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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은 20·30대, 스팸은 10대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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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은 20·30대, 스팸은 10대가 위험하다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쇠고기, 돼지고기 섭취와 발암 위험

세계보건기구(WHO)에 딸린 국제암연구소(IARC)가 요 근래 종종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연구소가 새로운 발암물질을 발표할 때마다 전 세계가 들썩인다. 2011년 휴대폰 통신주파(RF)가 인체발암가능물질(2군B)이라고 평가, 발표했을 때도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휴대폰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세계인의 필수품처럼 돼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암연구소가 지난달 27일 햄, 소시지 등 가공육이 흡연, 비소, 석면처럼 인체에 확실하게 암을 일으키는 발암인자(1군 발암물질)이며 쇠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적색육, red meat)도 인체발암추정인자(2군A)라고 발표하자 이들 제품과 식육 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등 축산업계와 식품업계에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다.

이들 업계뿐만 아니라 그동안 햄, 소시지 등 가공육을 즐겨먹었던 사람 가운데 불안을 느끼거나 아이들에게 요리를 해주었던 부모 가운데 몹쓸 짓을 해온 것이 아닌가하는 자괴감을 느끼는 이들도 꽤 있다.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 상당 기간 동안 여진이 이어지듯이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아예 이들 고기와 가공육을 먹지 않거나 소비를 줄이고 있다.

국제암연구소가 일으킨 지진에 소비자들이 겁을 먹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 전문가 등이 한국인의 가공육과 붉은 고기 하루 평균 섭취량 등의 자료를 근거로 위해 소통에 나섰다. 국제암연구소가 가공육의 경우 하루 50그램 이상 섭취하면 대장암의 발생률이 18% 이상 증가한다고 밝혔는데 한국인의 가공육 하루 평균 섭취량은 6그램(2010~2013년)이라는 것이다.

또 하루 100그램 이상 섭취하면 대장암, 췌장암 발생률이 17% 이상 증가할 위험 가능성이 있다는 붉은 고기의 한국인 하루 평균 섭취량도 그에 못 미치는 61.5그램이라는 조사·분석 결과를 근거로 우려 수준이 아니라고 밝혔다.

위해 메시지 인구 평균으로 하면 안 돼

식품 중 발암물질이나 유해물질이든, 공기 중 발암물질이나 유해물질이든 흡입량이나 섭취량을 인구 평균으로 따져 위해 메시지를 던지거나 위해 소통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는 극단적 소비자와 과잉 소비자 등 위험 집단이 드러나지 않게 만들어 위험 집단이 이들 위험에 주의하지 않도록 만드는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평균은 평균일 뿐이다. 평균에 해당하지 않는 각 개개인은 평균 수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평균에 못 미치는 사람은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평균을 웃도는, 그것도 한참 웃도는 사람이 한국인은 우려 수준이 아니라는 메시지만 믿고 식이 행태를 바꾸지 않을 경우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령대별로 가공육과 붉은 고기 소비량은 큰 차이가 나며 같은 연령대라 할지라도 천차만별이다. 채식주의자와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소비량이 제로이거나 제로에 가깝지만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나 가공육을 매우 즐기는 사람은 평균보다 5배나 10배 더 많이 먹을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한국인의 가공육과 붉은 고기 하루 평균 섭취량을 연령대별로 보자. 남성의 경우 가공육은 10대가 18.2그램으로 가장 많았고 붉은 고기의 경우 20대가 112.4그램으로 가장 많았다. 가공육의 경우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붉은 고기의 경우 20대와 30대 모두 100그램을 제법 웃돌고 있었고 10대와 40대도 평균 섭취량이 100그램에 가깝다. 여성의 경우 가공육과 붉은 고기 모두 남성에 견줘 모든 연령대에서 소비량이 훨씬 적었다.

정부의 통계 수치만 보더라도 20대와 30대 남성들의 붉은 고기 소비는 분명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 지금보다 크게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이 40대 이상이 되었을 때 대장암, 췌장암, 위암 등의 소화기 암과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만약 소비량이 정규분포를 한다면 20대와 30대 남성 인구 절반 이상이 지금 당장 붉은 고기 소비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

따라서 만약 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라면 한국인 전체 인구의 붉은 고기 하루 평균 섭취량을 근거로 해서 아직은 우려 수준이 아니라는 위험 메시지로 시민과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20대와 30대 가운데 붉은 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은 앞으로 이를 크게 줄일 것을 권고하는 메시지를 내보낼 것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10대와 40대-50대 남성, 10대와 20대 여성의 붉은 고기 하루 평균 섭취량도 64.2~88.0그램이므로 이들 가운데 20~40% 가량은 하루 평균 100그램 이상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에게도 적색 경고를 내보내야 한다.

햄, 소시지 등 가공육 과잉 섭취 청소년도 상당수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 소비량은 수치로만 보면 경계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평균의 함정이 있다. 10대 남자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섭취량이 18.2그램이라고 해서 하루 평균 50그램 이상 먹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확한 수치는 정부기관에서 파악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들 가운데 5~10% 정도는 하루 평균 50그램 이상을 먹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국제암연구소가 이번에 특히 가공육과 붉은 고기에 초점을 맞춰 발암물질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까닭은 전 세계적으로 이들 육류 소비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른 관련 암 증가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어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었다. 가공육과 붉은 고기 소비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평가를 하게 된 계기였다.

또 지나친 육류 섭취로 인한 비만과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이 줄곧 경고해왔지만 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별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평가를 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국제암연구소는 현재 가공육 섭취로 인한 대장암 연간 사망자 수를 3만4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폐암이나 유방암, 전립선암, 간암, 위암 사망자 수 등에 견주면 그리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암은 매우 서서히 진행되는 질병이어서 지금 당장 공중보건학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만약 우리가 예방과 경계를 게을리 할 경우 20~40년 뒤 엄청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 식품·보건 당국도 이런 점을 잘 헤아려 하루 빨리 국민들이 올바른 식생활을 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어 발표해야 한다. 내년(2016년) 하반기에 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올해 안으로,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가공육과 붉은 고기 섭취와 관련한 지침을 만들어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위해 소통을 해야 할 부분은 평소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별로 먹지 않는 사람은 이들 섭취를 두려워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이들을 조리할 때는 불판에 굽거나 훈제를 하거나, 바비큐로 하는 등 높은 온도로 가열해 발암성을 지닌 화학물질 생성을 높이는 것을 피하고 삶아먹는 것이 더 바람직하며 고기를 먹을 때 야채를 곁들여 먹으라는 것이다. 혹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해도 맛을 중요하게 여겨 직화구이를 해 먹거나 불판에 구워 먹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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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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