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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울'이라는 착각, 지역언론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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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울'이라는 착각, 지역언론 역할은?

[정치 기사 뒤집어 보기] 정치의 중앙집권화, 정치 보도의 중앙집권화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비유한 것이다. 포털사이트에 '지역 유출'을 검색하면 '인구 유출', '우수 인재 유출', '의료 환자 유출', '2~30대 청년층 유출' 등 모든 이슈와 역량이 서울로 유입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지방은 식민지다>(개마고원 펴냄)에서 '지금은 모두가 서울로 들어가서 살려고 하는 각개약진의 의식과도 싸워야 한다'고 자조한다.

지방의 상황을 대변할 지역신문 또한 다르지 않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크며, 지역신문의 유가부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역의 정치가 죽은 상황에서 언론 역시 힘을 못 쓰고 있다.

지역 이슈에 약한 중앙일간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은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이 아닌 경우, 특정 지역의 이슈를 굳이 보도하려 하지 않는다. 보도된다고 해도 대중의 흥밋거리나 유명인사의 지역 나들이 정도다. 그나마 최근 전국으로 보도된 지역 이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도의회 만취 의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대구공고 방문'이다.

중앙집권적 사회 구조와 중앙지의 시장지배력 등의 이유로, 지역 이슈 대부분은 소진되고 만다. 과연 문제는 없을까?

'마산 해양신도시'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제대로 감시되고 있나

지역 이슈 중에서도 '개발'은 중앙일간지가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경제를 개발할 것이냐 환경을 보전할 것이냐를 놓고 대중의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준한 보도를 통해 이를 전국적 이슈로 가져오거나, 심층적인 분석으로 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경상남도 창원지역 가포신항 완공 이후, 해양신도시 문제가 시끌시끌하다. 지역의 생태계 파괴와 지역민의 의견 수립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지금은 건설 당시 배출된 건설토를 처리하기 위해 인공섬 매립공사가 진행 중이다.

△ 베일에 싸인 마산해양신도시…민간사업자 난개발 우려 (<경남도민일보> 10월 5일 자)
△ 마산해양신도시 전체 공정률 50% 넘어, 미래형 첨단신도시조성 서항지구 기대감 상승 (<경남일보> 7월 8일 자)
△ "마산 인공섬을 도시 아닌 에코섬으로" (<한겨레 > 14년 12월 15일 자)

이에 대해 지역신문 대부분은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지역에 결정권이 없으니, 지역민의 의견수렴과정이 미약하고 경제개발원리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남도민일보>는 해양신도시 문제에 대해 꾸준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마산만 매립, 그 20년간의 기록'이라는 기획 보도를 20번에 걸쳐 연재했다.

"경남도민일보는 마산신항과 해양신도시 개발계획의 완결 여부와 상관없이 지난 20년간의 매립과정 기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모두 20편의 기획을 통해 항만물동량 예측치로 대표되는 개발계획의 근거와 20년이 지난 지금의 실제 통계를 비교하려 한다. 개발과 보전으로 압축되는 그간의 숱한 쟁점과 논란을 다시 한번 정리한다. 양 측면의 정책과 주장을 주도했던 인물들을 기록한다. 이후 유사한 사례에 충분한 교훈이 될 것이다."(<경남도민일보> 2014년 7월 3일 자)

긴 시간에 걸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지역 문제임에도, 주요 일간지 중에는 <한겨레> 정도가 보도했을 뿐이다.

▲ 마산 해양신도시는 마산항 항로를 준설하면서 퍼올린 토사로 공유수면을 메워 만드는 인공섬이다. 지난해 11월, 창원물생명연대 활동가들이 매립이 진행되고 있는 마산해양신도시 인공섬에서 준설토 투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개발로 이익을 챙기는 기업이나 지역유지 대부분이 지역 언론의 광고주이기 때문에 지역신문은 개발 문제에 대해 자유로운 비판보도를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예산 유치에 목을 매고 있으니, '준다는 돈도 못 받아먹으면 바보'라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깔렸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문제도 승인 이전까지는 많은 공방이 오고 갔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에 반해 지역신문인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설악신문> 등은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옹호했다.

