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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차명 주식 형사처벌, 국세청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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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차명 주식 형사처벌, 국세청에 달렸다

삼성은 빠져나갔지만…국세청, 또 눈감아 주나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이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관리하던 차명 주식 827억 원어치가 최근 드러났다. 신세계 그룹이 차명 주식으로 물의를 일으킨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6년 차명 주식이 드러났을 당시, 신세계 그룹 총수 일가는 3500억 원 규모의 신세계 주식 66만여 주를 증여세로 현물 납부했다.

그러나 2006년과 지금은 법이 다르다. 지난해 개정된 금융실명법은 차명 금융거래에 대해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 전에는 금융회사와 그 임직원에 대해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만 부과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신세계 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형사 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건 국세청이다. 국세청이 세금만 걷고, 이명희 회장 등의 처벌은 피하는 길을 열어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827억 원어치 차명 주식, 상투적 변명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게시판에는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푸드 등의 '최대주주 등 소유 주식 변동 신고서'가 게재됐다. 이들 3개 회사의 차명 주식을 이명희 회장 명의로 실명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차명주식 규모는 신세계 9만1296주(0.92%), 이마트 25만8499주(0.93%), 신세계푸드 2만9938주(0.77%) 등 총 37만9733주(약 827억 원어치)이다.

신세계 그룹 측은 "오래 전에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차명 보유 했던 주식 가운데 미처 실명 전환하지 않았던 주식"이라고 설명한다. 재벌가 비자금이 논란이 될 때면, 늘 나왔던 변명이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007년 양심고백을 통해 삼성 비자금을 알렸을 당시, 삼성 측도 비슷한 해명을 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상속 받는 과정에서 정리되지 않았던 지분을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차명 관리 했다는 것이다. 신세계 그룹 역시 범삼성가 재벌이다. 이명희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딸이며, 이건희 삼성 회장의 동생이다.

재벌의 흔한 변명은, 명백히 터무니없다. 탈세 등 불법적인 용도가 아니라면, 굳이 지분을 차명 보유할 이유가 없다. 명의를 빌려준 측이 차명 자산을 가로챌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법 개정 이후에는, 처벌 위험까지 더해졌다.

국세청이 '조세 포탈' 명목 과세하면 형사 처벌 가능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명희 회장의 차명 주식은, 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신세계 그룹 전 계열사에 대한 조사를 지난 4일 마무리했다.

개정 금융실명법 제3조 제3항은 "누구든지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 행위, 공중 협박 자금조달 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의 탈법 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명의를 빌려준 측 역시 처벌 대상이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이명희 회장의 차명 주식 보유가 개정 금융실명법의 제재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유권 해석을 요청했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신세계 그룹의 차명 주식이 조세 포탈에 사용되었는가 여부에 따라 판단 한다"고 밝혔다. 세무조사 결과, 국세청이 '조세 포탈' 명목으로 과세를 한다면 금융실명법 위반이 적용돼 형사 처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밖의 탈법 행위"를 목적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칼자루를 국세청이 쥐고 있다고 보는 까닭이다.

국세청의 '갑질'?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신세계 그룹의 차명 주식에 대해 조사 및 제재를 해야 하는 금융당국은 국세청의 협조 없이는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파악할 수 없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두 기관은 이마트 차명 주식과 관련해 국세청으로부터 어떠한 사항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당시 진웅섭 금감원장은 이마트 차명 주식 보유에 따른 공시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에 확인 요청을 했지만, 국세청이 "개인의 세무정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다른 기관에 대한 '갑질'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국세청이 봐주기로 한 기업은, 제대로 된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김 변호사는 약 50억 원이 본인도 모르는 우리은행의 차명 계좌에 입금돼 있었고, 같은 해 8월 17일에는 17억 원이 입금되었다가 다음날 삼성 국공채 매수자금으로 인출되었고 밝혔다. 삼성의 비자금 운용에 대한 명백한 증거다.

5000만 원 이상 금융 거래는 무조건 금융정보분석원(Korea Financial Intelligence Unit, FIU)에 신고하게끔 돼 있다.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현 정의당) 의원이 우리은행이 이런 거래 내역을 보고했는지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 측에 질의했었다. 그러나 당시 금융정보분석원 측은 "개인 신용 문제"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이 협조했다면, 삼성 비자금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나 금융정보분석원은 끝내 협조를 거부했다.

국세청, 힘은 세졌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금융정보분석원 관련 법은 지난 2013년 개정으로 더 강화됐다. 그 전에는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 자료에 접근할 권한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세청이 사실상 제한 없이 금융정보분석원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이 자료를 활용하면, 국내 금융거래 내역을 손바닥처럼 들여다 볼 수 있다. 국세청의 힘이 더 세진 셈이다. 그러나 국세청이 이런 힘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 자료를 다른 기관과 공유하지 않는다면, 탈세 기업에게 세금만 물리되 처벌은 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해 왔던 신세계 그룹 총수 일가가 주식을 실명 전환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그칠 수 있다는 것. 법에 따른 처벌은 피하면서 말이다. 금융실명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논평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금융위⋅금감원은 조속히 국세청에 신세계그룹 차명 주식 관련 과세 정보를 요청하여야 하며, 국세청은 금융실명법의 개정 취지에 맞게 해당 정보를 지체 없이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 스스로 검찰에 고발하여 건전한 금융거래 질서 확립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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