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굳이 내가 인터뷰를 해야 하나요? 나 사실 요즘 신문 잘 안 봐서…."
기자 생활하면서 늘 받는 게 '거절'이다. 이슈가 되는 취재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면 거절당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상처받으면 안 된다. 끈질기게 다시 요청하는 게 필요하다. 혹시 또 모르지 않나. 마음이 변해서 인터뷰에 응해줄지….
더구나 이번에 기자가 인터뷰이로 선정한 이는 이슈의 중심에 있는 취재원도 아니었다. '일개'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에 불과하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듣고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런데 거절을? 그것도 신문을 잘 안 보기 때문에?
이번 인터뷰 대상 조합원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서 편집기자로 일하고 있는 홍현진 기자다. 2010년 입사한 이래 사회부, 국제부 등을 거쳐 지금은 편집팀에 있다. 그런데 신문을 보지 않아서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 차라리 '너는 상대하기 싫다'고 대놓고 이야기를 하든지….
이대로 물러날 순 없는 노릇. 기자 역시 대놓고 '신문 읽을 시간을 줄 테니, 며칠 뒤에 인터뷰하자'고 도망갈 구멍을 막아버렸다. 그렇게 해서 '어렵게' 인터뷰가 성사됐다.
칼을 갈고 기다린 자리. 다짜고짜 <프레시안>에서 눈에 띄는 기사부터 이야기하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은 "<프레시안> 사이트에 잘 안 들어간다"였다. 한 방 먹이려다 되레 한 방 맞았다.
"<프레시안>은 여전히 무거워요"
홍 조합원은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이후, 이전보다 많이 달라졌다고 평했다. 미디어다음에서 진행한 '뉴스펀딩'에 참여한 것은 물론, 메르스 사태 때 심층보도한 기사도 매우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단점도 많다고 평했다.
홍 조합원은 편집기자로 일하다 보니 아무래도 언론 지형 변화에 관심이 많다. 그는 독자의 시각으로 기사를 접하려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독자의 니즈(need)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낀단다.
"이전 언론이 포털에 의존적이었다면 새로 생겨나는 언론들은 SNS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물론, 이들 언론은 언론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면이 있죠. 하지만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기존 언론들은 이들과도 경쟁해야 돼요. 이들 언론을 보면서 독자들의 니즈는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에 발맞춰서 우리도 변화를 해야 하는 거죠."
홍 조합원은 "하지만 <오마이뉴스>도, <프레시안>도 그런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독자들에게 '좋은 기사가 있으니 우리 사이트에 들어와서 봐라'는 식은 이제 안 먹힌다"고 말했다. 지금은 좋은 기사를 입 안에 떠먹여줘야 겨우 기사를 읽는 상황이라는 것.
그래서 요즘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홍 조합원이다.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기사를 읽을지 고민하는 그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기가 왜 기자가 됐나 회의감도 든다고 한다.
"조합원과 소통하려는 모습 보면 배울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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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조합원이 프레시안 조합원으로 가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진보언론 <프레시안>이 어려운 상황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다.
홍 조합원은 이 주에 한 번씩 메일로 보내져 오는 조합원 소식지를 자주 읽는다고 한다. 조합원과 진행한 모임이나 <프레시안>의 고민 등이 담겨 있어 자기에게는 매우 유의미한 내용이라고 평했다.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 저널리즘을 기본으로 하잖아요. 그래서 시민기자들과 편집국간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아요. 소식지 발행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거 잘 알아요. 그런데도 조합원과 소통을 계속하려는 것을 보면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홍 조합원은 "앞으로도 <프레시안>이 지속해서 조합원과 소통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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