△ 시민단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부결해야" (<경향신문> 8월 3일 자)
△ "전국 최고의 친환경 모델로 개발" (<강원일보> 8월 31일 자)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검토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며 "단신과 칼럼으로 다루기는 하지만 관련 기사의 게재 지면의 종류를 봤을 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지금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오전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강원 지역 5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설악산 국립공원 지키기 강원행동'이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사진. ⓒ연합뉴스

이렇듯 지역 내 문제가 전국 단위로 뻗어 나가지 못할 경우, 충분한 감시와 문제 인식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전국 일간지에 '대구·경북'과 같은 지역면이 있지만, 사안이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평균 1~2명인 지역 주재기자는 시청과 구청에서 쏟아지는 이슈를 커버하기도 바쁘다. 결국 미디어 환경 자체가 지역 여론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종이 신문을 벗어나 모바일 혹은 인터넷 신문을 사용하는 대중이 많아지는 요즘, 지역신문은 더욱 배제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경우, 지역신문 기사는 중요 자리에 배치하지 않는다. 전국 단위의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이슈를 다루지 못하는 것이다.

지역언론은 제 역할을 하고 있나

지역언론은 중앙일간지와 달리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지역 내 작은 일까지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 이는 분명한 강점이자, 지역신문의 중요한 역할이다. 독자들은 기사를 통해 자기 고장의 소식을 접할 뿐 아니라, 공동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신문은 지역정치를 구성하는 하나의 축이다. 지역정치 발전이 아직 더딘 이유는 지역 이슈와 전개 과정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정치와 행정에 이에 대한 여론을 연결시켜야 하는 지역언론도 책임이 있다.

지역 내 정치상황이 중앙의 정치와 다른 탓에 지역신문 정치면의 정체성이 애매한 부분도 있다. 취재보도가 홍보예산이 모여 있는 지방행정부에 몰려 있는가 하면, 지역신문일수록 언론-지자체-지역유지 등 3자 담합도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지역 내 특정 정당의 독점, 비민주적인 의회 운영 등 언론이 구습과 적폐를 없애기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하지만 아직은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대구의 한 지역일간지 기자는 경상도의 대중 성향을 '중앙 의존형'이라고 표현했다.

"오래도록 기득권을 갖고 있으며 보수권력에 의존해 스스로를 '작은 서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이슈나 지역 내 정치가 자생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출판미디어국장은 지난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지역 이슈가 언론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 문제를) 언론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국사회의 중앙집권체제가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인 현 상황에서 지역정치 복원,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등에 대해 명확한 관점과 철학을 가지고 보도하는 지역언론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지난 9월 25일 자 <미디어오늘> 기사 '지역신문에 왜 지방자치 전문기자가 없나'에서 "지역신문에 지방분권·지방자치 전문기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아가 "기자들부터 분권정신으로 무장해 콤플렉스를 떨쳐내고 중앙집권주의자들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삶을 파고드는 지역언론, 지역의 입장을 공정하게 대변하는 중앙언론

<경남도민일보>는 '사람'과 '신문 밖'에 집중한다. 지역민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꾸준히 담는 한편, 사회적 기업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를 만들고 지역민과 소통하고 활동하는데 몸을 사리지 않는다. 이처럼 지역신문도 '일어난 사실'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특히 지역언론이 스스로를 중앙언론과 차별화하기에 좋은 전략이다.

서울 중심적 사고를 극복하기 위해서 중앙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중앙언론이 지역의 입장을 공정하게 대변해주고 나아가 지역의 아젠다를 제기하는 대안자 역할을 해야 한다. 중앙언론이 지역언론과 함께 지역 이슈를 고민한다면, '중앙 의존형'인 대중의 관심을 보다 다양한 지역 아젠다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정치기사 모니터링 팀'은 정치실험공동체 '정치발전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으로, 소위 '정치 후진국'이라 평가받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 혐오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정치와 시민의 삶을 가깝게 할 수 있는 정치기사란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치기사 모니터링 팀은 '좋은 정치 기사'를 판별하는 팀 나름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지난 석 달 간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정치 보도가 △반정치주의를 부추기지는 않는지, △정치적 갈등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그리지는 않는지, △의회 민주주의의 역할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진 않는지, △정치권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편견을 강화하지는 않는지 등 문제의식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정치기사 모니터링 팀은 지난 세 달 간의 세미나를 통해 얻은 문제의식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기회를 가져 보려 합니다. 총 10회에 걸친 '정치 기사 뒤집어 보기' 연재를 기획한 이유입니다. 정치와 시민의 삶을 가깝게 만드는 정치 기사가 많아지길 기대하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정치발전소 홈페이지 http://politicalpowerplan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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