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허일승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등 강정주민 5명에 대해 29일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2012년 3월7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구럼비 발파를 열흘 앞둔 2월27일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전날인 2월26일 제주해군기지 공사현장인 구럼비 해안에서 평화활동가 등 16명이 연행되자 이튿날 오전 7시부터 경력을 대거 투입해 강정포구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강정주민들은 구럼비 해안 환경파괴를 감시하고 해안에 있는 평화활동가들에게 음식과 의약품을 건네주기 위해 포구로 향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강정주민들의 카약 이동을 전면 금지하며 강정포구 진입을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일부 주민들이 실신하고 119구급차까지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경찰은 일부 주민들이 경찰을 폭행했다며 조경철 강정마을회장과 여성 주민 김모씨 등 5명을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열흘 뒤인 2012년 3월7일 해군은 구럼비 해안에서 화약을 발파했다. 구럼비는 길이 1.2㎞, 너비 150m의 거대한 용암 너럭바위로 강정에서는 해군기지 반대 투쟁의 상징적 장소다.
구럼비 발파가 시작된 후 그해 3월23일 서귀포해양경찰서는 해군의 요청에 따라 해군기지 공사해역을 수상레저활동 금지구역으로 지정공고하고 4월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조 회장 등 마을주민 5명은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수차례 법정에 불려나갔다. 검찰은 이들의 행동이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쟁점은 당시 경찰의 공무집행이 적법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당시 경찰의 대응이 매우 긴박한 상황으로 판단한 반면, 법원은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범죄 성립이 안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환경오염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카약을 타려 했지만 경찰은 평소와 달리 포구를 원천 봉쇄했다”며 “관련 영상에서도 경찰 기동대장이 포구 봉쇄를 묻는 질문에 설명하는 모습이 없고 오히려 회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강정포구 앞 해역은 수상레저활동이 금지되기 전이었고 피고인들의 카약 사용이 수상레저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경찰의 봉쇄조치가 적법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여러 정황에 비춰 경찰이 원천봉쇄를 사전에 고지할 시간이 없고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급박한 상황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강정포구 봉쇄가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보이지 않아 이에 기초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무죄판결이 나자 강정마을 주민과 변호인은 법정에서 눈물을 쏟아냈고 여성 주민이 오열하면서 법정 분위기가 한때 숙연해지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와 별도로 음주측정 거부와 경찰 무전기 파손(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정주민 김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음주측정 거부 혐의에 대해서는 김씨가 운전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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