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주택 시장에 '노란불'이 켜졌다.
가을 이사철 성수기임에도 추석 이후 주택 매매·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서울을 제외하고는 거래 시장도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표상 '적신호'로 보긴 아직 어렵지만 잘나가던 최근 일련의 분위기가 주택 시장에 상승 동력이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
8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월에 비해 0.35% 상승했다.
이는 지난 9월(0.39%)에 비해 상승폭이 0.04%포인트 감소한 것이면서 설 연휴가 끼어 있던 2월(0.34%)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낮은 상승률이다.
통상 10월은 9월 추석 연휴 이후 주택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며 가격 상승폭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에도 전국 아파트값은 9월에 0.32% 올랐다가 10월에는 0.36%로 오름폭이 확대됐으나 올해는 반대다.
특히 지방의 상승세 둔화가 뚜렷하다.
올해 집값 상승률 1위를 달리는 대구광역시는 올해 1월부터 매월 1% 이상 오름세를 보였으나 지난 9월 처음으로 0.69%를 기록하며 1% 상승률이 꺾이더니 10월에는 0.49%로 다시 둔화됐다.
올해 5월 한달 만에 1.89%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달엔 오름폭이 약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광주광역시 역시 1월 1.51% 상승에서 시작해 4월까지도 1.18%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나 7월(0.35%) 이후 오름세가 급격히 둔화되더니 지난달에는 0.08%를 기록, 사실상 보합으로 돌아섰다.
청약 과열이 빚어지고 있는 부산도 지난달 0.47%로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7월(0.91%)에 비해 상승폭은 반 토막 났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인 것은 최근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
가을 이사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76%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수도권에서도 재건축 사업 추진으로 이주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서울만 지난달 전세 1.32%, 매매 0.49% 오르며 전월에 비해 상승폭이 컸고 경기·인천은 매매·전세 모두 오름폭이 둔화됐다.
이처럼 올해 가을 이사철 특수가 예년만 못한 것은 연초부터 이어진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매수 문의도 예전보다 줄었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다"며 "올해 가격이 많이 오르다보니 추가 매수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가을에 매매·전세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구하려고 7, 8월에 수요자들이 바짝 몰리더니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되레 한산한 편"이라며 "전세도 가격이 너무 오르다보니 문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가격이 꺾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D공인 대표는 "대구는 최근 2∼3년간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이제는 떨어질 때가 된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많이 들린다"며 "최근 비싼 값에 내놓은 아파트는 팔리지도 않고, 호가를 1000∼2000만 원 이상 낮춰 내놔도 거래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H공인 대표도 "요즘 아파트 청약률은 높지만 지난달부터 매매·전세는 문의도 줄어들고 거래도,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다"며 "작년 말에 비해 주요 아파트값이 4000만∼5000만 원씩 오르고 전세 가격도 6000만∼7000만 원씩 오르다보니 가격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방발 침체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시행사 대표는 "대구·부산 등 광역시와 지방 혁신 도시를 중심으로 최근 2∼3년간 집값이 많이 올랐고 내년 이후 대구 등 지방에선 입주 물량도 늘어난다"며 "수도권은 몰라도 지방은 서서히 침체가 시작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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