 연행하려 회견장에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노동자 사이에 충돌이 생겼다. 한 위원장은 프레스센터 안으로 들어갔고, 이후 노동자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께 단상에 서서 "단죄하지 못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밀어 붙이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이야기다. '민중총궐기'의 주요 목적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다.
한 위원장은 이어 "40여 년 전 독재정권에 맞섰던 전태일 동지를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가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했던 정신을, 지금 공장 안에서 되살리자는 이야기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정권은 사장 마음대로 취업 규칙을 바꿀 수 있게 한다"며 "우리 모두가 일손을 놓지 않고는 막아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프레스 센터 앞 기자 회견에서 한 위원장은 "국회에서 노동개악 안이 통과된다면 12월 초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는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를 개최한 뒤,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995년 출범했다. 이듬해인 1996년 말부터 1997년 초 사이에, 역사적인 총파업이 성사됐었다. 1996년 말 김영삼 정권이 노동법 및 안기부법 개정 안을 날치기 통과한 데 대한 저항이었다. 당시 총파업은 시민의 대대적인 호응을 받았고, 김영삼 정권이 급격히 힘을 잃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는 이른바 '노동개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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