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출입처 저널리즘, 이대로 괜찮나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출입처 저널리즘, 이대로 괜찮나요?

[정치 기사 뒤집어 보기] 출입처 제도, 필요악인가

출입처 제도는 기자들이 특정 기관을 담당으로 맡아 출입하면서 기사를 쓰는 시스템이다. 각 언론사는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에 기자를 배치한다. 출입처 제도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보도 자료 발행, 기자와 취재원 간의 밀착된 관계 등이다. '출입 기자단'이라는 독특한 조직도 출입처 제도의 특징 중 하나다. 이 제도가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 중 하나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받아쓰기'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받아쓰기'

지난 20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현역 국회의원의 PC를 해킹했으며, 국정감사 자료 일부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가 빠르게 쏟아졌다. 하지만 사실관계는 불분명했다. '의원 3명과 보좌관 11명의 컴퓨터가 해킹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보도되거나, '국회의원 5명과 보좌진의 컴퓨터 10여 대'가 피해를 입었다고 전달한 곳도 있다.

△ "北, 최근 청와대··국회 해킹 시도…국감 자료 빼내가" (<조선일보>, 10월 20일 자)
△ 국정원 "北, 이달 초 국회 해킹...국감자료 일부 유출" (<한국일보>, 10월 20일 자)
△ "北, 청와대-국회 해킹…국감 자료 유출됐다" (<동아일보>, 10월 20일 자)

국회사무처는 이틀 뒤, 이에 대한 보도 자료를 냈다. 국회사무처 조사결과 국회 정보 시스템이 해킹당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보안조치 강화로, 국회의 모든 업무용 PC는 인터넷망과 물리적으로 분리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감 자료 해킹은 국가안보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신속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출입처에서 받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기자가 직접 조사하고 검증한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언론사들이 줄줄이 비슷한 기사를 쓰는 경우다. 2013년 10월 21일 정부는 국회에 2014년 예산안을 제출했고 그 중 성인지 예산안('2014년도 성인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러 언론사는 당일 해당 사실을 보도하며 성인지 예산이 전년대비 68.6% 상향됐으며, 총 22조 원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의 "성별 수혜격차가 10% 이상인 사업을 대상으로 성평등 성과목표치를 조정했다"는 말 역시 토씨 한 자 틀리지 않고 여러 매체에 똑같이 보도됐다.

△ 내년 양성평등 예산 22조원, (<한겨레>, 2013년 10월 21일 자)
△ 정부, 양성평등 예산 22조원 투입…작년보다 68.6% 상향, (<세계일보>, 2013년 10월 21일 자)
△ 내년 '양성평등' 예산 22조원…전년比 68%↑ (<연합뉴스>, 2013년 10월 21일 자)

성인지 예산 증가가 우리 사회에 정말로 유의미한 정보였기 때문에 여러 언론사에서 비슷한 보도가 나온 걸까?다음 날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은 다른 논평을 내놨다. 성인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4.7%에 불과하며, 상위 3개 부처(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의 비중은 82%에서 83.7%로 증가해, 오히려 부처별 편중 현상이 심화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작년에 비해 양성평등 예산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는 언론의 분석은 틀린 분석이라는 지적이다. 어떻게 여러 언론사가 동시에 '비슷하게 틀린' 분석을 내놨을까. 답은 정부 관계자의 말 속에 있다. 정부 관계자의 성인지 예산안에 대한 발언이 기사의 핵심 방향이자 근거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출입처에서 나오는 정보를 추가 조사 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것,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관행은 전형적인 '발표 저널리즘'이다. '발표 저널리즘'이란, 출입처의 내용과 입장을 그대로 옮겨, 언론이 사실을 전달하기보다 출입처의 의견을 발표하는 저널리즘을 말한다. 이는 시민의 목소리를 줄이고 국가의 영향력(또는 장악력)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 지난 6월 청와대 새 수석비서관 명단 발표 뒤, 청와대 민경욱 전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입처 제도, 필요악?


