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저녁 당 수습과 혁신을 위한 중앙위원회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사수파, 특히 자주파 진영 내부에서도 이견이 확산되는 조짐이다.
지난 2.3 임시당대회 파행의 핵심 원인이었던 '일심회'와 관련된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중앙위원이 탈당계를 제출했다가 번복하는가 하면 자주파 일각에서는 "당원 직선으로 비대위를 선출해야 한다"며 천영세 대표 직무대행의 지도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민노당 내 자주파 계열의 의사조정기구인 '자주와 민주, 통일을 지향하는 전국모임'은 해산을 결의했지만 인천연합, 경기동부연합, 울산연합 등 당내 자주파 조직들의 이견이 더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다.
김창현ㆍ이영순 면회 후 탈당계 제출
최기영 전 사무총장과 이정훈 전 중앙위원은 지난 16일 탈당계를 팩스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의 만류에 의해 탈당 의사를 취소했다는 것.
두 사람이 탈당계를 제출하기 전날 이영순 대변인과 김창현 전 사무총장이 두 사람을 특별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강경 자주파' 쪽에서는 울산연합 출신인 이 대변인과 김 전 사무총장 부부가 두 사람의 탈당을 종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부터 민노당 안팎에선 '중앙위원회를 앞두고 두 사람이 자진 탈당하게 될 것'이고 '자주파 진영에서 메신저가 최씨를 면회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털고 갈 수밖에 없는 게 현 지도부의 딜레마인 만큼 자진 탈당 형식으로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었다.
또한 이날 저녁 중앙위원회에서는 현 지도부를 비대위로 전환시켜달라는 천영세 직무대행의 안건에 대한 수정안이 나올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지도부는 선출과정 없이 임의적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정통성을 확보해야한다는 명분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총선 지휘봉을 누가 잡을 것이냐는 문제도 연결되어 있는 것. 심상정 비대위 체계가 서기 전에도 강경 자주파 일각에서는 "조기 당직 선거를 통해 정면 돌파하자"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자주파 일각의 지도부 직선제 주장은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종북주의 논쟁은 떼놓고라도 과감한 당 혁신이 필요하다'는 천영세 지도부와도 온도차가 적지 않다. 이들은 특히 천영세 대행이 명시한 '비례대표 전략공천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천영세 대행이 제출한 안건도 뒤집힌다면 민노당은 두 번째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잔류파 중에 극소수를 제외하고서는 심상정, 노회찬 의원 등의 신당파와 워낙 견해차가 커서 '당내 이견은 어떤 식으로든 봉합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최규엽 전 최고위원이 의장을 맡고 있던 당내 자주파 연대체 '자민통을 지향하는 전국모임'의 해산이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수면위로 실체를 드러내놓지 않고 움직였던 이 모임은 지난 18일 해산 성명을 통해 "근거없는 종북 낙인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정치공세였다"면서도 "시작할 때의 초심과 달리 우리 스스로 정파 대립 구도에 갇혀 당의 단결을 실현하지 못하고 정파담합과 패권적 운영의 당사자로서 당의 공식적 지도력을 올바로 세워내 대중정당으로 성장하는 데 장애를 심각히 조성한 것을 진심으로 반성하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의 분열 분당을 막지 못하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천영세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노동당이 위기를 수습하고 당의 낡은 관행을 혁신하고 대한민국의 진보 정치의 중심으로 힘차게 새 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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