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귀국 후 가진 현안 보고에서 "어떻게 돼 가나요?"라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 중앙위원회 산악회 발대식에서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꼭 이겨야만 하는 전쟁"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김무성, 그는 왜 박근혜 역사 전쟁의 돌격대가 됐을까.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지난 19일 김무성의 역사 전쟁 선포를 "생존권 투쟁"으로 내다봤다.
"'안심번호 공천제'와 '마약 사위 사건'으로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 김 대표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라는 구명보트에 올라탔다."(노회찬)
"바지사장으로라도 내년 총선까지 살아남기 위해 전쟁터 사령관 역할을 자임했다."(유시민)
"자기 구명 운동이다."(진중권)
<정치카페>는 정의당에서 제작하는 팟캐스트로, '노유진'은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진행자 세 사람을 말한다.
박근혜-김무성, '역사 전쟁' 선포
'역사 전쟁'을 시작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에게는 부친의 독재와 친일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본격 선거전에 앞서 세 결집을 위한 프레임 구축도 있지만, 두 사람에게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에 대한 명예 회복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관련 기사 : 문재인 "국정 교과서 발단은 박근혜·김무성 부친")
노회찬 : 총대선은 정권 심판론이 득세하기 쉬운 구도다. 유권자들이 '박근혜 정부가 청년 실업과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라고 물으면, 이들은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좌파들에게 독점 당하고 있다. 독약과 같은 사상을 주입시키고 있다'며 이념 갈등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이 경우, 기본적으로 결집되는 보수층이 있다. 박근혜 정권은 전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게 아니다.
진중권 : 선거용 프레임이지만, 이번 역사 전쟁은 박 대통령 개인의 목표 의식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화된' 역사 교과서를 아버지 영전에 받칠 생각인 것 같다. 정치적 이권을 떠나 개인의 가치관이 걸린 문제다. 현재 새누리당의 행태는 비정상적이다. '1인 숭배'처럼 변질되면서 한 사람의 의지가 당 전체의 의지로 관철됐다. 의원들마저 좀비가 되고 있다.
'바지사장' 김무성, 생명 연장의 꿈
그렇다면, 구명보트에 올라탄 김 대표의 수명은? 지난달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금년 내에 (새누리당에서) 축출하기로 뜻을 굳힌 것 같다"고 했지만, 역사 전쟁의 돌격대을 자처한 이상 내년 총선 때까지는 연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련 기사 : 유시민 "박근혜, 김무성 무너뜨리기 마음 먹은 듯")
유시민 : 박 대통령도 고민할 것이다. 김 대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꽃을 들고 와 구애하는데, 계획대로 차버려야 하나? 아니면, 일단 꽃을 받아야 하나?
노회찬 : 공천 문제와 관련해 (친박 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타협점을 만들 것이다. 박 대통령도 김 대표의 임기를 고려해 선거 전에 대립할 필요가 있을지를 저울질할 것이다. 반면, 김 대표는 '김무성 체제로 총선을 치러도 박 대통령에게 크게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설득할 것이다.
진중권 : 김 대표 입장에서는 공천에 영향력이 없는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것이다. 차기 대선후보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모종의 딜(deal)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유시민 : 박 대통령이 일단 김 대표를 총선 때까지 바지사장으로 유지시킬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데 역사 전쟁의 돌격대로 나선 김 대표가 국민 과반수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차기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진중권 : 김무성-유시민 체제가 출범할 때만 해도 '박근혜 정권과 다르다'라는 메시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딸랑딸랑'만 남았다. 이대로라면, 김 대표가 대권주자로 자기 카리스마를 구축하기 힘들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아버지 제사상에 국정 교과서를 올려놓겠다는 생각인데, 우리 전통에 안 맞는다. 책은 돌잡이 용이다. 박 대통령이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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