이와 같은 보도가 생산되는 '출입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다. 기자가 지정된 출입처에만 오가는 시스템은 취재하는 기자에게도 폐쇄적인 시스템이지만, 출입처에 등록되지 않은, 다시 말해 '출입기자단'에 가입되지 않은 기자에게는 출입 자체가 막혀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2006년 11월 <매일경제>의 서울시경찰기자단 가입 투표가 부결됐다. <매일경제>는 '6개월간 최소 6명의 기자가 6개 경찰 라인을 출입'하며 기사를 쓰는 가입 조건을 만족시켰음에도, 기존 기자단의 투표에서 13개사 중 11개 사가 반대한 것은 '시대착오적 관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매일경제> 뿐 아니라 <헤럴드경제>, <머니투데이> 등 경제지 역시 부결 경험이 있다. 경제지가 직접 경제 관련 사건을 취재하여 사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것은 시민 사회에 꼭 필요하고, 또 유익한 일이다. 이를 타 언론사에서, 더욱이 왜 반대했는지 뚜렷한 입장 표명도 없이 투표로 거부한 것은 시민의 '알 권리 훼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기자단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건은 최근에도 있었다. 2014년 'TV조선'이 서울시경찰기자단 가입 투표에서 5번이나 미끄러진 것이다. 물론 'TV조선'이라는 '종합편성채널'이 언론사에 들어오면서 생긴 충돌이라 경제지 가입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기자단이라는 조직이 분명한 실체가 폐쇄적인 방향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출입 기자단에 가입되어 있어도 출입 기자단 내에서 자유롭게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오프더레코드(비공식 발언)', '엠바고(일정 기간까지 보도를 미루는 것)'와 같은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2014년 5월 8일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 <오마이뉴스>는 청와대 출입기자단으로부터 '출입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라며, 세월호 참사 당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라면을 먹어 문제가 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옹호한 것을 보도했다는 이유에서다.

4개 언론사가 징계를 받은 것은 언론계 내외에서도 논란이 됐다. '오프더레코드'나 '엠바고'는 사회의 공익을 위해서 지켜져야 하는데, 취재원 개인을 위해 작동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사회의 주요 공직을 맡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 정치적 발언이 '오프더레코드'로 지켜지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언론사에게 징계를 내린 것은 명백한 '알 권리 침해'다.

△ 청와대 대변인 발언 보도에 경향 등 4곳 출입정지(<한국기자협회>, 2014년 5월 9일 자)
△ '계란라면'…"청와대 대변인을 대변하는 기자들" (<한겨레>, 2014년 5월 9일 자)
△ 기자들이 나서서 '보도통제', 출입기자단 이대로 괜찮은가(<미디어오늘>, 2014년 5월 14일 자)

한편, 출입처가 없으면 언론 생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일간지 정치부 기자 A씨는 "우리 사회처럼 관 주도적인 사회에서는 출입처가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출입처인 당, 관은 장벽이 높은데 출입처에 정식 등록된 기자들이 모인 집단이 출입처 안에 들어가서 집단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정보 비공개 등의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소 한다는 것이다.

한 주간지의 정치부 기자 B씨는 '관 주도적 사회이기 때문에 감시 견제를 해야 하는 대상이 주로 관'이라며 언론이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취재원, 즉 내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을 기자가 마크하는 것(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출입처 제도를 구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출입처 제도가 가진 한계는 인정하지만, 장벽이 높은 관공에서 저널리즘의 역할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필요악'이라는 것이다.

