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유치원생에게도 '안보 교육'을 시키겠다며 2016년도 '나라사랑 꾸러기 유치원' 예산으로 6000만 원을 신규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생에게도 사상 교육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9일 "어려서부터 국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길러야 한다)"고 해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안민석·홍의락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2016년도 '나라사랑 정신 계승 발전' 예산으로 올해 26억1300만 원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난 100억 원을 책정했다. 이 가운데 64억 2200만 원은 '나라사랑 교육 활성화' 명목으로 책정했다.
특히 '나라사랑 꾸러기 유치원' 사업비 6000만 원은 신규 예산이다. 국가보훈처는 17개교 유치원을 선정해 안보 교육을 시키고(각 300만 원), 900만 원을 들여 연구 자료를 제작할 예정이다.
나라사랑 교육이란 국가보훈처가 실시하는 안보 교육이다.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등 퇴직 군인들이 주로 강사로 나서는데, 성인뿐 아니라 초·중·고등학생도 교육 대상이다. 여기에 국가보훈처는 내년부터는 유치원생까지 안보 교육을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유치원생도 좌편향됐다고 보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의 질의에 "좌편향, 우편향을 떠나서 어려서부터 국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길러야 한다)"고 답했다.
박 처장은 "많은 국민이 나라사랑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공감하고 있다"면서 "나라사랑 교육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5.16이 혁명인가 쿠데타인가"라는 질문에 박 처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헌법재판소가 5.16을 쿠데타라고 결정했다는 지적에는 "그건 헌법적인 판단을 하신 것이고, 개인 나름대로는 생각의 자유가 있다"고 답했다.
"독립유공자 예산은 줄이면서, 논란이 있는 예산을 이렇게까지 늘릴 필요가 있느냐"는 홍의락 의원의 질문에, 박 처장은 "나라 사랑 교육 예산은 우리 국민의 이 시대에 맞는 호국 정신 함양이 무엇보다 필요하기에 증액한 것"이라고 답했다.
홍 의원이 "유치원부터 대학부터 사상 교육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따져묻자, 박 처장은 "사상 교육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국가관 교육"이라고 맞받았다.
야당에서는 국가보훈처의 안보 교육 예산 증가가 내년 총선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보수 단체들에게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보수 세력 결집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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