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강대국이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이 중국의 군사력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군사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중국의 군사력은 과연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것일까?
중국의 군사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맥락적 전제가 따른다.
첫째, 중국이라는 나라가 체제의 성격이나 목표 및 발전 전략에 있어서 다른 나라와 다르다는 점이다. 둘째, 중국에서 모든 군사력의 증강과 사용은 국가 안보뿐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과정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셋째, 외부의 시각이 아닌 중국 측의 시각에서 중국의 안보 환경과 군사력의 필요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력을 엄밀하게 평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를 만날 수 있는데, 특히 자료와 방법, 그리고 시각의 문제가 크다. 중국이 타국에 비해 '군사적 투명성'이 낮다고 얘기할 때 보통 국방 예산에 대해서만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는 군사 독트린과 전략의 측면에서도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고 본다. 게다가 중국 군사력에 관한 위기 조성적 언론 보도와 일부 전문가들의 자의적인 해석도 객관적인 평가를 어렵게 만든다.
중국의 주요 언론에서 보도하는 '军队建设(군 현대화)'의 성과는 상당 부분 군사력의 실질적 증강이 아닌 목표의 재천명인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정확한 통계를 수십 년간 공식 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국 공군의 모든 자료에는 중국이 1949년 이후 적기 1474대를 격추하고 2344대에 피해를 입혔다고 나온다. 3818대의 전과를 기록했다는 얘기인데, 이 기간 동안 중국과 조우한 외국 공군기의 총 수가 2500대 미만에 불과함을 감안할 때, 이는 상당히 과장된 수치다. 중국 당국이 왜 이런 통계 수치를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기겠다.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서 매년 발간하는 <밀리터리 밸런스(Military Balance)>는 세계 군사 정세 평가 분야에서 '권위 있는 자료'로 국내에서 자주 인용되는데, 중국이나 북한과 같이 군사적 투명성이 낮은 국가의 군사력에 대해서는 여기서도 추정치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자료는 대체로 높은 추정치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1988년에 핵 추진 전략 미사일 잠수함(SSBN)을 처음 실전 배치한 것으로 발표했다. 그런데 <밀리터리 밸런스>는 이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중국이 핵 추진 전략 미사일 잠수함 3척을 지속적으로 운용 중이라고 적시했다. 또 중국이 운용 중인 잠수함 수가 1년 사이 100척에서 50척으로 감소한 것으로 발표한 바도 있다.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밀리터리 밸런스>에서 이런 오차가 생겨난 것은 이 보고서가 중국의 군사력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추정치에 기초하여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는 자주 인용되는 이 보고서가, 미국의 중국 군사 전문가 사이에서는 전혀 인용되지 않는다.
너무 전문적이긴 하지만, 이와 같은 추정의 오차를 극복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나는 '순평가(net assessment)'라는 방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2개국 군/안보 집단 간의 상호 작용을 분석"하는 것으로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즉, 관찰자와 대상자가 동일하다.
양측의 무기 체계를 나열하여 1대 1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실제 전력을 평가하는데 미흡한 점이 많다. 1940년대 초, 독일과 프랑스의 전차 숫자를 단순 비교하면 프랑스가 우세했지만 전력 면에서 프랑스가 독일보다 앞섰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2002년 서해에서의 남북한 교전 때도 이와 유사하다.
순(純)평가 방식으로 중국군의 입장에서 주변국의 군사력을 보면 다음과 같다. 주변국은 잠수함 및 미사일 등 주요 무기 체계에 있어 수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또 일부 국가는 아시아 혹은 분쟁 도서로부터 원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군수 지원이 어렵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국내 여론 결집이 어렵고 인적 피해로 인한 국내 정치적 여파가 크다. 더욱이, 중국은 대국이고 아시아 전장(戰場)에서는 장기 지구전에 유리하다.
이런 중국군의 인식은 다행히도 국내 연구자의 시각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다만, 외국의 주요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연구를 오랜 기간 수행해오고 있다.
언론의 속성상, 특히 국내 언론의 경우 지면의 한계와 독자의 관심을 고려한 상업주의적 이유 때문에 중국의 '최신 무기'가 아닌 '구형 무기'를 기사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중국의 군사를 '무기/기술', '독트린/전략' 그리고 '교육/훈련'으로 대별할 때, 독자의 관심이 적은 독트린과 군사 교육에 대해 기사를 작성하기는 어렵다. 단,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현실'과 '성과' 간의 간극은 커지게 되고 많은 독자들이 중국의 군사력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중 간의 민간 교류는 작년에 이미 1000만 명을 넘어 섰다. 양국 간 군 분야에서의 교류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필요하고 우리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군사적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그들의 세계관과 인식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현재와 미래 한국의 안보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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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事,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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