출입처 제도 안팎의 시도

출입처 제도는 과연 '필요악'일까. 다수의 언론은 여러 이유를 들어 출입처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출입처 제도에 안주하지 않고 쓴, 기자의 취재력이 돋보이는 기사들도 나오고 있다. 정치 기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the300 등의 매체는 전에 없는 방식으로 취재하고 있다. the300은 20명이 넘는 기자를 국회에 배치했다. 다른 언론사와 다르게 모든 상임위에 기자가 들어가고 있다. 비어 있던 언론 감시의 역할도 하면서 다른 곳에서 짚어주지 못하는 정책을 짚어가며 다루고 있다.


the300은 지난 26일 "이견 못 좁힌 '장학재단 대출금리'…기재부 예산심사 파행"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장학재단 대출 금리에 대한 내용은 대학 진학률이 80~90%에 이르는 한국 사회에서 이해당사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이슈다. 하지만 상임위 별로 들어가는 언론사가 많지 않다 보니, 몇몇 언론에서만 다뤄지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장학금 대출금리가 너무 높아 2%대로 낮춰야 한다'는 야당과 '그것은 기재위의 권한이 아니라 교육부의 권한'이라는 여당의 주요 발언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출입처 제도 내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국감 기간에는 '국감 스코어 보드'라는 코너를 만들어 국감 기간 의원 활동을 생생하게 전달했으며, '국회의원 사용 설명서'라는 코너에서는 의원 300명의 의정 활동과 경력을 분석했다.

the300의 사례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첫 번째, 사건 발굴의 경로가 달라 아직 의제화 되지 않은 새로운 의제를 수면 위로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아닌, 기자가 발로 뛰어 얻은 정보로, 보도자료와 다른 현장감이 느껴진다. 기존 출입처 제도의 결과물인 '획일화된 기사', '발표 저널리즘'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 이견 못 좁힌 '장학재단 대출금리'…기재부 예산심사 파행(
the300, 10월 26일 자)

△ [국감 스코어보드-국방위(22일)]유승민·윤후덕·문재인·주호영 별점은…(the300, 9월 23일 자)

△ "낙수 대신 분수"…'99%를 위한 경제' 외치는 정세균 (the300, 10월 16일 자)


한편, <뉴스타파>는 탐사보도에 특화했다. 탐사보도의 주제들은 '국정원 대선 개입',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내 세금 어떻게 쓰이나' 등으로 한 번의 보도, 하나의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의 경우 2013년 3월 1일, 전 국정원 직원인 김상욱 씨의 인터뷰로 시작됐다. <뉴스타파>는 같은 주제에 대한 보도를 약 2년간 계속하고 있어, 전문적이면서도 특정 기관의 입장에 매몰되지 않는 넓은 시야로 보도하고 있다.

△ "댓글 활동이 대북심리전이라는 국정원 주장, 어이없다" (<뉴스타파>. 2013년 3월 1일 자)

언론 내외에서 '출입처 제도'를 문제 삼는 근본적인 원인을 되짚어 보자. 출입처 제도에서 생산된 기사는 '권언유착', '폐쇄적인 운영'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기사가 나오기 어렵다. 심지어 기자들은 특정 출입처 안에서 출입처의 시각에 동화되는 경향을 갖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발표저널리즘으로 인해 획일화된 기사만 쏟아지게 되고, 시민들의 알 권리는 축소된다. 출입처의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출입처 제도 안에서 시민들의 알 권리가 축소된다는 점이다.

'정치기사 모니터링 팀'은 정치실험공동체 '정치발전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으로, 소위 '정치 후진국'이라 평가받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 혐오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정치와 시민의 삶을 가깝게 할 수 있는 정치기사란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치기사 모니터링 팀은 '좋은 정치 기사'를 판별하는 팀 나름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지난 석 달 간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정치 보도가 △반정치주의를 부추기지는 않는지, △정치적 갈등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그리지는 않는지, △의회 민주주의의 역할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진 않는지, △정치권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편견을 강화하지는 않는지 등 문제의식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정치기사 모니터링 팀은 지난 세 달 간의 세미나를 통해 얻은 문제의식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기회를 가져 보려 합니다. 총 10회에 걸친 '정치 기사 뒤집어 보기' 연재를 기획한 이유입니다. 정치와 시민의 삶을 가깝게 만드는 정치 기사가 많아지길 기대하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정치발전소 홈페이지 http://politicalpowerplant.kr)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