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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어떻게 건강 관리를 했을까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장자의 건강법

"제가 처음 소를 잡았을 때 보이는 것이라곤 오직 덩치 큰 한 마리 소였습니다. 3년이 지난 후에는 소 한 마리 전체가 보이지 않더군요. 지금 저는 정신으로 소를 대하지, 눈으로 소를 보지 않습니다. 감각 작용을 멈추면 정신이 활발하게 작동합니다. 소의 자연스러운 생리적 구조(天理)를 따라서 고깃덩어리의 틈새를 가르고 뼈마디 사이의 간격을 벌려서 오직 한 마리 소의 본래 구조(固然)에 따라 칼을 움직입니다. 경락이 연결되고 뼈와 고기가 붙어 있는 곳까지 모두 괜찮은데, 큰 뼈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위 문장은 많은 분이 아시는 것처럼 <장자> '양생주(養生主)' 편에 나오는 포정해우(庖丁解牛) 고사 중 일부입니다. 소를 잡는 포정의 이야기를 듣고 문혜군은 양생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감탄하지요. 여기에 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좋은 건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좁은 의미의 양생(養生)이라고 할 수 있지요)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진료하다 보면 '어떤 병에는 뭘 먹어야 한다'거나 '어디 가서 어떤 치료를 받으면 낫는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오래도록 특정한 식품을 먹었다거나 어떤 운동을 했더니 무병장수했다는 이야기도 참 많지요. 본인의 체질에 맞게 모든 생활방식을 바꾸었다는 분도 있습니다. 들어보면 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효과를 거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에게 맞지 않는 것을 따라 하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자주 보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뭔가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지요.

"'천리(天理)'는 자연적인 구조이고 '고연(固然)'은 개체의 본래 형태입니다. '천리'는 보편적인 것으로 소라면 모두 동일한 것이고, '고연'은 눈앞에 있는 소의 특수성을 가리킵니다. (중략) 자신의 생명을 잘 기르려고 할 때 애써 억지로 수양해서는 안 됩니다. '천리를 따라서' 그리고 '고연으로 인하여'를 기억하셔야지요. 자연의 구조와 본래의 모습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에 따라서 수양한다면 양생하는 데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장자 교양강의>(푸페이롱 지음 , 심의용 옮김, 돌베개 펴냄))

신영복의 글을 보면 옥중에 함께 있던 목수께서 무언가를 설명하시며 집을 그리는데, 주춧돌부터 그리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늘 지붕부터 그려왔던 자신의 무심함이 부끄러웠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좋은 건강을 한 채의 집에 비유한다면 생물, 동물 그리고 인간종으로서 마땅히 이루어야 할 것을 주춧돌이나 대들보(천리)라고 할 때, 개인의 특수한 상황은 멋지게 꾸며낸 문이나 창 그리고 지붕(고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채의 집은 이 모든 것이 갖추어져야 온전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작은 것만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이고 특정한 상황에만 맞는 것을 마치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마치 궁궐의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문을 초가집에 붙이면 집이 더 튼튼해지고, 더 멋져 보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내게 맞지 않으면 필요 없거나 해가 됩니다. 바탕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별것을 다 가져다 붙여도 제구실을 할 수가 없지요.

특히 오래된 병이나 중병, 그리고 난치병을 가진 분의 경우 이런 경향이 심합니다. 병이 오래되고 잘 낫지 않다 보니 뭐가 좋다는 말에 혹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럴수록 몸과 마음의 근원적인 상태가 무너지고 헝클어져 있는 경우가 많지요. 이런 상태에서 치료하다 보니 뭘 해도 잠깐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원점으로 돌아오거나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수록 더 특별한 것을 찾게 되지요. 그 과정에서 천리는 잊히고, 주춧돌은 빠지고, 대들보는 쓰러져서 나중에는 어찌 손 쓸 도리가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왜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되었나 생각해 보면, '천리'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자연적 그리고 사회적 환경을 건강하게 하는 일)은 잘 보이지 않고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여겨서입니다. 산업화한 의료에서는 별 이익이 되지 않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 대중의 흥미를 끌지 못하니 매체로부터도 외면당하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한 편으로는 '나나 내 가족만 편하고 빠르게 병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살면 되지, 뭐 그런 것까지' 라고 생각하는 우리 자신의 욕심 때문인 듯도 싶고요. 하지만 어느 때고 '천리'가 완전히 무너져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을 상황이 온다면 참 난감해질 것입니다.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멋지고 튼튼한 집을 짓고 아름다운 화단을 가꾸는 것과 같습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집이 설 수 있고, 흙이 건강해야 꽃이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의 이면까지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지혜가 필요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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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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