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선거관리위원회인 '통합선거위원회'(UEC, Union Election Commission)는 13일 정오(현지시각)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UEC는 현재까지 85% 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NLD가 하원 238석, 상원 110석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전체 상·하원 의석 657석 중 329석을 얻으면 과반에 성공하는데, 아직 개표가 최종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NLD는 이를 훌쩍 넘는 348석을 얻었다. 전체 의석 가운데 25%가 자동적으로 군부에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선거에 참여한 버마 유권자들의 약 80%는 NLD를 지지한 셈이다.
NLD는 군부 또는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집권 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협조 없이 단독으로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게 됐다. 버마는 상원과 하원, 군부에서 각각 1명씩 3명의 대통령 후보를 낸 뒤에 국회에서 대통령을 뽑는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어, 과반을 차지한 NLD가 내세운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수치, 선거는 이겼지만…
NLD가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이제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선출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 헌법 하에서는 수치 의장이 직접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설 수 없다. 군부가 주도해 2008년 개정된 헌법에는 외국인 배우자나 자녀를 둔 사람은 대통령으로 출마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수치 NLD 의장은 영국인과 결혼했고 영국 국적의 아들을 두고 있어 출마 자격이 없다. 이에 NLD는 헌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런데 버마에서 군부의 동의 없이 헌법 개정은 불가능하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전체 의원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군부를 제외한 모든 의원들이 헌법 개정에 찬성한다고 해도 군부에서 이탈표가 한 표라도 나오지 않으면 헌법을 개정할 수 없다.
이에 다음주로 예정된 수치 의장과 테인 세인 현 대통령, 민 아웅 흘라잉 육군참모총장, 슈웨 만 국회의장의 4자 회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치 의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번 회동에서는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 문제를 포함해 권력 이양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군부와 집권 여당이 일정 부분 권력 지분을 약속 받고 헌법을 일부 수정하는 타협안이 도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버마에서 군사, 경찰, 행정 부문을 장악한 군부를 배제한 채 정국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치 의장 입장에서도 현재 군부가 가지고 있는 권력을 인정하고, 대신 본인의 출마를 제한한 헌법 조항의 개정을 요구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역시 이러한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에이에프피>에 따르면,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12일(현지시각) "우리는 버마가 민주주의, 문민 통치로 완전히 돌아가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난 수년간 얘기해왔다"면서 수치 의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총선은 치르지만 군부 의석으로 25%를 따로 떼어놓고 아웅산 수치에게 대통령직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조항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개헌 문제는 앞으로 미얀마의 지도자들과 국민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며 내정간섭 논란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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